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결과조차 알리지 않는 채용 관행이 구직 장기화를 키운다는 지적…고지 의무만 있고 제재 없는 채용절차법 제10조, 30인 미만 사업장 사각지대부터 손봐야
서류 결과도 모른 채 기다리는 사람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취업 활동에 나선 29세 여성 최모씨는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100여 곳의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는 연락을 받은 곳은 세 곳에 불과했고, 나머지 기업 대부분은 서류전형 결과를 알려주지 않은 채 채용 공고가 조용히 내려가거나 접수 기한이 지나는 방식으로 마무리됐다고 했다. 최씨는 합격 연락이 오지 않으면 떨어진 것으로 알아야 한다는 말을 선배 구직자들에게 들었지만, 공고에 적힌 '서류 합격자 개별 연락' 문구만으로는 전형이 끝난 것인지 아직 진행 중인 것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어서 한 달 넘게 같은 공고를 들여다보며 다른 지원을 미룬 적도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39세 남성 박모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조업체에서 10년 넘게 생산관리 업무를 맡다 지난해 말 회사를 나온 박씨는 올해 상반기에만 60곳 가까운 기업에 경력직으로 지원했고, 이 가운데 다섯 곳에서는 면접까지 치렀지만, 면접 이후 합격 여부를 알려준 기업은 두 곳뿐이었다고 했다. 나머지 세 곳은 면접 자리에서 이번 주 안에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음에도 전화나 문자가 끝내 오지 않았고, 박씨가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해 확인한 뒤에야 이미 다른 사람을 채용했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씨는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결과를 알 수 없는 채용 건 하나하나가 다음 지원 계획을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됐다고 토로했다.
두 사람의 경험은 개인의 운이 나빴던 사례로 치부하기 어렵다.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구직자가 동시에 지원해야 하는 기업 수는 늘어나는데, 결과 통보가 없는 채용이 많아질수록 구직자는 어느 지원이 살아 있고 어느 지원이 끝났는지 알지 못한 채 불확실한 대기 상태에 놓이게 되고, 이런 대기 시간이 쌓이면 구직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통보 관행은 구직 장기화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 취업자 45개월 연속 감소, 서류 합격률은 20% 아래로
구직자들이 체감하는 '응답 없는 채용'의 배경에는 좁아진 취업문이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12일 발표한 '2026년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7월 15세 이상 취업자는 2913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8000명 늘었지만,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344만1000명으로 19만1000명 줄면서 4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 고용률은 44.2%로 전년 동월 대비 1.6%포인트 하락해 27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고, 청년 실업률은 6.8%로 1.3%포인트 올라 상승 폭이 2021년 1월 이후 5년 6개월 만에 가장 컸으며, 청년 실업자는 25만1000명으로 4만1000명 증가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조사 대상 주간에 공무원 시험 등 구직 활동이 몰린 영향이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지만, 일자리를 찾는 청년이 늘어난 만큼 채용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원 대비 합격 확률도 낮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5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졸업자 2492명 대상)에 따르면 적극적으로 구직 활동을 하는 취업준비생은 한 해 평균 13.4회 입사 지원을 했지만 서류전형을 통과한 횟수는 평균 2.6회에 그쳐 서류 합격률이 19.4%로 전년(22.2%)보다 2.8%포인트 낮아졌고, 응답자의 62.6%는 취업 준비에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조사에서 취업준비생 10명 중 6명(60.5%)은 구직 기대가 낮은 '소극적 구직자'로 분류됐는데, 이들 가운데 과반(51.8%)은 일자리 부족을 이유로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평균 13~14회 지원이라는 수치는 조사 대상이 4년제 대학 재학·졸업자에 한정된 것이어서, 최씨처럼 100곳 가까이 지원하는 구직자가 드물지 않은 현장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지원 횟수가 늘어날수록 결과를 알 수 없는 지원 건수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에서, 서류 합격률 하락과 미통보 관행은 구직자의 부담을 동시에 키우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불합격 통보 자체를 다룬 조사는 비교적 오래된 자료가 대부분이다. 잡코리아가 2019년 10월 발표한 설문(입사지원 경험이 있는 취업준비생 1862명 대상)에서는 최종면접 후 불합격한 기업으로부터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51.5%에 달했고, 지원 기업 유형별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비율은 잡코리아 발표 기준 대기업이 70%대, 공기업이 50%대, 외국계기업이 40%대, 중소기업이 30%대 순으로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낮았다. 같은 해 잡코리아가 인사담당자 3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61%가 불합격자에게 별도 통보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후 채용 플랫폼의 일괄 통보 기능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일부 개선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최종면접을 치른 구직자 절반이 결과를 듣지 못했다는 당시 수치가 크게 달라졌다고 볼 만한 최신 공식 조사는 확인되지 않는다.
