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실적 마감을 앞두고 박팀장은 매일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켰다. 내년 계획 초안과 본부 보고 자료가 한꺼번에 몰린 탓이었다. 팀원들의 업무는 대부분 정리 단계였기에 박팀장은 저녁 무렵이면 할 일 끝났으면 먼저 들어가라고 말하곤 했다. 진심이었고, 스스로도 배려 있는 팀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무실 불은 늘 박팀장과 함께 늦게 꺼졌다. 최주임은 이미 끝낸 자료를 다시 열어 보고 있었고, 정사원은 메신저 창을 띄워 놓은 채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앉아 있었다. 박팀장은 다들 연말이라 열심이라고 여기며 고마워했고, 가끔 야식을 시켜 함께 먹기도 했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최주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팀장님이 남아 계시면 혹시 뭘 찾으실까 봐 먼저 일어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퇴근 후에 급한 질문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때 자리에 없었던 게 계속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박팀장은 말로는 퇴근하라고 하면서, 행동으로는 언제든 찾을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