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중반, 본부장은 박팀장을 불러 준비 중이던 신규 서비스 기획을 멈추고 기존 고객 유지 과제로 방향을 바꾸라고 했다. 팀이 두 달 가까이 매달려 온 일이었다. 이유를 묻자 본부장은 경영진 차원의 판단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박팀장도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다음 날 팀 회의에서 박팀장은 있는 그대로 말했다. 솔직히 나도 이해가 안 되지만 위에서 그렇게 정했으니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팀원들에게 숨기지 않는 것이 정직한 태도라고 생각했고, 함께 아쉬워하면 팀원들의 마음도 덜 상할 것이라 여겼다.
회의 뒤 분위기는 오히려 가라앉았다. 김대리는 새 과제 일정을 짜면서도 어차피 또 바뀔 수 있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과장은 팀장님도 반대하는 일에 얼마나 힘을 실어야 하느냐고 했다. 일부 팀원은 기존 기획 자료를 계속 붙들고 있었다. 박팀장은 자신의 솔직함이 팀원들에게 새 방향을 믿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처럼 전달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