의무는 있지만 제재는 없는 채용절차법 제10조
불합격 통보는 기업의 선의에 맡겨진 문제가 아니라 이미 법에 규정된 의무다. 2014년 1월 제정·시행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제10조는 구인자가 채용대상자를 확정한 경우 지체 없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의 업무 매뉴얼과 채용 플랫폼들의 실무 안내에서도 합격자에게만 결과를 알리고 불합격자에게는 알리지 않는 관행이 제10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구직자가 불합격 사실을 신속히 확인해 다른 채용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 조항의 취지다.
문제는 이 의무를 위반했을 때 제10조 자체에 직접적인 과태료나 시정명령 근거가 없어, 고용노동부 점검에서는 개선 권고 중심으로 처리돼 왔다는 점이다. 채용절차법은 거짓 채용광고에 대해 형사처벌을, 채용 관련 부당한 청탁·압력·강요나 금품 수수에 대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직무와 무관한 개인정보 요구나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각각 규정하고 있지만, 채용 여부 미고지에 대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직접 제재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아울러 현행법은 최종 채용대상자 확정 뒤의 결과 고지를 규정할 뿐, 서류전형과 면접 등 각 전형 단계별 결과 통보 기한을 명시적으로 두고 있지 않아, 서류 단계에서 탈락한 구직자가 결과를 알지 못한 채 기다리는 상황은 현행 조문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렵다.
적용 범위도 좁다. 채용절차법은 상시 3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국가·지방자치단체(공무원 채용 제외), 공공기관에 적용되며, 상시 30명 미만 사업장은 아예 적용 대상이 아니다. 앞서 잡코리아 조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비율이 가장 낮았던 곳이 중소기업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통보가 가장 부실한 영역이 법의 바깥에 놓여 있는 셈이다.
고용노동부의 점검 결과도 이런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고용노동부가 2022년 1월 발표한 '2021년 하반기 채용절차법 사업장 지도점검' 결과에 따르면 459개 사업장 점검에서 148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됐는데, 과태료 부과는 23건, 시정명령은 6건에 그쳤고 119건은 법 취지를 고려한 개선 안내로 처리됐으며, 이 가운데 채용 일정 미고지가 28건, 채용 여부 미고지가 19건이었다. 2024년 7월 발표된 상반기 지도·점검 결과에서도 불합격 통보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례가 45건 적발됐지만, 같은 이유로 권고 이상의 조치로 이어지지 못했다. 점검에 걸린 사업장조차 권고로 끝나는 구조에서,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대다수 사업장이 통보 의무를 지킬 유인은 크지 않다.
기업은 왜 알리지 않나
기업이 불합격 통보를 꺼리는 이유는 단순한 무성의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인사 실무자들은 지원자가 수백 명에 이르는 공고에서 일일이 통보해야 하는 행정 부담을 첫손에 꼽고, 최종 후보자가 입사를 거절할 경우에 대비해 차순위 지원자에 대한 결과 통보를 미루는 관행, 채용 자체가 내부 사정으로 보류되거나 취소됐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고 공고만 내리는 관행 등이 겹쳐 있다고 설명한다. 공채 중심이던 채용 방식이 수시·상시 채용으로 바뀌면서 전형 일정이 공고에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난 점도 구직자가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이 통보 의무를 면제할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주요 채용 플랫폼은 이미 지원자 전체에게 결과를 일괄 발송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통보에 드는 비용은 과거보다 크게 낮아졌고, 차순위 후보자를 남겨두고 싶다면 예비 후보로 유지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구직자는 다음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채용 보류·중단 사실의 고지나 예비 후보 상태의 고지는 현행 채용절차법이 명문으로 요구하는 의무가 아니어서, 기업이 이를 알리지 않더라도 현행법상 문제 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며, 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입법 보완 과제로 남아 있다.
