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응 속도, 글로벌 CEO 최대 고민…관세·지정학과 함께 핵심 변수로
PwC·컨퍼런스보드·BCG 경영진 조사와 WEF 리스크 보고서에서 AI 영향력 확대…한국 CEO는 AI 전환과 높은 관세 리스크를 동시에 마주했다
2026년 들어 글로벌 CEO 조사와 주요 경영 리스크 보고서에서 반복적으로 부상하는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다. PwC와 컨퍼런스보드의 경영진 조사에서는 AI를 포함한 기술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와 AI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이 핵심 우려로 꼽혔고,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리스크와 사이버보안 보고서에서도 AI 관련 위험의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만 이를 관세나 금리, 지정학적 충돌을 모두 제치고 AI가 세계 기업의 단일 최대 위험으로 올라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각 조사는 질문과 비교 대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대신 여러 자료를 종합하면 AI가 기술 부서에 국한된 과제에서 벗어나 경영 전략과 투자수익률, 조직 구조, 거버넌스, 사이버보안을 동시에 건드리는 핵심 변수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은 분명하다.
PwC가 올해 1월 다보스포럼 개막에 맞춰 발표한 제29차 글로벌 CEO 서베이에서는 응답자의 42퍼센트가 AI를 포함한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춰 자사의 비즈니스를 충분히 빠르게 혁신하고 있는지를 가장 큰 고민으로 꼽았다. 컨퍼런스보드의 'C-Suite 아웃룩 2026'에서는 사회·인구·기술적 변화가 자사 사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묻는 항목에서 AI가 CEO와 C-레벨 임원, 이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가장 많이 선택됐다.
한국 기업도 같은 흐름 안에 있다. 삼일PwC가 글로벌 CEO 조사의 한국 응답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AI를 통해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한 한국 CEO의 비율은 글로벌 평균보다 소폭 높았다. 반면 향후 12개월간 관세 영향을 우려하는 비율은 대만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높아, AI 전환과 통상 불확실성이 국내 기업의 서로 다른 축의 경영 과제로 동시에 놓여 있음을 보여줬다.
PwC, CEO 최대 고민은 'AI를 포함한 기술 변화에 충분히 빠르게 대응하는가'
PwC의 제29차 글로벌 CEO 서베이는 95개국 4454명의 CEO를 대상으로 지난해 9월 30일부터 11월 10일까지 진행됐다. 조사에서 CEO들에게 현재 가장 우려하는 질문을 고르게 했을 때 가장 많은 응답을 받은 것은 AI를 포함한 기술 변화에 맞춰 기업을 충분히 빠르게 혁신하고 있는가였다. 응답률은 42퍼센트였다.
이는 혁신 역량이 미래에 충분할 것인지,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는 응답이 각각 29퍼센트였던 것보다 높은 수치다. CEO들의 고민이 단순히 AI 기술을 보유하고 있느냐를 넘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을 사업과 조직에 얼마나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높은 관심이 모든 기업에서 재무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2개월 동안 AI 도입으로 추가 매출을 창출했다고 답한 CEO는 30퍼센트였고, 비용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26퍼센트였다. 반대로 AI 도입으로 비용이 늘었다고 답한 CEO도 22퍼센트에 달했다.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효과를 동시에 경험한 기업은 8곳 가운데 1곳에 해당하는 12퍼센트였다. 반면 56퍼센트는 매출 증가나 비용 절감 가운데 어느 쪽에서도 의미 있는 재무적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AI를 도입하는 기업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실제 손익 개선으로 연결하는 기업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기업 간 차이는 AI 활용을 뒷받침하는 기반에서도 나타났다. PwC는 책임 있는 AI 체계와 전사적인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 환경 등 강력한 AI 기반을 구축한 기업이 의미 있는 재무적 성과를 보고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세 배 높았다고 분석했다.
별도의 PwC 분석에서도 제품과 서비스, 고객 경험 전반에 AI를 광범위하게 활용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이익률이 약 4퍼센트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AI 도입만으로 이익률이 4퍼센트포인트 높아진다는 단순한 인과관계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AI를 일부 시범사업에 머물게 하지 않고 사업 전반으로 확장한 기업군과 그렇지 않은 기업군 사이에 성과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CEO들의 전반적인 경기 전망은 오히려 신중해졌다. 향후 12개월간 자사 매출 성장에 대해 매우 또는 극도로 확신한다고 답한 비율은 30퍼센트로, 2025년 38퍼센트와 2022년 56퍼센트보다 낮아졌다.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이버 위험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사이버 리스크를 주요 위협으로 꼽은 CEO는 31퍼센트로 1년 전 24퍼센트, 2년 전 21퍼센트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AI 활용 확대와 함께 기업이 관리해야 할 기술적 위험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PwC 조사에서 확인되는 것은 AI 투자의 유무보다 성과 전환 능력의 차이다. 일부 기업은 이미 AI를 매출과 비용 개선에 연결하고 있지만, 과반의 기업에서는 아직 뚜렷한 재무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AI 도입 단계에서 기업 전체의 실행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 변수가 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 AI 성과 14%…관세 우려는 대만 이어 세계 2위
삼일PwC가 올해 1월 20일 발표한 한국어판 분석에서는 글로벌 조사와 비교한 한국 CEO의 특징도 확인됐다. AI를 통해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성과를 동시에 달성했다고 응답한 한국 CEO는 14퍼센트였다. 글로벌 평균인 12퍼센트보다 2퍼센트포인트 높다.
