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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조직문화를 어디까지 바꿀 수 있을까?

갤럽 2026 조사(141,444명) 결과 글로벌 직원 몰입도는 20%로 2020년 이후 최저이며, 특히 관리자 몰입도가 31%→22%로 급락해 문화의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 맥킨지 OHI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총주주수익률(TSR)이 3배 높고, 결단력과 임파워먼트를 겸비한 리더가 조직 건강의 핵심 변수다. CEO의 82%가 문화를 우선순위로 꼽지만, 문화를 전략과 직접 연결한 '컬처 액셀러레이터' 기업만이 매출 성장률 2배(9.1% vs 4.4%)의 격차를 만들었다. 팀 몰입도 편차의 70%는 직속 관리자가 좌우하므로, CEO의 가장 강력한 문화 투자처는 슬로건이 아니라 관리자의 역량과 몰입이다. AI 투자에서 실질적 효익을 본 CEO가 12%에 불과한 2026년, 변화를 수용하는 조직문화가 AI 전환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 문화는 CEO의 연설이 아니라 결정의 누적이다.

김민경 책임기자입력 2026년 6월 11일수정 2026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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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심은 하나의 결정은 조직의 연결망을 타고 모든 자리로 퍼져나간다. 문화는 연설이 아니라 결정의 누적이다.[사진 = KBR 자료사진]
CEO가 심은 하나의 결정은 조직의 연결망을 타고 모든 자리로 퍼져나간다. 문화는 연설이 아니라 결정의 누적이다.[사진 = KBR 자료사진]

갤럽 2026 조사(141,444명) 결과 글로벌 직원 몰입도는 20%로 2020년 이후 최저이며, 특히 관리자 몰입도가 31%→22%로 급락해 문화의 약한 고리가 되고 있다. 맥킨지 OHI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총주주수익률(TSR)이 3배 높고, 결단력과 임파워먼트를 겸비한 리더가 조직 건강의 핵심 변수다. CEO의 82%가 문화를 우선순위로 꼽지만, 문화를 전략과 직접 연결한 '컬처 액셀러레이터' 기업만이 매출 성장률 2배(9.1% vs 4.4%)의 격차를 만들었다. 팀 몰입도 편차의 70%는 직속 관리자가 좌우하므로, CEO의 가장 강력한 문화 투자처는 슬로건이 아니라 관리자의 역량과 몰입이다. AI 투자에서 실질적 효익을 본 CEO가 12%에 불과한 2026년, 변화를 수용하는 조직문화가 AI 전환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되고 있다 — 문화는 CEO의 연설이 아니라 결정의 누적이다.


주주수익률 3배 차이를 만드는 '컬처 액셀러레이터'의 조건 — 훌륭한 문화를 가진 기업들의 공통점은?

"문화는 전략을 아침식사로 먹어치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것으로 널리 알려진 이 말은 수십 년째 경영 현장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2026년의 경영 환경에서 이 문장은 단순한 경구가 아니라 데이터로 입증되는 명제가 됐다. 조직문화가 좋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주주수익률, 인재 유지율, AI 전환 성공률에서 수치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조직문화는 누가 만드는가. 그리고 CEO 한 사람은 그 문화에 과연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CEO의 영향력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만, 그 영향력이 작동하는 경로는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CEO가 직접 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화가 만들어지는 조건을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기사에서는 최신 글로벌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CEO와 조직문화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훌륭한 조직문화를 갖춘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짚어본다.

이 질문이 특히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절실한 이유가 있다. 국내 기업들은 지금 세대 교체, 일하는 방식의 전환, AI 도입이라는 세 가지 변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2025 HRD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꼽은 조직문화 현안에는 조직 가치 공유(60퍼센트)에 이어 조직몰입과 소속감 강화(53퍼센트), 팀워크 강화(48퍼센트), 세대 차이 갈등 해소(40퍼센트), 심리적 안전감 구축(34퍼센트)이 상위에 올랐다. 비전 공유부터 세대 갈등까지, 어느 하나도 제도 한두 개로 해결되지 않는 문화의 문제들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제의 출발점에는 결국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행동이 놓여 있다.


숫자로 확인되는 조직문화의 위기

먼저 현재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갤럽이 2026년 발표한 '글로벌 직장 현황(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보고서는 140개 이상 국가의 임직원 14만 1,444명을 조사한 결과를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글로벌 직원 몰입도는 20퍼센트로, 2020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갤럽은 낮은 몰입도가 세계 경제에 연간 약 10조 달러, 글로벌 GDP의 약 9퍼센트에 달하는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추산한다.

