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팀장은 정사원에게 일 년 동안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보고 기한을 자주 넘기고 회의 자료가 부실할 때도 있었지만, 신경 쓰이는 말을 꺼내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스스로 나아지리라 기대했고, 정리할 것이 있으면 연말 면담에서 한 번에 이야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연말 면담 자리에서 박팀장은 그동안 메모해 둔 내용을 차례로 꺼냈다. 상반기에 늦어진 보고, 여름에 있었던 자료 누락, 가을 회의에서의 준비 부족까지 하나씩 짚었다. 빠짐없이 근거를 들었으니 이번에는 확실히 전달될 것이라고 믿었다.
정사원은 이야기를 듣는 내내 굳은 표정이었고, 면담이 끝날 무렵 조용히 물었다. 그때마다 말씀해 주셨다면 고칠 수 있었을 텐데 왜 지금에서야 말씀하시느냐는 것이었다. 정사원은 일 년 동안 잘하고 있다고 믿어 왔고, 그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진 듯 보였다. 박팀장은 배려라고 여겼던 침묵이 정사원에게서 고칠 기회를 빼앗았고, 한꺼번에 쏟아낸 지적은 피드백이 아니라 기록된 잘못의 목록처럼 들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