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팀에 다면평가가 도입됐다. 박팀장은 결과를 받아 들고 한대리에게 전할 내용을 살폈다. 동료들의 의견에는 일 처리가 빠르다는 칭찬도 있었지만, 회의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자주 끊는다는 지적과 협업 요청에 답이 늦다는 이야기도 여러 번 적혀 있었다.
박팀장은 동료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해석을 덧붙이면 오히려 왜곡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면담에서 의견을 적힌 문장 그대로 하나씩 읽어 주었고, 한대리에게 참고해서 개선해 보라고 말했다.
몇 주 뒤 박팀장은 한대리가 특정 동료와 눈에 띄게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한대리는 특이한 말투와 표현을 근거로 누가 그 의견을 썼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지적의 내용보다 누가 나를 그렇게 봤는지가 더 크게 남았던 것이다. 박팀장은 정리하지 않은 원문이 익명성을 지켜 주지 못했고, 성장을 위한 의견이 관계를 갈라놓는 단서가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