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팀장은 최주임에게 다음 주 임원 보고용 자료를 맡겼다. 지난 분기 사업을 간단히 정리해 달라고 말하자 최주임은 바로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최주임은 늘 그랬다. 무엇을 맡겨도 되묻는 법 없이 알겠습니다라고 했고, 박팀장은 그런 시원한 대답이 믿음직스러웠다.
사흘 뒤 받아 든 자료는 박팀장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박팀장이 원한 것은 핵심 성과와 과제를 한 장에 담은 요약이었는데, 최주임은 사업별 진행 경과를 빠짐없이 정리한 긴 보고서를 만들어 왔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박팀장은 왜 말한 대로 안 했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무엇을 말했는지부터 분명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