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siness Review
Korea Business Review

deep-analysis

젠슨 황 4박 5일이 남긴 것: 한국은 엔비디아 AI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나

HBM 장기계약·기가와트급 AI 팩토리·피지컬 AI까지…부품 공급처에서 생태계 동반자로 확장된 한국, 그러나 청사진과 실체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검증 과제로 남았다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4박 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쳤다. 그는 이번 방문 기간 동안 SK그룹과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그룹, 네이버, SK텔레콤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인공지능(AI) 공급망과 인프라 전반에 걸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에 이은 재방문이라는 점에서, 이번 일정은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기존 협력의 후속 단계로 읽힌다는 평가가 국내 업계에서 나온다. 이번 방한의 무게중심은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소유 책임기자입력 2026년 6월 9일수정 2026년 6월 9일
Share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입된 스마트팩토리 전경. 한국 완성차·전자·로봇 기업이 보유한 제조 현장 데이터가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과 접점을 갖는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 KBR 자료사진]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입된 스마트팩토리 전경. 한국 완성차·전자·로봇 기업이 보유한 제조 현장 데이터가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과 접점을 갖는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 KBR 자료사진]

Audio Briefing

기사 내용을 음성으로 들어보세요.


HBM 장기계약·기가와트급 AI 팩토리·피지컬 AI까지…부품 공급처에서 생태계 동반자로 확장된 한국, 그러나 청사진과 실체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검증 과제로 남았다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4박 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쳤다. 그는 이번 방문 기간 동안 SK그룹과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LG그룹, 네이버, SK텔레콤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인공지능(AI) 공급망과 인프라 전반에 걸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에 이은 재방문이라는 점에서, 이번 일정은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기존 협력의 후속 단계로 읽힌다는 평가가 국내 업계에서 나온다.

이번 방한의 무게중심은 과거와 달라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간의 협력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조달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데이터센터와 로보틱스,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협력으로 외연이 확장됐다. 엔비디아는 방한 기간 SK하이닉스와 2년 이상 유지되는 HBM 장기 공급 계약을 포함한 장기 파트너십을 발표했고, 네이버 및 SK텔레콤과는 한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이른바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공동 사업 계획을 공개했다. 방한이 남긴 구체적 합의를 분야별로 짚어본다.


HBM, 흔들리지 않는 토대 위에서 재편되는 점유율

한국이 엔비디아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위상의 출발점은 HBM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시장에서 매출 기준 1위 사업자로,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와 3분기 전체 HBM 시장에서 각각 62%, 5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또 다른 리포트는 2025년 HBM 시장 매출 점유율을 SK하이닉스 61%, 마이크론 22%, 삼성전자 18%로 추정하며, 2026년에도 SK하이닉스가 약 50%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방한에서 양사의 관계는 한층 구체화됐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2년 이상 유지되는 장기 HBM 공급 계약과 함께, 엔비디아 차세대 AI 플랫폼에 필요한 차세대 메모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양사는 이 협력이 기존 AI 서버용 HBM 공급 관계를 넘어, AI 팩토리용 메모리 공동 개발과 반도체 설계·제조 공정에 AI를 적용하는 영역까지 확장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제품에서도 한국 기업의 우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등은 2026년 엔비디아향 HBM3E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물량 기준 점유율을 약 70% 수준, 추정치로는 71%가량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HBM4 세대에서는 SK하이닉스 55%, 삼성전자 28%, 마이크론 17%의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점유율 수치만 보면 SK하이닉스의 비중이 과거 대비 다소 조정되는 흐름이지만, 이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재편 과정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는 주요 업체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로 구성된 점을 감안할 때, AI 가속기용 HBM 공급망에서 한국 메모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공급 구조는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 한국의 위상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AI 팩토리: 부품 공급처에서 '인프라 운영자'로

이번 방한에서 주목할 변화는 한국 기업이 칩과 메모리를 공급하는 위치에서 나아가, AI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는 주체로 참여하게 됐다는 점이다. 그 중심에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사업 모델이 있다. AI 팩토리는 엔비디아가 AI 연산 인프라를 데이터센터 단위로 제공하는 사업 모델로, GPU 단품 판매를 넘어 회사가 육성 중인 영역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방한에서 SK그룹과 네이버, SK텔레콤과 AI 팩토리 관련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SK그룹과 엔비디아는 최소 2년 이상 유지되는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과 함께 AI 팩토리 구축에 필요한 메모리 공급, 반도체 설계·제조 혁신 등 전방위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엔비디아의 DSX 플랫폼을 기반으로 칩부터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AI 클라우드 인프라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 등 차세대 플랫폼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역시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함께 기가와트(GW)급 초대형 AI 팩토리 구축을 목표로 하는 공동 사업에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2027년 55MW 규모의 AI 인프라 가동을 시작한 뒤 같은 해 100MW, 2028년 200MW까지 단계적으로 규모를 확장하고, 장기적으로는 GW급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서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와 구축·운영을 담당하고, 엔비디아는 GPU 등 AI 가속기 공급과 글로벌 고객 발굴에 참여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협력 축의 이동

젠슨 황 CEO가 이번 방한에서 강조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피지컬 AI'였다. 그는 방한 직전과 방한 기간 중 발언을 통해 로보틱스와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를 한국과의 향후 주요 협력 분야로 언급했다. 엔비디아와 한국 기업 간 협력의 무게중심이 메모리에서 물리적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국내 보도에 따르면, 황 CEO는 LG그룹과 현대차그룹, 두산 등과의 회동에서 제조 데이터와 디지털 트윈, 로봇·자율주행 등을 활용한 자율 제조 및 로보틱스 관련 협력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여러 자리에서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구현에서 데이터 확보가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으며, 소프트웨어와 제조업, AI 역량을 함께 보유한 한국의 잠재력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한국 완성차·전자·로봇 기업들이 보유한 제조 현장 데이터와 디지털화된 생산 시스템이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과 접점을 갖는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제조 기반과 산업 데이터를 함께 보유한 한국이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에서 협력 대상으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그래서, 한국은 '핵심 거점'이 될 수 있나

이번 방한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은 HBM 장기 공급 계약과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AI 팩토리 공동 사업 계획, 로보틱스·피지컬 AI 협력 확대 방향 등으로 정리된다. HBM이라는 기존 토대 위에 AI 팩토리라는 인프라 협력과 피지컬 AI라는 미래 협력 방향이 더해지면서, 협력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신중하게 짚어야 할 대목도 있다. 이번 협력의 상당수가 구속력 있는 확정 계약이라기보다, 협력 방향과 청사진의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발표된 합의 가운데 일부는 구체적인 공급 규모와 투자 금액, 계약 기간이 공개되지 않았다. 화려한 선언이 실제 가동 실적과 숫자로 입증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결국 한국이 엔비디아 AI 공급망의 '핵심 거점'이 될지, 나아가 미국·중국과 함께 '세계 3대 AI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할지는, 현재로서는 젠슨 황 CEO 및 업계의 발언과 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한 평가·전망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2027년으로 예정된 AI 팩토리 가동과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이라는 약속이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지가, 한국 거점론의 실체를 가를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 저작권자 © 코리아비즈니스리뷰(Korea Business Review).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