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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확산 속 흔들리는 사무직… 화이트칼라 고용·조직 재편 가속

2026년 5월 한국의 상용근로자(고용 안정성이 높은 '정규직에 가까운' 임금근로자)가 외환위기 이후 26년 5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으며,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과 청년층에서 감소가 두드러졌다. 아마존·MS·메타·세일즈포스 등 글로벌 빅테크의 감원이 2026년에도 이어지는 가운데, 세일즈포스는 AI 에이전트 도입 후 고객지원 인력을 9,000명에서 약 5,000명으로 45% 줄였다고 공개했다. 가트너의 전망과 갤럽·라이브데이터테크놀로지스 등의 실측 데이터에서 중간관리 계층이 줄어드는 '그레이트 플래트닝' 흐름이 함께 확인된다. 스탠퍼드 연구에서 AI 고노출 직무의 초년차(22~25세) 고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는 등, 재편의 충격이 신입 채용이라는 노동시장 진입로에 먼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은 AI를 감원의 원인으로 단정하는 것을 경계하며, 지금의 화이트칼라 고용 위축은 AI 단독 요인이 아니라 경기 둔화·비용절감·과잉채용 조정이 겹친 복합 현상이라는 균형 잡힌 진단이 나온다.

이지영 기자입력 2026년 8월 10일수정 2026년 8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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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관리 계층을 걷어 내는 '그레이트 플래트닝'이 확산하며, 기업 조직도의 층위가 눈에 띄게 얇아지고 있다. [사진 = KBR 자료사진]
중간관리 계층을 걷어 내는 '그레이트 플래트닝'이 확산하며, 기업 조직도의 층위가 눈에 띄게 얇아지고 있다. [사진 = KBR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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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진입직·중간관리층부터 압박… 경기 둔화·비용절감·AI 전환이 복합 작용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을 흔들 것이라는 전망은 오랫동안 '미래형' 문장으로 쓰여 왔지만, 2026년의 고용 지표는 그 문장을 현재형으로 바꿔 놓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변호사, 재무분석가,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대표적 화이트칼라 직종의 채용 공고가 눈에 띄게 줄었고, 한국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26년 5개월 동안 한 번도 꺾이지 않았던 상용직 일자리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0월 'AI가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삼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AI가 단순 노무직이 아니라 사무직과 전문직부터 대체하고 있으며, 그 결과 중산층의 '안정된 직장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변화는 고용 총량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AI 에이전트 도입 확산에 경기 둔화와 비용 절감 압박이 겹치면서, 기업들은 관리 계층을 줄이고 조직도를 평평하게 만드는 이른바 '그레이트 플래트닝(Great Flattening)'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신입사원이 회사에 첫발을 들이던 진입로도 함께 좁아지는 추세다. 일자리의 개수만이 아니라 일의 구조, 조직의 설계 원리 자체가 다시 쓰이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 변화를 AI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데, 이는 뒤에서 함께 짚어 본다. 2026년 8월 현재까지 확인되는 국내외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시대 화이트칼라 일자리 재편과 기업 조직 변화의 흐름을 짚어 본다.


26년 5개월 만에 꺾인 '안정 일자리'… 한국 고용지표의 균열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6월 11일 발표한 '2026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줄어 17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했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고용시장의 버팀목으로 불려 온 상용근로자의 감소다. 상용근로자는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거나 기간을 정하지 않은 임금근로자를 뜻하는 통계 용어로, 정규직과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통상 고용 안정성이 높은 '정규직에 가까운' 일자리로 분류된다. 이 상용근로자는 5월 1,674만 명으로 1년 전보다 7,000명 줄었는데, 상용직이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 영향권이던 1999년 12월 이후 26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2000년 1월 이후 316개월 연속 이어지던 증가 행진이 멈춘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조차 꺾지 못했던 흐름이 뒤집힌 셈이다.

