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이 바꾼 택시 생태계, 고령층은 뒤에 남겨졌다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부르는 일은 이미 한국 도시 교통에서 일상이 됐는데, 서울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택시 이용 시민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택시를 호출할 때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비율은 약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T를 비롯한 대형 호출 플랫폼이 택시 시장의 배차 구조를 사실상 장악하면서, 길가에서 손을 들어 빈 택시를 잡는 전통적인 방식은 점차 시장의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전환이 모든 시민에게 동일한 기회로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인데, 디지털 기기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같은 도로, 같은 시간대에 서 있어도 택시를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플랫폼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과 맞물려, 이동권의 불평등이 눈에 잘 띄지 않는 방식으로 조용히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이러한 지적의 핵심이다.
디지털 정보격차, 고령층의 이동권을 잠식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2025년 3월 발표한 「2024년 디지털 정보격차·웹 접근성·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77.5% 수준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71.4%로 전년(70.7%) 대비 약 0.7%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전체 평균에는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이 조사를 통해 디지털 격차가 전반적으로 완화되는 추세이기는 하나 고령층 등 일부 계층 간 정보격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후 과기정통부가 2026년 3월 공개한 「2025년 디지털 정보격차·웹 접근성·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디지털 정보화 수준 자체는 매년 개선되고 있으나 고령층과 저소득층의 정보 이용 수준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나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히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서비스를 능숙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의 역량 차이로 이어진다는 데 본질이 있다. 택시 호출 앱처럼 회원가입, 결제 수단 등록, 위치 정보 제공 동의와 같은 복수의 디지털 절차를 요구하는 서비스는 디지털 역량이 낮은 계층에게 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정책 자료와 언론 보도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결국 앱을 설치하고 활용하는 역량의 격차가 그대로 이동 접근성의 격차로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이용 행태에서도 세대 간 차이는 뚜렷하게 확인된다. 서울시가 「2024년 택시 이용 시민만족도 조사」를 토대로 설명한 바에 따르면, 20~40대는 60% 이상이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반면 60대 이상은 약 80%가 길거리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 이른바 ‘배회 영업’ 방식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택시 시장 안에서 세대별로 전혀 다른 이용 경로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인데, 앞서 인용한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도 일반 국민을 100으로 환산한 연령별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60대는 70%대 후반, 70대 이상은 50%대 초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이러한 격차의 배경을 뒷받침한다.
길거리 승차에 남겨진 고령층
여전히 많은 고령층에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길가에서 빈 택시를 기다리거나 기존의 전화 콜택시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플랫폼 호출이 시장에 깊이 뿌리내릴수록 택시 기사들이 앱을 통해 들어오는 호출을 우선적으로 배차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증언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으며, 여러 언론 보도에서는 빈 택시 표시 대신 예약 표시가 켜진 차량이 손을 들어도 그냥 지나가더라는 중장년·고령층의 경험담이 반복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길거리 승차에 의존하는 고령층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서 있어도 더 오래 기다려야 하거나 아예 택시를 잡지 못하는 상황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불편의 차원을 넘어, 특정 계층이 주요 이동 수단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는 지적을 뒷받침하는 대목으로 읽힌다.
