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보안이 흔들렸다는 소식은 기업에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보안 인력과 예산을 갖춘 금융회사에서도 정보가 빠져나갔다면, 고객정보를 보관하면서 별도의 보안 조직조차 두지 못한 기업은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가. 최근 금융권 침해사고에서 먼저 눈여겨볼 대목은 공격에 사용됐다는 AI의 이름보다 공격자가 접근한 업무 시스템이다. 고객이 직접 사용하는 서비스만 지킨다고 회사가 보유한 정보까지 보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10월 6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전 금융권 긴급 점검회의 모두말씀에는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금융위는 대출모집인과 임직원이 업무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외부 웹페이지·서버 등에서 공격 대상이 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개별 사고의 원인과 수법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며 AI 활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공식 자료만으로 이번 침해가 모두 AI의 독자적 판단과 실행으로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종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기업의 대응도 멈출 수는 없다. 금융권 사건과 별개로 공개된 해외 조사에서는 AI가 공격자의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작업을 연결하고 실행하는 데 사용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기업이 대비할 변화는 특정한 초고성능 도구 하나의 출현보다 공격 준비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의 감소, 그리고 같은 약점을 여러 조직에서 반복해서 찾을 수 있는 능력의 확대이다.
해킹을 설명하던 AI가 작업을 수행하는 AI로
이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가 앤트로픽이 2025년 11월 13일 발표한 사이버 첩보 활동 조사이다. 회사는 그해 9월 탐지한 공격에서 약 30개 조직을 대상으로 침입이 시도됐고, 일부에서 성공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30개는 침입에 성공한 피해 조직의 수가 아니라 공격 대상의 규모이다. 공격자는 목표를 정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렸지만, AI는 정찰과 취약점 검토, 정보 수집 등 여러 작업을 수행했다.
앤트로픽은 해당 활동의 80~90%를 AI가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이 수치는 전 세계 해킹의 자동화율이나 모든 AI 도구의 공격 성공률을 뜻하지 않는다. 특정 서비스에서 발견한 특정 공격 활동에 대한 제공업체의 분석이다. 같은 발표에는 AI가 존재하지 않는 인증정보를 만들어내거나 공개 정보를 비밀정보로 잘못 판단한 사례도 포함돼 있다. 실행 범위가 넓어진 사실과 결과를 스스로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은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2026년 9월 보고서는 확산의 방향을 한층 분명하게 보여준다. 앤트로픽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8월 사이 차단한 악용 사례를 분석하면서, 국가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조직뿐 아니라 금전 목적의 범죄자와 개인 행위자도 AI를 여러 대상에 대한 공격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일부 사례에서는 사람이 목표를 설정하고 유출 결과를 검토하는 동안 AI가 실행을 맡거나 여러 작업의 순서를 조정했다.
이 역시 전체 범죄집단을 대표하는 표본조사는 아니다. 보고서는 관찰된 활동 가운데 두드러진 사례를 선정한 것이라고 명시한다. 그럼에도 2025년의 개별 사례와 2026년의 여러 유형을 함께 놓으면 경영적으로 중요한 변화가 보인다. AI 활용 여부를 공격자의 규모나 전문성만으로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기업은 자신이 대형 조직의 표적이 될 만한 곳인지보다, 외부에서 접근 가능한 약점이 남아 있는지를 먼저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발전 속도는 공격 건수보다 ‘대응할 시간’에서 드러난다
AI 해킹이 얼마나 빨라졌는지를 하나의 배수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모델이 실험 환경에서 과제를 해결한 비율, 실제 공격에 걸린 시간, 공격자가 동시에 다룬 대상 수는 각각 다른 지표이다. 서로 다른 보고서의 수치를 이어 붙여 해킹 능력이 매년 몇 배씩 커진다고 계산하면 기업의 위험을 오히려 잘못 판단하게 된다.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인 NCSC의 2025년 5월 평가는 이 문제를 시간의 관점에서 설명한다. NCSC는 2027년까지의 위협을 전망하면서, 알려진 취약점이 공개된 뒤 실제 악용되기까지의 기간이 이미 며칠 수준으로 짧아졌으며 AI가 이를 더 줄일 것으로 봤다. 또한 새로운 공격 방식의 등장만큼 기존 수법의 효율과 규모 확대를 강조했다. 이 내용은 2027년에 발생한 결과가 아니라 당시 작성한 전망이다.
기업에 적용하면 보안패치의 의미가 달라진다. 같은 취약점을 결국 수정하더라도 외부에 노출된 상태로 남아 있던 기간이 다르면 위험은 같지 않다. 월말에 처리할 업무 목록으로 보안 조치를 관리하는 조직과, 중요한 서비스의 노출을 먼저 줄인 뒤 수정하는 조직 사이에는 공격자에게 허용하는 시간이 달라진다. 정기 점검의 횟수보다 발견된 위험이 실제로 해소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고객 조회용 웹서비스에 취약점이 발견됐는데 업무 중단 우려로 수정이 미뤄지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담당자는 패치 승인, 협력업체 작업 일정, 현업의 동의를 차례로 기다린다. 이때 경영진의 선택은 전면 중단과 무조건 유지의 양자택일만은 아니다. 수정 전까지 외부 접근 범위를 줄이거나 민감한 조회 기능을 제한하고, 대체 업무 절차를 잠시 운영하는 방안도 비교할 수 있다. 보안 대응의 속도는 기술만큼 이런 예외 조치를 승인하는 구조에 달려 있다.
