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연달아 이어지던 날, 박팀장은 이동하는 사이에 최주임이 올린 기획안 초안을 훑어보았다. 방향은 괜찮았지만 고객 분석 부분이 빠져 있었다. 다음 회의까지 시간이 없던 그는 메신저로 짧게 남겼다. “고객 분석이 없네요. 이건 기본인데 다시 봐주세요.”
박팀장에게 그 메시지는 빠진 항목을 알려주는 평범한 업무 메모였다. 초안 단계에서 보완점을 짚는 것은 늘 하던 일이었고, 나머지 내용은 잘 잡혔다고 생각했다. 그는 회의를 마치고 나면 자세히 이야기할 생각으로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저녁 무렵 최주임에게서 늦게까지 수정하겠다는 답이 왔다. 다음 날 아침 최주임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 있었고, 수정본에는 처음 초안의 좋은 아이디어까지 지워져 있었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최주임은 ‘기본인데’라는 말에서 실망과 질책을 읽었고, 기획안 전체가 틀렸다고 받아들였다고 했다. 박팀장은 얼굴을 보고 했다면 가볍게 넘어갔을 말이, 표정과 목소리 없이 글자로만 남자 훨씬 무겁게 전달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