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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 1800원대 내려가나…정부, 석유 최고가격 첫 인하

정부가 중동전쟁 이후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7차 상한을 처음으로 리터당 150원씩 인하해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낮췄다. 이번 조정은 국제유가 하락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등 중동 긴장 완화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제도 시행 105일 만의 첫 하향 조정이다. 정부는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2000원 초반대에서 18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보지만, 기존 고가 재고 때문에 소비자 체감까지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 최고가격제는 물가 방어 효과가 있다는 평가와 함께, 가격 신호 왜곡·정유사 손실·재정 부담 확대라는 부작용 지적도 동시에 받고 있다. 정부는 당장 제도를 종료하지 않고 4주간 7차 가격을 적용하되, 향후 유가 안정과 공급망 정상화 여부에 따라 출구전략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지영 기자입력 2026년 6월 27일수정 2026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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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석유 최고가격 상한을 처음으로 인하하면서, 국제유가 하락이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 = KBR 자료사진]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 상한을 처음으로 인하하면서, 국제유가 하락이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 = KBR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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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석유 최고가격 첫 인하…정유사 출고가 1700원대로

중동전쟁 이후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105일 만에 첫 하향 조정되면서 휘발유·경유·등유 공급가 상한이 리터당 150원씩 낮아졌다.


석유 최고가격 상한, 시행 후 첫 하향 조정

정부가 중동전쟁 발발 직후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공급가 상한을 처음으로 끌어내리면서, 석 달 넘게 1900원대에 묶여 있던 정유사 출고가가 1700원대로 내려가게 됐다. 산업통상부는 27일 0시부터 적용되는 7차 석유 최고가격을 6차 대비 리터당 150원씩 일괄 인하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조정으로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은 보통휘발유 리터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각각 낮아졌다.

이번 인하는 정부가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지난 3월 13일 시행한 지 약 105일 만에 단행한 첫 하향 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도 시행 이후 2차 고시 때 한 차례 가격을 끌어올린 뒤 6차까지 줄곧 동결돼 왔던 공급가 상한이 이번에 비로소 방향을 튼 것이다.

산업통상부는 3월 27일 2차 최고가격을 지정하면서 보통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상한을 올린 이후 이 수준을 석 달가량 유지해 왔다. 이번 7차 조정으로 휘발유와 경유, 등유 세 유종 모두 리터당 150원씩 내려가게 됐다.


중동 긴장 완화와 국제유가 하락이 인하 배경

정부가 동결 기조를 깨고 상한을 끌어내린 배경에는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한층 누그러진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지난주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에 합의한 이후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사례가 늘어나는 등 공급망을 둘러싼 긴장이 다소 가라앉았다는 점을 첫 번째 인하 사유로 제시했다.

6월 초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가 종전 합의를 계기로 빠르게 하향 안정되면서 가격 통제의 명분 자체가 달라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5일 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5.26달러, 뉴욕상품거래소의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종가는 71.92달러로 집계됐다.

산업통상부는 민생 안정이라는 최고가격제도의 기본 취지 아래 국내 석유가격 안정과 국민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국제유가 하락분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7차 최고가격을 전격 인하하기로 결정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까지는 시차 가능성

이번 인하가 소비자에게 실제로 체감되기까지는 다소 시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조치로 현재 리터당 2000원 초반대에 형성돼 있는 일선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1800원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기존에 비싸게 들여온 재고가 소진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주유소 단계에서 가격이 내려가기까지는 일정한 간격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고가격 하락을 국민이 신속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기존 재고가 남아 있다는 이유로 가격 인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주유소를 면밀하게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와 소비자 단체, 공공기관은 전국 1만여 개 주유소의 판매가격과 물량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범부처 시장점검단을 통한 현장점검으로 불법행위 주유소를 적발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예고했다.


30년 만에 되살아난 가격 통제 수단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도매가격에 정부가 직접 상한선을 설정하는 제도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에 이처럼 직접적인 상한을 씌운 것은 1997년 석유가격 완전자유화 이후 약 30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던 가격 통제 수단이 중동전쟁이라는 비상 국면을 계기로 되살아난 셈이다. 제도는 도입 초기 2주 단위로 국제유가 변동을 반영해 정유사 출고가 상한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나, 최근에는 4주를 기본 조정 주기로 두되 정세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1차 최고가격은 3월 13일부터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으로 설정됐다. 이후 2차 조정에서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해 세 유종 모두 210원씩 끌어올렸고, 어민 부담을 덜기 위해 선박용 경유까지 대상 유종에 추가됐다.


시장 왜곡과 재정 부담 논란도 지속

제도가 석 달 넘게 이어지면서 시장 가격 기능이 왜곡되고 정부의 재정 부담이 불어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최고가격제를 6개월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4조2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를 확보해 둔 상태다.

정유업계 안팎에서는 제도 시행에 따른 누적 손실 규모가 이미 4조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손실 추산치는 업계 측 주장에 기반한 수치인 만큼 향후 정산 과정에서 달라질 여지가 있다.