구직자의 시간은 비용이다…통보 부재가 만드는 경제적 손실
결과 통보의 부재는 개별 구직자의 불편을 넘어 노동시장 전체의 매칭 효율을 떨어뜨리는 문제로 볼 수 있다. 구직자가 결과를 알 수 없는 지원 건을 붙들고 다른 기회를 미루는 동안 구직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그만큼 소득 공백과 취업 준비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경력 공백이 시장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기 쉬운 경력직 구직자에게는 대기 기간 자체가 부담이 된다. 다만 구직 장기화는 채용 수요 위축과 직무 미스매치 등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여서, 미통보 관행은 이를 악화시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결과를 알리지 않는 관행은 지원자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공유되면서 평판 비용으로 돌아오고, 이는 다음 채용에서 우수 지원자가 지원을 꺼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서 본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준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취업 정보 수집의 어려움'(9.7%)과 '수시채용 확산으로 계획이 어렵다'(7.6%)를 꼽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채용 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환경에서는 구직자가 합리적으로 지원 전략을 세우기 어렵고, 이는 결국 청년층의 구직 단념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통보 의무의 실효성 확보는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 고용 정책의 일부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전면 개정은 폐기와 재논의 반복…2026년에도 미확정
채용절차법을 '공정채용법'으로 전면 개정하려는 시도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정부는 구인자의 의무를 확대·강화한 '공정채용에 관한 법률'로의 전부 개정을 추진해 왔고, 21대 국회에서도 채용절차법 관련 제·개정안이 수십 건 발의되는 등 논의가 이어졌지만, 2023년 발의된 전면 개정안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 들어서는 채용 여부를 알리지 않은 구인자에게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일부 개정안이 2025년 2월 발의돼 있으나, 채용 업계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현재까지 전면 개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개정이 지연되는 사이 사각지대는 오히려 넓어지고 있다. 채용 공고의 상당수가 플랫폼을 통해 게시·마감되고 소규모 기업과 스타트업의 수시 채용 비중이 커지면서, 30인 미만 사업장 제외 규정과 전형 단계별 고지 의무의 부재는 제정 당시보다 더 많은 구직자를 법의 보호 밖에 두게 됐다. 정부가 7월 고용동향 발표 당시 8월 중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채용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는 법 개정이 대책의 한 축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무엇을 고쳐야 하나
현장의 문제를 종합하면 개정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제10조의 채용 여부 고지 의무에 과태료나 시정명령 등 최소한의 실효성 장치를 부여해 권고에 머무는 현행 구조를 바꿔야 한다. 둘째, 현행법에 없는 전형 단계별 결과 통보 의무를 신설해 서류전형·면접 등 각 단계의 결과를 알리도록 하고, '지체 없이'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통보 기한을 명시해 구직자가 다음 지원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역시 현행법이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은 채용 중단·보류 고지와 예비 후보 상태 고지를 새로 의무화해 무응답이 곧 진행 중으로 오인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넷째, 적용 범위를 30인 미만 사업장으로 단계적으로 넓히되, 소규모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채용 플랫폼을 통한 일괄 통보로 의무 이행을 인정하는 방식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이상은 KBR의 분석적 제언으로,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입법 과정에서 논의될 사안이다.
100곳에 지원해도 돌아오는 답이 세 곳뿐인 채용 시장에서, 나머지 97곳의 침묵은 구직자에게 거절보다 더 긴 기다림을 강요한다. 채용절차법이 제정 12년을 넘긴 지금, 통보 의무에 실효성을 부여하고 적용 범위를 넓히는 개정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지원 내역을 정리하며 결과를 기다리는 구직자의 모습. 서류전형 통과 여부조차 알려주지 않는 기업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 = KBR 자료사진]](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articles/2026/08/22/1787365340338-d5981995-e630-457e-9766-2c462fc7091e.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