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평가 시즌이 되자 박팀장은 팀원들의 자기평가서를 하나씩 열어 보았다. 그중 이과장의 평가서는 모든 항목이 ‘탁월’로 채워져 있었다. 이과장은 올해 큰 프로젝트를 맡아 성실하게 일했지만, 박팀장이 보기에 일정 관리와 협업 부분은 분명 아쉬움이 남았다. 두 사람이 같은 한 해를 전혀 다른 눈으로 기억하고 있었던 셈이다.
박팀장은 면담에서 평가서를 펼쳐 놓고 항목마다 자신의 판단을 설명했다. 일정이 두 번 밀렸던 일, 유관 부서와의 조율이 늦어졌던 일을 차례로 짚으며 ‘탁월’은 어렵다고 말했다. 근거를 하나하나 들었으니 이과장도 납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과장은 끝까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일정이 밀린 건 요구사항이 바뀐 탓이었고, 그때마다 팀장님도 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박팀장은 그 말에 말문이 막혔다. 한 해 동안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제대로 말한 적이 없었고, 이과장에게 ‘괜찮다’는 말은 기대를 충족했다는 신호로 남아 있었다. 평가서의 차이는 연말에 생긴 것이 아니라 일 년 내내 쌓여 온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