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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40조 시대의 역설… 라이더 수입은 왜 거꾸로 가나

배달 시장 거래액은 2026년 1월 기준 전년 대비 10.9% 증가하며 연 40조원 규모로 커졌지만, 라이더들의 체감 수입은 오히려 줄어 건당 최저임금제 요구 행진까지 벌어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 배민 측은 라이더 월평균 소득이 393만원으로 늘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주 40시간 이상 전업 라이더의 비용 공제 전 총수입 기준이어서 유류비·보험료 등을 부담하는 다수 라이더의 실질 소득과 큰 격차가 있다. 첫 번째 원인은 2024년부터 본격화된 플랫폼 간 무료배달 경쟁으로, 비용 절감 압력이 라이더 배달료에 전가되며 건당 단가가 하락하고 묶음배달로 노동 강도는 높아졌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원인은 청년 고용 위축 속 투잡 인구 유입으로 인한 라이더 공급 과잉, 그리고 불투명한 알고리즘 배차·직선거리 콜비 산정 등 비용 전가 구조다. 2026년 들어 건당 최저임금제 논의, 근로자 추정제 시행 추진, 수수료 투명화 입법이 본격화되면서 '많이 뛰면 버는 시대'를 지나 단가와 분배의 규칙 자체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류현진 선임기자입력 2026년 6월 11일수정 2026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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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달 라이더가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주문 음식을 픽업하고 있다. 배달앱 거래액이 연 40조원 규모로 성장한 가운데, 정작 라이더들의 건당 수입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 = KBR 자료사진]
한 배달 라이더가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주문 음식을 픽업하고 있다. 배달앱 거래액이 연 40조원 규모로 성장한 가운데, 정작 라이더들의 건당 수입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 = KBR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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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커지는데 라이더 지갑은 얇아진다

배달 시장의 외형 지표만 보면 라이더의 수입이 줄어들 이유가 없어 보인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2026년 3월 발표한 온라인쇼핑동향에 따르면 2026년 1월 음식서비스(배달음식)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9% 증가했고, 전체 온라인쇼핑 거래액 24조1,004억원 가운데 15.8%를 차지하며 상품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2025년 연간 기준으로는 국내 온라인 음식 배달 거래액이 약 4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보도됐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 기준 2025년 3월 배달앱 결제추정금액은 2조2,800억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정점기였던 2022년 3월(2조3,151억원) 수준에 근접했고, 배달앱 사용자는 2,701만명으로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그런데 정작 배달을 수행하는 라이더들의 체감 수입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6년 4월 라이더유니온과 화물연대는 수원역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며 '배달 건당 최저임금제' 도입을 요구했다. 이들은 건당 임금 구조에 묶인 라이더들이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안전을 담보로 한 무리한 운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시장 규모와 라이더 소득이 따로 움직이는 이 역설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본 기사는 공개된 통계와 업계 자료를 바탕으로 그 구조적 원인을 짚어본다.


수치로 보는 라이더 소득 논쟁: 393만원 vs 체감 반토막

라이더 소득을 둘러싼 수치는 발표 주체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배달의민족 물류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은 배민커넥트에서 주 40시간 이상 운행하는 라이더의 월평균 소득이 393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만원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발표 직후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수입이 줄었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 라이더는 "월 400만원 이상 벌려면 오전·오후 피크는 기본이고 야간까지 빡세게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간극은 통계의 분모 설정에서 비롯된다. 플랫폼이 발표하는 평균 소득은 주 40시간 이상 운행하는 '전업 상위 그룹'을 기준으로 하는 반면, 실제 라이더 다수는 파트타임·투잡 형태로 일하며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올린다. 또한 플랫폼 발표 수치는 총수입 기준이어서 유류비, 보험료, 오토바이 감가상각, 정비비 등 라이더가 전액 부담하는 비용이 빠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륜차 유상운송 보험료가 연 150만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고, 여기에 월 유류비와 정비비를 더하면 명목 수입과 실질 소득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시민단체 국민입법센터가 2023년 발표한 대규모 실태조사에서는 응답 라이더의 63%가 코로나19 이후 소득이 감소했다고 답했으며, 직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2.9점에 그쳤다. 이후 공신력 있는 전수 소득 조사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2026년 들어 건당 최저임금제 요구가 거리 행진으로 이어진 점은 소득 악화 체감이 누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읽힌다.


원인 ① 건당 단가 하락: '무료배달 전쟁'의 청구서

라이더 소득 하락의 첫 번째 구조적 원인은 건당 배달 단가의 하락이다. 2024년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 가입자 대상 무료배달을 시작하자 배달의민족이 알뜰배달(묶음배달) 무료 정책으로 맞대응하면서, 플랫폼 간 무료배달 경쟁이 시장의 기본 질서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가 내던 배달비가 사라진 자리에서 플랫폼은 비용 절감 압력을 받게 됐고, 그 압력의 상당 부분이 라이더 배달료로 전가됐다는 것이 라이더 단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라이더 커뮤니티와 일부 매체에서는 한때 건당 5,000원대였던 실수령 배달료가 3,00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는 증언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다만 이는 지역·시간대·플랫폼별 편차가 큰 체감치로, 공식 통계로 확인된 전국 평균값은 아니라는 점에서 추정치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단가 구조 자체다. 기본 배달료는 지역에 따라 통상 2,000~3,000원대에서 책정되며, 라이더유니온은 "기본료가 2,500원인 곳에서는 한 번에 5~6개의 배달을 묶어 실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묶음배달(알뜰배달) 확산은 플랫폼과 소비자에게는 비용 절감이지만, 라이더에게는 건당 단가 하락과 노동 강도 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변화였다.