충격은 청년층과 전문직에 집중됐다. 지난 5월 20대 상용근로자는 16만 4,000명, 30대는 3만 3,000명 줄어 두 연령대에서만 약 19만 7,000명이 감소했고,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25만 5,000명 급감했다. 산업별로는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취업자가 8만 9,000명 줄었는데, 특히 30대 상용직은 이 업종에서 7만 6,000명 감소해 전 산업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연구개발과 엔지니어링, 회계·법률 자문 등 고학력 전문직이 몰려 있는 영역에서 감소가 두드러지자, 업계 일각에서는 AI의 일자리 대체 영향이 전문직 영역까지 확산했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AI가 고용 감소에 미친 영향을 통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고용이 실물경제에 후행하는 성격이 있는 만큼 대외 변수 등으로 회복 시기와 속도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진단했다.

선행 지표는 더 어둡다. 2026년 1분기 구인 인원과 채용 인원은 각각 3.4%, 4.6% 늘었지만, 2~3분기 채용계획 인원(46만 명)은 기업이 밝힌 부족인원(46만 7,000명)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밑돌았다. 사람이 모자라다고 답하면서도 뽑을 계획은 그만큼 세우지 않는, 이례적인 간극이 벌어진 것이다.


빅테크발 감원 도미노… 2026년에도 멈추지 않았다

재편의 진앙은 단연 글로벌 빅테크다. 글로벌 인력시장 분석기업 래셔널FX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전 세계 기술업계에서 24만 명 이상이 감원됐고, IT 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 집계 기준으로는 2026년 1분기에만 약 8만 개의 기술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진 것으로 추산되는데, 두 수치 모두 집계 기관과 기준 시점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는 추정치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본사 인력 1만 4,000명 감축을 공식 발표하면서 전체 사무직의 1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고,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약 1만 6,000명 규모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7월에는 자체 AI 모델 '노바'를 개발하는 핵심 조직인 AGI(범용인공지능) 부문에서까지 감원을 이어 갔다. 지난해 10월 이후 아마존의 누적 감원 규모는 3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7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전체 직원의 약 2.1%인 4,8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 등의 보도에 따르면 감축은 주로 상업 부문과 게임(엑스박스) 사업부에서 이뤄지며 엑스박스에서만 3,200명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MS는 AI가 업무 수행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감축되는 직무가 AI로 대체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메타는 지난 5월 전체 인력의 약 10%에 해당하는 8,000명을 내보냈고, 시스코는 약 4,000명 규모의 감원 계획에 AI 관련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으며, 클라우드플레어는 전체 인력의 20%를 줄이면서 AI 도구 활용 확대를 부분적 이유로 꼽은 것으로 전해진다. 컨설팅업계에서는 액센추어가 지난해 실적 발표를 통해 AI 역량 재교육 전략의 일환으로 불과 3개월 만에 1만 1,000명을 감축했다고 밝혔고, HP도 2025년 11월 전사적 AI 통합을 추진하며 6,000개 직무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세일즈포스다. 미국 CNBC가 전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는 AI 에이전트 '에이전트포스'를 지원 프로세스에 투입한 뒤 고객 지원 인력을 9,000명에서 약 5,000명으로, 45%가량 줄였다고 직접 밝혔다. 특정 직무에서 AI 도입이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직결된 사실을 글로벌 기업 CEO가 공개적으로 인정한 사례로, AI의 일자리 대체가 전망이 아닌 현실임을 보여 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기업이 인력을 줄이는 동시에 AI 투자는 오히려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IT 전문매체 긱와이어(GeekWire) 보도에 따르면 MS는 최근 마무리된 회계연도에 AI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1,00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되며, 로이터와 모건스탠리 분석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MS, 메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2026년 AI 관련 지출은 합산 약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 역시 확정 집행액이 아닌 전망치라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사람에게 쓰던 비용을 줄여 AI 인프라에 붓는 자본 재배치가 감원의 또 다른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레이트 플래트닝'… 중간관리자부터 줄어드는 조직도

