연말 마감을 앞둔 12월, 이과장과 정사원이 같은 주에 휴가를 신청했다. 팀의 업무량을 생각하면 두 사람이 동시에 빠지기는 어려웠다. 이과장은 지난달 초에, 정사원은 이번 주에 신청서를 올렸다.
박팀장은 고민 끝에 먼저 신청한 이과장의 휴가만 승인했다. 정사원에게는 순서대로 처리했으니 이해해 달라며 일정을 옮겨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누구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신청 순서가 가장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정사원이 면담을 요청했다. 그 주는 가족 행사 때문에 몇 달 전부터 잡아둔 일정이었고, 팀에 신청 순서가 기준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이과장이 맡은 마감 업무는 다른 팀원이 대신하기 어려웠지만, 정사원의 업무는 미리 정리하면 나눌 수 있는 일이었다. 박팀장은 공정해 보이는 기준을 고르느라 업무를 어떻게 나누면 둘 다 쉴 수 있는지는 따져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준을 결정 뒤에야 꺼낸 것도 문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