플랫폼 집중과 배차 알고리즘의 그늘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은 카카오T를 비롯한 소수의 대형 플랫폼이 주도하는 구조로 굳어져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며, 이러한 플랫폼 사업자들은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매칭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배차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는데, 이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앱이나 이와 연계된 콜센터를 통한 호출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앱을 사용하지 않거나 앱과 연계된 전화·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승객은 플랫폼 배차 시스템의 입력값으로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플랫폼 이용자와 비이용자 사이에서 대기 시간과 배차 성공률의 격차가 구조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심야 시간대나 출퇴근처럼 수요가 집중되는 시간대에는 앱 기반 배차가 사실상 주된 이용 경로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여러 보도에서 확인되는데, 이때 앱을 쓰지 못하는 고령층은 택시 이용을 포기하거나 앱 이용자보다 훨씬 긴 시간을 길 위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플랫폼의 효율성이 도리어 특정 계층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업계의 대응
이러한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사업자는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보완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NIA는 디지털 포용 정책의 일환으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취약계층의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5년 7월 7일부터 디지털 소외계층을 위한 ‘동행 온다콜택시’ 시범 운영에 들어갔는데, 서울시 설명에 따르면 이용자가 전용 콜센터(1855-0120)에 전화를 걸어 출발지와 목적지를 말하면 상담원이 ㈜티머니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온다택시’ 웹배차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해 인근 택시를 배정하고, 확정된 배차 정보는 문자나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는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호출료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운영을 맡은 티머니모빌리티가 시스템 구축과 운영 비용을 전액 부담하면서 택시 사업자에게는 운행 1건당 1,000~2,000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서울시는 앱 호출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와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전화 기반 택시 호출 서비스라는 취지로 이 사업을 설명하면서, 운영 시간(오전 9시~오후 10시)을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24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플랫폼도 부분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4년 서울디지털재단과 협력해 시니어 이용자를 위한 ‘카카오T 택시 이용법’ 교육 영상 시리즈를 제작하고, 앱 설치·호출·결제 등 단계별 사용 방법을 안내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시도들이 실제로 얼마나 많은 고령층에게 도달하고 있는지, 지역·계층별 편차는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체계적인 통계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대도시와 달리 농어촌 지역에서는 택시 공급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 플랫폼 전환까지 겹치면서 고령층의 이동 여건이 한층 더 열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농어촌 교통정책 논의에서는 고령층의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공형 교통수단과 전화 기반 수요응답형 교통(DRT) 등 대안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동권 격차,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온다
고령층의 이동 제약 문제는 단순한 교통 불편을 넘어 사회 전반의 비용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기관 방문, 복지·공공서비스 이용, 사회적 활동 참여, 일상적인 생필품 구매 등은 모두 일정 수준의 이동성을 전제로 하는데, 택시를 포함한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질수록 고령층의 건강 관리와 사회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연구·정책 보고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만성질환을 안고 있는 고령층일수록 정기적인 병원 진료와 약 처방을 위해 택시 같은 문전 이동 수단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데, 이러한 계층이 호출 경쟁에서 밀려나면 진료 시기를 놓치거나 외출 자체를 포기하게 되어 건강 악화와 돌봄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무겁게 다뤄진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로 고령층 인구 비중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동권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규모의 사회적 비용과 복지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더욱이 이동권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활동과 관계망을 유지하는 기본 조건에 가깝기 때문에, 특정 세대가 이동 수단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될 경우 그 영향은 개인의 일상을 넘어 지역사회의 활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된다.
플랫폼 기업과 공공의 과제
경영·정책의 관점에서 보면 플랫폼 기업들은 효율성 극대화와 함께 서비스의 포용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디지털 전환의 수혜에서 소외된 계층에게 대안적 접근 경로를 설계하는 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령층 인구가 전체 소비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이들을 배제하거나 사실상 이용을 어렵게 만드는 서비스 설계는 결국 잠재 시장을 스스로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측면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와 지방자치단체, 중앙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협력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크다. 플랫폼 배차 시스템에 전화·오프라인 채널을 유연하게 연계하고, 디지털 역량 교육과 교통약자 지원 정책을 함께 맞물리도록 설계하는 등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이 만들어낸 편의가 특정 계층에게는 도리어 배제의 벽이 되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출발점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적다. 택시 호출 앱 시대의 이동권 격차를 고령화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으로 고착시키지 않기 위해, 플랫폼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효율성과 포용성이 함께 가는 배차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의 견해가 모이고 있다.

![서울 시내를 주행 중인 택시의 모습 [사진 = KBR 자료사진]](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articles/2026/06/05/1780661867291-6eb8415b-c3b6-4ab6-8161-d914082e78c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