적어도 이 지표에서는 한국 기업의 AI 성과가 글로벌 평균에 뒤처져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시에 한국 CEO의 86퍼센트는 아직 매출과 비용 양쪽에서 AI의 긍정적 효과를 동시에 확인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AI 활용 여부보다는 이를 측정 가능한 경영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기업에는 관세라는 또 다른 변수가 존재한다. 삼일PwC 분석에 따르면 향후 12개월간 관세로 영향을 받을 것을 우려한 한국 CEO 비율은 36퍼센트로, 대만의 49퍼센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높았다.
글로벌 조사에서는 CEO 5명 가운데 1명인 20퍼센트가 향후 12개월 동안 관세로 인한 심각한 재무적 손실 위험에 대해 높은 수준의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의 관세 관련 응답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점은 수출 비중이 큰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삼일PwC는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세 정책 변화를 직접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훈수 삼일PwC 대표도 비즈니스와 운영 모델을 빠르고 과감하게 혁신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관세 압박과 같은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동시에 AI를 활용한 경쟁력 강화와 신시장 개척 등 중장기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조사만으로 AI가 관세 충격을 직접 상쇄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 기업이 높은 통상 리스크와 AI 전환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으며, 외부 환경을 기업이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생산성과 사업 모델 등 내부 경쟁력을 높이는 문제가 한층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컨퍼런스보드, 사회·기술 변수 중 AI 1위…WEF는 장기 위험 급부상
컨퍼런스보드가 지난해 10월 1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실시한 'C-Suite 아웃룩 2026'에는 CEO 771명을 포함해 총 1732명의 C-레벨 임원과 이사회 구성원이 참여했다. 이 조사에서도 AI의 영향력은 두드러졌다.
다만 조사 결과의 범위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AI가 1위로 나타난 것은 관세와 금리, 전쟁 등 모든 경영 리스크를 한데 놓고 비교한 순위가 아니라, 2026년 자사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인구·기술적 변화 요인을 묻는 항목이었다.
이 항목에서 AI를 선택한 비율은 CEO 30.3퍼센트, C-레벨 임원 전체 37.8퍼센트, 이사회 구성원 39.2퍼센트였다. 세 집단 모두에서 AI가 가장 많이 선택됐으며 정치적 양극화와 소비자 구매 행동 변화, 기후 이벤트와 관련 혼란 등이 뒤를 이었다.
컨퍼런스보드는 이를 AI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신뢰가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하지 않았다. 오히려 AI 도입 속도에 비해 실행 능력과 거버넌스, 조직의 준비 수준이 뒤처지는 데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AI가 성장 기회인 동시에 기업의 거버넌스 역량을 시험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AI 규제와 거버넌스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국가마다 규제 방향과 적용 범위가 달라지고 집행 기준도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AI 투자와 전사적 배포를 추진하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기술 성능만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WEF가 올해 1월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2026'은 성격이 다르다. 이 자료는 CEO만을 대상으로 한 설문이 아니라 글로벌 위험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인식을 조사한 보고서다. 따라서 PwC나 컨퍼런스보드의 CEO 조사와 동일한 조사로 묶어 해석해서는 안 된다.
WEF 조사에서 'AI의 부정적 결과'는 2년 전망에서는 30위였다. 단기적으로 세계 최대 위험으로 평가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10년 전망에서는 5위로 뛰어올랐다. 조사된 33개 위험 가운데 단기와 장기 전망 사이 순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는 AI가 당장 지정학적 대립이나 무력충돌, 극한 기상 등을 넘어선 최대 글로벌 위험이라는 뜻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노동시장과 사회, 안보 등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사이버보안 영역에서는 AI의 영향이 보다 직접적으로 확인된다. WEF의 '글로벌 사이버보안 아웃룩 2026'은 92개국의 적격 응답자 804명을 분석했으며, 여기에는 CEO 105명을 비롯해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다른 C-레벨 임원, 학계와 시민사회 및 공공부문 사이버보안 리더들이 포함됐다.