더 주목할 부분은 하락의 진원지다. 같은 조사에서 관리자의 몰입도는 2022년 31퍼센트에서 2025년 22퍼센트로 9퍼센트포인트나 급락한 반면, 일반 구성원의 몰입도는 20퍼센트에서 19퍼센트로 1퍼센트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과거 관리자들이 누리던 '몰입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이다. 갤럽은 그 원인으로 조직 계층 축소에 따른 관리 범위 확대, 그리고 AI 도입 과정에서 관리자에 대한 지원 부족을 지목했다.

문화에 대한 체감도 역시 낮다. 갤럽이 별도로 추적하는 조직문화 지표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미국 직장인 가운데 자신이 조직의 문화와 강하게 연결돼 있다고 느끼는 비율은 20퍼센트에 불과했다. 열 명 중 여덟 명이 자기 회사의 문화에 강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수치는 CEO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문화는 저절로 좋아지지 않으며, 방치된 문화는 침식된다는 것이다.


조직 건강은 여전히 장기 성과의 최고 예측 변수

그렇다면 좋은 문화는 실제로 성과로 이어지는가. 이 질문에 가장 방대한 데이터로 답해온 것이 맥킨지의 조직건강지수(OHI, Organizational Health Index)다. 맥킨지는 20년 이상에 걸쳐 100여 개국 기업의 임직원 응답을 축적해왔으며, 누적 응답자는 수백만 명에 이른다. 맥킨지가 정의하는 조직 건강이란 리더가 의사결정을 내리고, 자원을 배분하고, 일상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의 총체적 효과성으로, 조직문화를 포함하되 그보다 넓은 개념이다.

맥킨지의 최신 분석이 내놓은 핵심 결론은 명료하다. 장기적으로 건강한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세 배 높은 총주주수익률(TSR)을 기록하며, 이 결과는 업종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조직 건강이 단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과의 전제조건이라는 의미다.

리더십과 관련된 세부 결과는 더 흥미롭다. 맥킨지 OHI 연구에 따르면 결단력 있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일단 결정한 사안에는 헌신하는 리더를 둔 기업은 동종 기업 대비 건강한 조직일 가능성이 4.2배 높았다. 여기에 더해, 결단력 있는 리더가 현장에 가까운 구성원에게 자율적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임파워먼트까지 실천할 경우 조직 건강이 개선될 가능성이 85퍼센트 더 높아졌다. 빠른 결정과 과감한 위임이라는, 언뜻 상반돼 보이는 두 행동의 조합이 건강한 조직의 리더십 공식인 셈이다.


CEO의 영향력: 82퍼센트가 우선순위로 삼지만, 성과로 잇는 CEO는 소수

CEO들 스스로는 문화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글로벌 리더십 자문사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가 글로벌 대기업 CEO 500명을 조사한 결과, 82퍼센트의 CEO가 최근 3년간 조직문화를 핵심 우선순위로 삼았다고 답했다. 문화의 중요성 자체는 이미 경영진의 상식이 된 것이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드러난 역설이 있다. 문화를 우선순위로 꼽으면서도, 재무 성과를 견인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문화를 지목한 CEO는 소수였고 4명 중 3명꼴로 전략이나 리더십, 정책과 프로세스를 먼저 꼽았다. 문화를 말하지만 문화를 성과의 엔진으로 다루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격차가 벌어진다.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는 문화를 전략과 직접 연결하고, 문화를 재무 성과의 최상위 동인으로 인식하며, 문화 형성에 의도적으로 투자하는 CEO 집단을 '컬처 액셀러레이터(culture accelerator)'로 명명했다. 이들이 이끄는 기업의 3년 매출 연평균성장률은 9.1퍼센트로, 그렇지 않은 기업의 4.4퍼센트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같은 회사의 2023년 후속 조사에서도 CEO의 59퍼센트가 재무적 효과를 보려면 문화를 전략과 직접 연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거나 결정적이라고 답했고, 53퍼센트는 문화에 대한 집중이 근무 형태와 무관하게 직원 유지율을 유의미하게 끌어올렸다고 보고했다.

요컨대 CEO가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문화를 강조하느냐'가 아니라 '문화를 전략과 한 몸으로 다루느냐'에서 갈린다. 문화를 인사 부서의 과제로 위임하는 CEO와, 문화를 자신의 전략 어젠다 최상단에 두는 CEO의 차이가 곧 성장률의 차이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CEO 혼자서는 안 된다: 70퍼센트의 법칙