보호의 기준을 서비스 이름에서 데이터와 권한으로
이번 국내 사건에서 금융위가 언급한 업무 편의용 웹페이지와 서버는 일반 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주력 시스템이 아니다’라는 분류가 곧 ‘중요한 정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영업지원, 협력사 관리, 고객 상담처럼 부수적인 이름을 가진 서비스라도 고객의 신원과 거래 관계를 보여주는 데이터에 접근한다면 그에 맞는 보호가 필요하다.
기업이 만들어야 할 목록도 프로그램 이름만 나열한 전산 자산대장에 그쳐서는 부족하다. 각 서비스가 어떤 정보를 보관하는지, 외부에서 누가 접속하는지, 계정을 승인하고 회수하는 사람은 누구인지가 연결돼 있어야 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NIST의 사이버보안 프레임워크 2.0 안내 역시 자산과 공급업체 서비스의 목록, 정보의 흐름, 필요한 범위의 접근권한 관리를 함께 다룬다.
이를 실제 의사결정에 사용하려면 정보의 민감도와 접근 범위를 함께 보는 편이 유용하다. 외부에 열려 있고 고객정보를 폭넓게 조회할 수 있는데 관리 책임자까지 불분명한 서비스라면, 이용자가 적더라도 우선 점검 대상이 된다. 반대로 민감정보가 없고 접근 범위도 제한된 서비스는 같은 수준의 긴급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시스템에 동일한 비용을 쓰기보다 사고가 났을 때의 피해와 현재의 노출을 기준으로 순서를 정하는 방식이다.
위탁업체가 운영하는 서비스도 이 판단에서 빠질 수 없다. 계약서에 보안 책임을 적어두는 것과 사고 때 필요한 기록을 곧바로 확보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야간에 이상 접근이 확인됐을 때 어느 회사가 계정을 정지할 수 있는지, 접속 기록을 누가 보유하고 언제 전달하는지까지 합의돼 있어야 한다. 공급업체를 사고 대응과 복구 계획에 참여시키도록 한 NIST의 권고를 실제 업무에 옮기면 이런 협의가 된다.
다중인증 도입 여부보다 빠져 있는 경로를 찾아야 한다
인증 강화도 단순한 도입률 경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직원용 로그인 화면에 다중인증을 적용했더라도 오래된 관리자 화면이나 별도의 계정 복구 경로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보호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회사가 확인할 범위는 정규 직원의 첫 로그인뿐 아니라 협력업체 계정, 관리자 권한, 기기 교체와 계정 복구까지 이어진다.
NCSC는 2026년 4월 23일 공개한 설명에서 서비스가 지원하는 경우 패스키 사용을 권고하고, 지원하지 않을 때는 기존의 2단계 인증을 사용하도록 안내했다. 패스키를 포함한 FIDO2 인증은 정상 서비스에 인증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피싱에 대한 저항성을 높인다. 다만 단말기와 인증정보 관리 수단의 보안, 계정 복구와 폐기 절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정 인증 제품을 구매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정 관리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기업의 도입 순서는 업무와 권한에 맞춰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관리자나 외부 접속 계정처럼 탈취됐을 때 영향이 큰 영역에 강화된 인증을 우선 적용하고, 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대체 절차와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다. 직원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만큼 불편해지면 별도 계정이나 임시 접근을 요청하게 된다. 예외가 필요한 이유와 허용 기간을 기록하고 종료 시 회수하는 운영까지 포함해야 인증 정책이 실제로 유지될 수 있다.
AI 보안 제품의 성능은 경보 뒤의 행동으로 평가한다
AI를 활용한 방어는 로그를 정리하고 서로 떨어진 이상 징후를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도구가 경고를 보여주는 단계와 실제로 접근을 차단하는 단계 사이에는 운영 판단이 남는다. 위험한 계정을 발견해도 담당자를 찾지 못하거나 서비스 중단 승인을 기다린다면 탐지 속도가 빨라진 이익은 줄어든다. AI의 분석 기능을 도입하는 계획에는 누가 어떤 상황에서 조치할지를 정하는 작업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평가 방식은 실제 업무 시나리오에 기반한 제한적 검증이다. 승인된 시험 환경에서 이상 접근과 고객정보 대량 조회 같은 상황을 설정하고, 도구가 이를 발견하는지뿐 아니라 담당자에게 전달되는 시간과 조치의 정확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경보가 많이 발생했다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위험한 상황을 놓치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영업을 얼마나 덜 방해했는가이다.