정부는 실제 원유 도입가와 생산비용 등 원가에 적정 마진을 더해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을 확정하고, 20인 이내 전문가로 구성되는 최고액 정산위원회에서 정유사별 지급액을 심의하도록 했다. 첫 정산 대상 기간은 제도 시행 첫날인 3월 13일부터 2분기가 끝나는 6월 말까지로 설정됐다.


정부는 물가 방어 효과를 강조

정부가 제도의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 통제를 이어 온 데에는 물가 방어 효과가 뚜렷하다는 자체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2200원, 경유는 2500원 수준까지 치솟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 덕분에 휘발유는 리터당 200원, 경유는 400원, 등유는 600원가량의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까지 올랐을 것이라는 취지로 제도의 물가 억제 효과를 강조한 바 있다.


종합 물가 대책과 함께 추진된 7차 인하

이번 7차 최고가격 인하는 같은 날 발표된 종합 물가 대책의 일부로 추진됐다. 구윤철 부총리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를 주재하면서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과 필수 생계비 부담 완화, 고유가 피해 소상공인 지원 등에 1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농축수산물 거의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에 3500억원을 배정했다.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신선란 수입 물량을 기존보다 6배 이상 늘린 2억개를 추가로 들여오고, 다음 달 노르웨이에 특사단을 파견해 현지산 고등어 2000톤을 직수입한 뒤 저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공공요금 동결과 에너지 지원도 병행

에너지 부문에서도 부담 완화 조치가 잇따랐다. 정부는 전기·가스요금 등 주요 공공요금을 하반기 내내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LPG 부탄에 부과되는 판매부과금은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등유와 LPG를 사용하는 에너지바우처 수급 가구에는 기존 지원금과 별도로 14만7000원을 오는 10월부터 내년 5월까지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매점매석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위반으로 얻은 이익의 2배 이하 또는 이익 산정이 곤란한 경우 4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신설해 물가 안정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함께 제시됐다.


환율과 하반기 물가가 남은 변수

다만 국제유가가 내림세를 보이더라도 물가 부담이 곧바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변수도 남아 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으면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단가 인하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내려도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국내 소비자가 체감하는 수입물가 하락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정경제부는 다음 달 발표되는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돌 가능성이 있고 하반기 내내 물가 상방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6월과 7월 물가가 3%를 상회하는 흐름을 보이다가 8월 고비를 넘기고 중동 상황이 안정적으로 이어진다면 9~10월 이후 2%대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부, 제도 즉시 종료에는 선 그어

정부는 중동전쟁 종전에도 그동안 누적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여파가 이어지고 여름철 이상기후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석유 최고가격제를 당장 종료할 계획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석유류 소비자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7차 최고가격은 27일 0시부터 향후 4주간 적용된다. 정부는 중동 정세와 국내외 유가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상황 변화에 따라 4주 조정 주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상한을 큰 폭으로 끌어내린 만큼 향후 공급망 정상화와 유가 안정 흐름이 이어질 경우 제도의 출구전략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정책 효과와 부작용 사이의 엇갈린 평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둘러싼 평가는 정책 효과와 부작용 사이에서 엇갈려 왔다. 제도에 우호적인 쪽에서는 전쟁 국면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때 정부가 공급가에 상한을 씌움으로써 국내 기름값 폭등의 단기 충격을 완충하고 시장의 가격 상승 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분명했다고 평가한다.

국가 비상 상황에서 소비자 후생을 보호하기 위한 한시적 시장 안정 수단으로 활용할 때 정책의 타당성이 높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반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제하는 방식인 만큼 가격 신호가 왜곡되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손실 보전에 들어가는 재정에 대한 조세 저항이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 또한 꾸준히 따라붙었다. 제도가 장기화될 경우 주유소 간 가격이 획일화되고 공급이 위축되는 등 시장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번 7차 인하가 출구전략으로 가는 단계적 조정의 신호인지에 관심이 모인다.


정유 산업 현장의 부담과 향후 조율 과제

제도의 무게는 정유 산업 현장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돼 왔다. 국내 정유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울산 지역은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이 씌워지는 최고가격제의 영향을 최전선에서 받아 온 곳이다.

원유 도입 단가가 높은 국면에서 출고가가 묶이면서 정유사들의 채산성 부담이 누적돼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손실 보전을 위한 재정지원 규정을 별도로 마련하고 정산 절차를 가동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산업계의 부담을 일정 부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실제 보전 규모와 정산 시점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 간 견해차가 남아 있어 제도가 연착륙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조율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체감은 주유소 재고 회전 속도가 관건

운전자들이 가격 인하를 피부로 느끼는 시점은 주유소 재고 회전 속도에 따라 지역과 업소별로 차이가 날 전망이다. 서울 강남권 등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는 지역에서는 휘발유가 여전히 리터당 2000원을 크게 웃도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이번 상한 인하분이 실제 판매가에 반영되기까지 체감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을 통해 인근 주유소의 실시간 판매가격을 비교하며 주유 시점을 조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조언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정부 역시 가격 인하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주유소에 대한 점검을 예고한 만큼, 7월 들어 일선 판매가격의 하향 흐름이 어느 정도 속도를 낼지가 이번 조치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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