AI가 바꾸는 것은 인력 규모만이 아니다. 기업 조직의 층위 자체가 얇아지고 있다. 리서치기업 가트너는 2024년 10월 내놓은 전망에서 2026년까지 조직 다섯 곳 중 한 곳이 AI를 활용해 조직 구조를 평평하게 만들면서 기존 중간관리직의 절반 이상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예측 모델에 근거한 전망치이지만 실제 데이터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라이브데이터테크놀로지스 분석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2025년 5월 사이 관리자 수는 6.1%, 임원급은 4.6% 감소했다. 갤럽 조사에서는 관리자 한 명이 맡는 직속 부하 수가 2024년 평균 10.9명에서 2025년 12.1명으로 늘었는데, 이는 갤럽이 처음 관리 범위를 측정한 2013년의 8.2명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로, 관리 계층이 줄어든 만큼 남은 관리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흐름을 두고 미국 언론과 컨설팅업계에서는 '그레이트 플래트닝'이라는 표현이 굳어지고 있다. 아마존이 관료주의를 줄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며 관리 조직 슬림화를 주도하고 있고, 블록과 코인베이스 등 일부 기술기업 경영진은 AI를 업무를 조율하는 '지능 계층'으로 삼아 더 평평하고 빠른 조직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기업용 AI 기업 라이터(WRITER)의 2026년 조사에서는 경영진의 95%가 AI로 인해 직무와 팀 구조가 이미 바뀌고 있다고 답했고, 75%는 5년 안에 AI 에이전트가 회사 리더십의 일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부작용에 대한 경고도 만만치 않다. 콘페리의 '워크포스 2025' 조사에서 직장인의 41%는 회사가 관리 계층을 줄였다고 답했지만, 43%는 그 결과 리더십의 정렬이 오히려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AI가 잘 처리하는 일정 관리, 진행 상황 추적, 정례 보고 같은 업무는 애초에 관리자 역할의 '행정적 껍데기'에 해당할 뿐이며, 어려움을 겪는 직원을 코칭하고 갈등을 조율하며 불완전한 정보로 판단을 내리는 관리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는다고 지적한다. 오늘 중간관리자를 없애는 기업은 몇 년 뒤 시니어 리더를 길러 낼 사다리를 함께 해체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좁아진 진입로… 신입 채용이 먼저 흔들렸다

AI 재편의 충격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닿는 곳은 노동시장의 입구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가 미국 노동자 6분의 1을 포괄하는 ADP 급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의 22~25세 초년차 고용은 노출도가 낮은 직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같은 연령대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은 2022년 말 정점 대비 약 20% 줄었다. 연구 업데이트 시점과 측정 구간에 따라 감소 폭이 최대 16%로 보고된 버전도 있지만, 기술이 일을 통째로 없애기보다 신입이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던 진입로부터 지운다는 연구진의 결론은 일관됐다.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초 미국 신규 대졸자 실업률은 5.6%로 3년 전보다 1.6%포인트 높아졌으며,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생성형 AI가 대규모 일자리 대체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아직 충분치 않지만 AI 고노출 직종에서 신입과 청년의 고용 기회가 줄어드는 현상은 관찰된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취업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체 공고 분석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자사 플랫폼에 게재된 대기업 정규직 신입 채용 공고는 2,145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3,741건) 대비 43% 감소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3월 말 내놓은 분석에서는 상반기 민간 채용 플랫폼에 게시된 14만 4,181건의 채용공고 가운데 신입만을 채용하는 공고가 2.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서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66.6%로 반등했지만, 수시채용(54.8%)과 직무 경험 중심 평가(67.6%)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경력 없는 청년이 통과해야 할 문은 형식 자체가 달라졌다. 흥미로운 반대 증거도 있다. PwC가 27개국 10억 건 이상의 채용 공고를 분석한 'AI 일자리 지표' 보고서에서는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기업의 인력이 2018년 대비 52% 늘어 최하위 기업(36%)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총량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요구 역량이 높아지고 진입 장벽이 올라가는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에이전틱 AI, '도구'에서 '조직원'으로… 조직 설계의 문제가 되다