조사 응답자의 94퍼센트는 AI가 2026년 사이버보안 환경을 변화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87퍼센트는 AI 관련 취약성이 2025년 한 해 동안 가장 빠르게 증가한 사이버 위험이라고 평가했다. AI가 새로운 공격 수단을 제공하는 동시에 방어 기술의 성능도 높이는 이중적 변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BCG, CEO 절반 "AI 전략 잘못되면 자리도 위태"
AI를 둘러싼 CEO의 부담은 BCG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다만 BCG가 올해 발표한 두 개의 주요 조사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BCG의 'AI Radar 2026' 조사에서 CEO의 82퍼센트는 AI의 투자수익률 잠재력에 대해 1년 전보다 더 낙관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동시에 CEO의 50퍼센트는 AI 전략을 제대로 추진하느냐가 자신의 직무 안정성과 연결돼 있다고 인식했다. AI 투자에 대한 기대가 커진 만큼 최고경영자가 느끼는 성과 압박도 함께 확대된 셈이다.
CEO와 이사회의 관계를 별도로 들여다본 BCG의 'Split Decisions' 조사는 CEO 351명과 이사회 구성원 274명 등 모두 62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여기에서는 AI 전환의 속도와 책임을 둘러싼 두 집단의 시각차가 나타났다.
CEO의 61퍼센트는 이사회가 AI 전환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이사회가 AI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빠른 변화를 요구하는 반면, 실제 조직과 시스템을 전환해야 하는 CEO들은 실행에 필요한 시간과 준비 수준을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AI 전략의 책임 구조에서도 CEO의 비중이 컸다. CEO와 이사회 모두 AI 전략을 경영진이 주도해야 한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지만, 실제 실행을 자신이 직접 이끌고 있다고 답한 CEO는 47퍼센트였다. 최고 AI 책임자(CAIO)가 AI 전략을 주도해야 한다고 본 비율은 CEO와 이사회 모두 10퍼센트에 미치지 못했다.
AI 투자 성과가 CEO 평가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놓고도 인식차가 존재했다. CEO들은 자신의 성과 평가에서 평균 35퍼센트가 AI 투자수익률 목표와 연결돼 있다고 인식한 반면, 이사회가 본 비중은 27퍼센트였다. CEO가 체감하는 AI 성과 압박이 이사회가 공식적으로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수준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두 BCG 조사를 함께 보면 AI는 더 이상 CIO나 기술 부서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다. 투자 규모와 조직 구조, 인력 운영, 사업 모델, 위험 관리까지 연결되면서 AI 전략의 최종 책임이 CEO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동시에 실행 속도와 기대 수준을 둘러싼 이사회와의 조율도 새로운 경영 과제가 되고 있다.
투자는 급증하지만 AI 성과 측정은 아직 초기 단계
경영진의 높은 관심은 실제 투자 확대에서도 확인된다. KPMG가 20개국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3월 발표한 '글로벌 AI 펄스'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들은 향후 12개월 동안 AI에 가중평균 기준 1억86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 상황이 나빠져도 AI 투자를 쉽게 줄이지 않겠다는 기업이 많았다. 글로벌 리더의 74퍼센트는 향후 12개월 사이 경기침체가 발생하더라도 AI를 최우선 투자 항목 가운데 하나로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커지는 속도만큼 성과 관리 체계가 발전한 것은 아니다. EY-파르테논의 CEO 아웃룩 조사에서는 AI가 만들어낸 영향을 재무 보고와 연결하고 이를 고위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검토한다고 답한 CEO가 전체의 11퍼센트에 불과했다.
다수 기업이 표준 지표나 정해진 핵심성과지표(KPI)를 이용해 AI 효과를 측정하고 있지만, 조직 전체에서 일관된 방식으로 관리하는 수준까지 발전한 기업은 아직 많지 않다는 것이 EY의 분석이다.
반면 AI 성과를 재무 보고에 연결하고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성숙 단계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 성장을 기대했으며 최근 실제 성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높았다. 동시에 거시경제와 지정학, 사이버 위험에 대한 경계 역시 상대적으로 강했다.
AI 투자에서 중요한 질문이 '얼마를 쓸 것인가'에서 '투자로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재무적 효과를 측정하지 못한다면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경영진이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CEO 시간의 47%는 단기 현안…장기 의사결정에는 16%
여러 조사를 종합하면 AI가 핵심 경영 변수로 떠오른 배경에는 기술 자체의 발전뿐 아니라 이를 성과로 연결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격차가 있다. 그러나 CEO의 실제 시간 배분은 여전히 단기 현안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wC 조사에서 CEO들은 자신의 업무 시간 가운데 평균 47퍼센트를 1년 미만의 시간 지평을 가진 현안에 사용한다고 답했다. 1년에서 5년 사이 문제에는 37퍼센트, 5년을 넘어서는 장기적인 의사결정에는 16퍼센트만을 배분했다.