원인 ② 공급 과잉: 투잡 라이더의 유입

두 번째 원인은 라이더 공급의 구조적 증가다. 배달 라이더는 진입 장벽이 사실상 없는 직종이다. 경기 둔화로 청년 고용이 위축되면서 — 2026년 2월 기준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3.3%로 22개월 연속 하락했고 청년 취업자는 전년 대비 14만6,000명 감소했다(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 본업 외 수입을 찾는 투잡·부업 인구가 배달 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도 "라이더가 돈을 잘 버는 줄 알고 투잡들이 늘고 있다"는 토로가 나온다.

공식 고용 통계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가데이터처 지역별고용조사 기준 배달원 취업자는 2022년 45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상반기 42만6,000명으로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도보·자전거·자가용 등 비전통적 수단으로 간헐적으로 일하는 플랫폼 종사자까지 포괄하면 실제 배달 노동 공급은 통계보다 넓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서 좁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는 2022년 기준 79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20.3% 증가한 바 있다. 콜(주문)은 한정돼 있는데 콜을 받으려는 사람이 늘면, 건당 단가가 유지되더라도 1인당 배차 건수가 줄어 개인 소득은 감소한다. 시장 전체 거래액 증가와 개별 라이더 소득 감소가 동시에 성립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원인 ③ 알고리즘 배차와 비용 전가 구조

세 번째 원인은 플랫폼의 AI 알고리즘 배차 구조다. 배달료는 실시간 수요·공급에 따라 알고리즘이 책정하는데, 라이더 입장에서는 단가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불만이 크다. 국민입법센터 조사에서도 라이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AI 알고리즘 형성 과정에 라이더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거리 산정 방식도 논란이다. 배달대행 업계에서는 실제 주행 거리가 아닌 직선거리 기준으로 콜비를 계산하는 관행이 여전해, 우회 경로가 필요한 배달일수록 라이더가 유류비를 떠안는 구조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여기에 고정비 상승이 겹친다. 보험료, 유류비, 정비비 등은 라이더 개인이 부담하는데, 이들 비용은 물가 흐름을 따라 오르는 반면 배달 단가는 플랫폼 경쟁 논리에 따라 정체되거나 하락했다. 명목 수입이 같아도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 '가위 효과'다. 한 라이더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기름값, 보험료, 세금, 감가, 정비비를 빼면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증언했다. 개별 증언인 만큼 일반화에는 신중해야 하지만, 비용 공제 후 실질 소득이 명목 수입보다 크게 낮다는 구조 자체는 업계에서 폭넓게 인정되는 사실이다.


2026년, 제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득 하락이 누적되자 2026년은 배달 플랫폼 규제의 분기점이 되고 있다. 첫째, 건당 최저임금제(안전배달료) 논의가 본격화됐다. 라이더유니온 등은 건당 임금의 최저 기준을 법으로 정해 과속·신호위반을 유발하는 저단가 구조를 차단하자고 요구하고 있으며, 2026년 4월 대규모 행진으로 논의에 불이 붙었다. 해외에서는 미국 시애틀이 분당·마일당 단가와 건당 최저 금액을 조례로 명시한 '페이업(Pay Up)' 제도를 운영 중이어서 국내 논의의 참고 모델로 거론된다.

둘째, 플랫폼 노동자 '근로자 추정제'가 2026년 시행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분쟁 시 노동자성 입증 책임을 사업자 쪽으로 전환하는 제도로, 라이더가 근로자로 인정되면 4대 보험, 최저임금, 산재 보상 등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플랫폼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계약 형태를 바꾸거나 인력을 줄이면 오히려 소득이 감소하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셋째, 배달앱 수수료·배달비 산정 구조의 투명화 입법이 속도를 내면서, 우대수수료율과 배달비 분담 내역을 입점업체와 소비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전망: '많이 뛰면 버는 시대'의 종언

종합하면 라이더 소득 감소는 일시적 경기 요인이 아니라 ①무료배달 경쟁에 따른 건당 단가 하락 ②투잡 인구 유입에 따른 공급 과잉 ③알고리즘 배차와 비용 전가 구조라는 세 겹의 구조적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시장 거래액 40조원 시대에도 그 성장의 과실이 배달 노동의 단가로 흘러가지 않는 분배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2026년 제도 논의가 건당 최저 기준 도입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플랫폼의 자율 상생안 수준에서 머물지에 따라 라이더 소득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오래 뛰면 그만큼 버는' 시대는 이미 끝났고, 이제는 단가와 분배의 규칙 자체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다는 점이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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