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워크숍에서 박팀장은 앞으로 실무 결정은 담당자가 직접 내리라고 말했다. 매번 팀장 승인을 기다리느라 일이 늦어진다는 불만이 있었고, 박팀장도 팀원들이 더 주도적으로 일하길 바랐다.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분위기도 좋았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행사 장소를 고르는 일을 맡은 최주임은 후보 세 곳을 정리해 와서 팀장님 생각은 어떠시냐고 물었다. 박팀장은 최주임이 정하면 된다고 답했지만, 최주임은 결국 결정을 미뤘다. 다른 팀원들도 비슷했다. 박팀장은 팀원들이 책임지기를 꺼린다고 생각해 답답했다.
한차장과 따로 이야기를 나누며 박팀장은 다른 이유를 들었다. 지난달 정사원이 스스로 정한 홍보물 문구를 박팀장이 회의 자리에서 다시 고치게 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 박팀장은 더 나은 방향을 제안했을 뿐이라고 여겼지만, 팀원들에게는 결국 팀장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신호로 읽혔다. 박팀장은 결정권을 준다는 말보다 결정이 뒤집혔던 장면이 팀원들에게 훨씬 강하게 남아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