혁신을 실제로 뒷받침하는 조직적 장치에서도 인식과 실행 사이의 차이가 확인됐다.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혁신 프로젝트를 수용하거나, 성과가 좋지 않은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체계적인 절차를 갖추거나, 별도의 혁신센터·인큐베이터·사내벤처 기능을 운영한다고 답한 CEO는 각각 대략 네 명 가운데 한 명 수준이었다.
반면 새로운 성장 영역을 찾으려는 움직임은 뚜렷하다. CEO의 42퍼센트는 지난 5년 동안 자사가 새로운 산업에서 경쟁을 시작했다고 답했고, 향후 3년 안에 최소 한 건의 대규모 인수합병을 계획하고 있는 CEO 가운데 44퍼센트는 현재 산업 밖의 기업을 대상으로 거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성장 분야 가운데서는 기술이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다.
문제는 AI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사실과 기업이 실제로 바뀌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데 있다. AI 전략은 기술 투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의사결정 권한과 조직 구조, 인력 역량, 데이터와 기술 기반, 성과 측정 방식이 함께 움직여야 재무적 효과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 기업, AI 도입보다 '성과 전환 능력'이 관건
글로벌 조사 결과를 한국 기업의 상황에 대입하면 두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첫째, AI를 통해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한국 CEO 비율은 14퍼센트로 글로벌 평균 12퍼센트보다 다소 높다. AI 활용 성과라는 제한된 지표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 평균에 뒤처져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
그러나 이 수치를 반대로 보면 한국 기업의 86퍼센트는 아직 두 가지 긍정적 재무 효과를 동시에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AI를 도입했는가보다 AI를 실제 매출과 비용, 생산성, 고객 경험 등의 성과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둘째, 한국 기업은 AI 전환과 함께 높은 통상 불확실성에도 직면해 있다. 향후 12개월 동안 관세의 영향을 우려하는 한국 CEO가 36퍼센트로 세계 두 번째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AI 경쟁만을 독립적으로 고민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AI가 관세나 지정학적 충격을 자동으로 해결해주는 수단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관세는 외부 통상환경의 문제이고 AI는 기업 내부의 생산성과 비용 구조, 사업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경영 변수다. 두 변수의 인과관계가 조사에서 직접 입증된 것도 아니다.
다만 기업이 외부 통상환경을 직접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내부 생산성과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역량의 중요성이 커진다. 이 점에서 한국 기업이 AI를 어느 정도 빠르게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하느냐는 향후 경쟁력을 판단할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전망…AI 도입 경쟁에서 경영 시스템 재설계 경쟁으로
2026년 글로벌 조사들이 보여주는 흐름은 AI가 다른 모든 위험을 제치고 세계 기업의 단일 최대 경영 리스크가 됐다는 단순한 결론이 아니다. 관세와 지정학적 갈등, 경기 불확실성, 사이버 위험 등은 여전히 기업 경영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달라진 것은 AI가 이들 외부 변수와 나란히 CEO가 직접 판단해야 하는 경영 의제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PwC 조사에서는 AI를 포함한 기술 변화에 기업이 충분히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지가 CEO들의 가장 큰 고민으로 나타났고, 컨퍼런스보드에서는 사회·인구·기술적 부정 요인 가운데 AI가 가장 많이 선택됐다. WEF 역시 AI의 부정적 결과가 장기적으로 가장 빠르게 순위가 상승하는 글로벌 위험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AI 투자 성과는 기업마다 크게 엇갈리고 있다. PwC 조사에서 매출 증가와 비용 절감을 모두 달성한 기업은 12퍼센트에 그친 반면, 과반은 두 영역에서 뚜렷한 재무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EY 조사에서도 AI 효과를 재무 보고와 직접 연결해 고위 경영진이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은 11퍼센트에 불과했다.
결국 다음 단계의 경쟁은 AI를 도입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경영 시스템을 AI에 맞게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기술 기반과 데이터, 인력 역량, 의사결정 구조, 거버넌스, 성과 측정 체계를 하나의 운영 시스템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높은 AI 투자도 재무 성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 기업에는 여기에 높은 관세 노출이라는 조건까지 더해져 있다. 외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생산성과 사업 경쟁력의 중요성은 높아진다. AI를 하나의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과 사업 모델을 다시 설계하는 경영 과제로 다룰 수 있는지가 향후 기업 간 성과 격차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AI가 기업 경영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AI를 실제 성과로 연결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AI 전환의 성패가 기업 경쟁력과 CEO의 경영 성과를 가르는 새로운 분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 KBR 자료사진]](/_next/image?url=https%3A%2F%2F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2Fstorage%2Fv1%2Fobject%2Fpublic%2Fnews-images%2Farticles%2F2026%2F09%2F10%2F1789038558140-image.jpg&w=1200&q=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