자동 대응의 범위도 한 번에 넓히기보다 조치의 영향을 기준으로 나누는 편이 타당하다. 기록 수집과 사건 분류처럼 되돌리기 쉬운 작업부터 자동화하고, 거래 중단이나 대규모 계정 정지처럼 고객과 매출에 영향을 주는 조치에는 승인 조건을 두는 방식이다. AI가 어떤 근거를 보고 조치를 제안했는지 기록하고 잘못된 판단을 되돌릴 수 있어야 운영 부서도 자동화의 범위를 확대할 근거를 얻는다.
특히 보안 업무에 사용하는 AI 자체가 고객정보나 관리자 도구에 접근한다면 그 권한도 별도로 설계해야 한다. 분석에 필요한 자료만 제공하고 실제 시스템을 변경할 권한은 분리하는 방식이 출발점이다. 방어용이라는 목적만으로 광범위한 읽기·쓰기 권한을 주면, 하나의 도구에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이 모인다. AI를 도입한 기업은 외부 공격에 대한 방어와 함께 자신이 새로 만든 접근 경로도 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정보유출 이후의 피해와 업무 복구까지 준비해야 한다
유출 사고의 영향은 돈이 빠져나갔는지 여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금융위도 유출된 정보가 보이스피싱과 스미싱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기업의 사고 안내가 단순히 비밀번호 변경을 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정보가 영향을 받았고 고객이 어떤 접촉을 주의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실제 거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고객에게 추가 인증이나 결제를 요구하는 상황을 가정하면, 고객은 정보가 정확하다는 이유로 연락 자체를 신뢰할 수 있다. 기업은 공식 안내 경로와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연락 수단을 정해두고, 사고 대응 명목으로 요구하지 않는 행동도 명확히 알려주는 편이 좋다. 상담 부서가 보안 부서와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도록 확인된 사실과 아직 조사 중인 범위를 같은 문서로 관리할 필요도 있다.
복구에서는 서버가 다시 켜졌다는 사실과 정상 업무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 고객 조회는 가능해도 주문 처리나 정산이 되지 않는다면 사업은 여전히 멈춰 있는 상태이다. NIST는 2025년 4월 확정한 사고 대응 지침 개정판에서 탐지·대응·복구를 조직 전체의 사이버 위험 관리에 통합하도록 설명한다. 보안팀만의 모의훈련으로 끝내지 않고 영업, 고객 응대, 협력업체의 실제 업무가 복원되는 과정까지 준비하는 방향이다.
사고 때 모든 것을 동시에 복구할 수 없다면 우선순위를 미리 정해야 한다. 기업에 따라 결제 승인, 배송 지시, 고객 안내 중 먼저 유지해야 할 기능이 다를 수 있다. 허용할 수 있는 중단 시간과 복원 가능한 데이터의 기준을 업무 책임자가 정하고, 기술 담당자가 실제 복구 시험으로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순서가 필요하다. 비용이 큰 완전한 이중화를 모든 업무에 적용하기보다 핵심 기능을 지속하는 데 자원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진이 받아야 할 보고서도 바뀐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보안 보고의 질문을 바꿔볼 수 있다. 몇 개의 솔루션을 설치했고 교육을 몇 번 했는지에 더해, 중요한 외부 시스템 가운데 관리 책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곳이 얼마나 남았는지, 위험 발견 후 임시 차단과 최종 수정까지 각각 얼마나 걸렸는지를 보는 것이다. 강화된 인증의 적용률도 전체 직원 수만으로 계산하기보다 중요한 권한과 외부 접근 경로를 얼마나 보호하는지 함께 읽어야 한다.
이 수치는 내부 개선을 위한 지표이며 모든 기업에 통용되는 안전 점수는 아니다. 빠른 차단이 반드시 좋은 대응도 아니다. 정상 고객을 반복해서 막거나 증거를 보존하지 못한 채 시스템을 초기화한다면 다른 손실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대응 시간과 함께 오차단, 업무 중단, 복구 시험 결과를 비교해야 한다. 보안 책임자는 기술적인 위험을 설명하고 업무 책임자는 중단의 영향을 제시하며, 경영진은 그 사이의 자원 배분과 허용 범위를 결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시중은행 침해사고가 기업에 남기는 과제는 AI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공격자가 일을 더 적은 인력과 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방어하는 조직도 발견에서 조치까지 이어지는 지연을 줄여야 한다. 업무 편의를 위해 열어둔 시스템, 필요 이상으로 남겨둔 정보, 예외적으로 부여한 권한, 책임자가 불명확한 대응 절차가 그 출발점이다. AI 방어 역량에 대한 투자는 이런 기본 통제가 실제로 작동하는 조직에서 더 분명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업무 시스템의 연결과 접근 경로를 점검하는 작업은 고객정보 보호의 기본이다. [사진 = KBR 자료사진]](/_next/image?url=https%3A%2F%2F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2Fstorage%2Fv1%2Fobject%2Fpublic%2Fnews-images%2Fautomation%2F57358542-5563-4f17-ab5e-5952b3f7eaae%2F361aa23c-2956-45b3-b0fb-d8cd6ca46ea9-hero_brief.jpg&w=1200&q=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