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넉 달 차인 정사원은 첫 대형 행사 준비에서 참석자 명단을 잘못 보내는 실수를 했다. 다행히 박팀장과 선배들이 빠르게 수습해 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았다. 박팀장은 누구나 처음엔 실수한다며 정사원을 다독였고, 그 일은 그렇게 지나가는 듯했다.
그런데 그 뒤로 정사원의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메일 한 통을 보내기 전에도, 자료의 글꼴 하나를 바꿀 때도 박팀장에게 먼저 확인을 받으러 왔다. 박팀장은 신중해진 것은 좋은 일이라 여기고 매번 꼼꼼히 봐주었다. 다시 실수하지 않도록 곁에서 돕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몇 주가 지나자 박팀장의 책상 앞에는 정사원의 확인 요청이 줄을 섰고, 정사원의 업무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졌다. 어느 날 박팀장이 이 정도는 알아서 해도 된다고 하자, 정사원은 어디까지가 혼자 해도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팀장은 매번 확인해준 친절이 오히려 정사원이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막고 있었고, 실수 뒤에 필요한 것은 위로만이 아니라 다시 설 기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