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팀장은 내년에 새로 시작하는 업무 개선 과제를 이끌 사람으로 한차장을 떠올렸다. 입사 10년 차인 한차장은 팀의 주요 업무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후배들도 막히면 그를 먼저 찾았다. 새 과제에 그의 경험이 더해지면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안을 들은 한차장은 웃으며 손을 저었다. “저는 지금 일이 맞아요. 새로운 건 다른 사람이 맡는 게 낫죠.” 박팀장은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묻지 않고 과제를 다른 팀원에게 넘겼다. 비슷한 일은 그 뒤로도 두어 번 반복됐다.
연말 면담에서 한차장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팀에서 자신이 점점 뒤처지는 것 같고, 회의에서도 할 말이 줄었다고 했다. 새로운 일을 사양한 이유를 묻자, 익숙하지 않은 일에서 실수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이기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박팀장은 본인 뜻을 존중한다며 한 발 물러선 것이, 실은 한차장이 혼자 머뭇거림을 안고 있도록 내버려둔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