이 같은 재편의 기술적 배경에는 생성형 AI에서 에이전틱 AI로의 전환이 있다. 사람이 질문하면 답을 내놓는 도구 수준을 넘어, 목표를 부여받으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시스템에 접속해 업무를 끝까지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기업 현장에 실제로 배치되기 시작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2026년을 기점으로 실제 기업 환경에서 다수의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멀티에이전트 시스템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AI가 보조 도구를 넘어 스스로 일을 찾아 하는 조직원처럼 기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답해야 할 질문은 '어떤 툴을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업무를 AI에 위임하고, 판단과 책임을 사람과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조직 설계의 문제로 바뀐다. 국내 기업 대상 조사들에서도 생성형 AI를 개인 차원에서 쓰는 단계와 달리 전사 차원의 AI 내재화에 도달한 기업은 극소수에 그친다는 진단이 나오는데, 도입이 더딘 이유가 기술이 아니라 위임 구조와 역할 정의라는 조직 준비의 문제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거시경제 차원의 전망도 나와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7월 발표한 'AI의 거시경제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생성형 AI 확산으로 한국 경제의 총요소생산성은 1.5%에서 최대 3.5% 높아질 것으로 추정되며, AI를 먼저 도입한 기업은 직원 1인당 매출이 약 20% 늘어나는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같은 보고서는 10년 뒤 노동시장에서 매년 약 25만 6,000개, 현재 취업자의 2.1%에 해당하는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고, 가장 큰 타격은 단순 노무직이 아니라 전문가·사무·판매 등 고숙련 화이트칼라 직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술적으로는 전체 직업의 72%가 일부 자동화될 수 있지만, 현재는 시스템 구축 비용 탓에 실제 대체 가능한 규모가 전체의 1.4%에 그치는 반면, 10년 뒤 비용이 낮아지면 이 비율이 8.1%까지 뛰며 본격적인 고용 대체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AI 탓은 게으른 설명"… 신중론과 반론도 팽팽

물론 지금의 감원 물결을 전부 AI의 계산서로 돌리는 데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감원 이유를 AI 탓으로 돌리는 경영진의 설명을 게으른 발상이라고 일축하면서, 기업들이 아직 대규모 인력 대체를 정당화할 수준으로 AI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역시 사내 회의에서 AI 에이전트 개발 속도가 경영진의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대규모 투자와 조직 개편을 병행하면서도 AI가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으로 직결되는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스탠퍼드 경제정책연구소도 2022년 이후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직종과 가장 낮은 직종의 실업률 상승 폭이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현재까지 AI가 전체 고용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즉 지금의 화이트칼라 고용 위축은 AI라는 단일 원인보다는 팬데믹 시기 과잉 채용의 되돌림,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절감 압박, 그리고 실제 AI 대체 효과가 겹겹이 포개진 복합 현상에 가깝다는 것이 균형 잡힌 진단이다. 다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하다. 맥킨지 조사에서 전 세계 조직의 3분의 1이 향후 1년 안에 AI로 인해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는 스탠퍼드 '2026 AI 인덱스'의 집계처럼, 기업들은 AI를 전제로 인력 계획을 다시 짜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화이트칼라 직무가 첫 번째 조정 대상이 되고 있다.


재편의 시대, 기업과 개인에게 남겨진 과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주문하는 것은 감원과 채용 동결이 아니라 일과 조직의 재설계다. 신입에게 시키던 정형 업무가 AI로 넘어간다면, 기업은 채용을 줄이는 대신 주니어가 AI를 감독하고 검증하는 새로운 입문 경로를 설계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몇 년 뒤 시니어 인재의 공급 자체가 끊기는 부메랑을 맞게 된다는 지적이다. 중간관리자 역시 일정 관리와 보고 같은 행정 업무를 AI에 넘기는 대신, 코칭과 동기 부여, 사람과 AI의 협업 모델을 설계하는 역할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실제 국내 인사관리(HR) 담당자 대상 조사에서도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관리자는 신뢰 구축과 코칭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개인에게 이 재편은 위협인 동시에 이동의 기회이기도 하다. AI 관련 채용 공고가 큰 폭으로 늘고 AI 활용 역량에 임금 프리미엄이 붙는 흐름이 확인되는 만큼, 같은 직무 안에서도 AI를 다루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가 벌어지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세기 가까이 화이트칼라의 표준이었던 '입사 후 연차에 따라 승진하는 피라미드'가 흔들리는 지금, 기업에는 AI와 사람의 역할 경계를 다시 긋는 조직 설계 역량이, 개인에게는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판단과 관계의 기술을 벼리는 재교육이 생존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확산과 맞물려 재편되는 일자리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결국 지금 각 기업과 사회가 내리는 선택에 달려 있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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