여기서 균형을 잡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구성원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문화의 상당 부분은 CEO가 아니라 직속 관리자를 통해 전달된다는 점이다. 갤럽의 글로벌 직장 현황 보고서가 일관되게 확인해온 결과에 따르면 팀 단위 직원 몰입도 편차의 70퍼센트는 관리자에 의해 설명된다. 구성원에게 회사란 추상적인 비전 선언문이 아니라 매주 마주 앉는 팀장의 말과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CEO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정의한다. CEO가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경로는 관리자 계층을 통해서다. 갤럽의 욘 클리프턴 CEO는 2026년 보고서에서 AI에 투자하는 조직에서 직원들의 AI 수용을 가장 강하게 예측하는 변수는 기술적 통합을 제외하면 직속 관리자가 그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지 여부라고 지적하면서, 아무리 정교한 신경망도 무관심한 팀 리더를 이길 수 없다고 단언했다. CEO가 선포한 문화가 관리자 계층에서 끊기면 현장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따라서 훌륭한 문화를 만들려는 CEO의 첫 번째 투자처는 포스터나 슬로건이 아니라 관리자의 역량과 몰입이어야 한다.

앞서 본 것처럼 바로 그 관리자 계층의 몰입도가 지금 가장 가파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은, 2026년의 CEO에게 문화 의제가 곧 관리자 의제임을 시사한다. 갤럽 2026년 보고서가 권고하는 방향도 같다. 관리자를 단순한 전달 계층이 아니라 우선 투자 계층으로 격상시키고, 관리자의 웰빙과 코칭, 동료 지원을 인사 전략의 핵심 기둥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조직 개편으로 계층을 줄이고 한 명의 관리자가 맡는 인원을 늘리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그 관리자를 지탱할 지원 체계는 그대로라면 문화는 가장 약한 고리에서부터 무너진다. CEO의 문화 전략이 관리자라는 중간 지점을 건너뛴 채 구성원에게 직접 도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송전망 없이 발전소만 짓는 것과 같다.


훌륭한 조직문화를 갖춘 기업들의 다섯 가지 공통점

그렇다면 데이터가 가리키는, 훌륭한 문화를 가진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앞서 살펴본 연구들을 종합하면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문화가 전략과 분리돼 있지 않다.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의 컬처 액셀러레이터 기업들이 보여주듯, 고성과 기업에서 문화는 별도의 캠페인이 아니라 전략 실행의 방식 그 자체다. 신사업에 진출하면 그에 맞는 의사결정 속도와 위험 감수 문화를 함께 설계하고, 비용 절감 국면에서는 신뢰를 지키는 소통 방식을 먼저 정한다. 문화 목표가 사업 목표와 같은 문서, 같은 회의에서 다뤄진다.

둘째, 방향의 명확성이 있다. 맥킨지 OHI 연구는 조직 성과에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파워 프랙티스'로 전략적 명확성, 역할 명확성, 개인의 주인의식, 경쟁 환경에 대한 통찰을 제시한다. 한국생산성본부가 발간한 2025 HRD 트렌드 리포트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꼽은 조직문화 분야 최대 현안 1위는 비전과 경영전략 등 조직 가치의 공유(60퍼센트)였다. 좋은 문화의 출발점은 화려한 복지가 아니라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내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또렷한 답이다.

셋째, 결단과 위임이 공존한다. 건강한 조직의 리더는 빠르게 결정하고, 결정한 것에 헌신하되, 실행의 권한은 현장에 가까운 사람에게 넘긴다. 맥킨지 데이터가 보여준 4.2배와 85퍼센트의 조합이 말하는 바다. 모든 것을 CEO가 결정하는 조직도, 아무도 결정하지 않는 조직도 건강할 수 없다.

넷째, 관리자가 문화의 증폭기로 기능한다. 훌륭한 문화를 가진 기업은 관리자를 문화의 병목이 아니라 통로로 만든다. 관리자에게 명확한 기대치를 주고, 코칭 역량을 키워주며, 관리자 자신의 몰입을 측정하고 관리한다. 직원 몰입도와 관리자 몰입도를 분리해 추적하는 것은 조직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선행 지표가 된다.

다섯째, 문화를 측정하고 책임을 묻는다. 좋은 문화를 가진 기업은 문화를 느낌이 아니라 지표로 다룬다. 몰입도, 문화 연결감, 이직 의향 같은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를 리더 평가와 연동한다. 측정되지 않는 문화는 경영되지 않는다.


CEO가 내일부터 할 수 있는 일

이 다섯 가지 특징은 거대한 청사진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의 목록으로 번역될 수 있다. 첫 번째 행동은 자신의 일정표를 점검하는 것이다. 문화가 정말 전략의 일부라면, CEO의 시간 배분에 그것이 드러나야 한다. 지난 분기 경영 회의에서 문화나 사람에 관한 안건이 몇 번이나 사업 안건과 같은 비중으로 다뤄졌는지 세어보는 것만으로도 현재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문화를 연말 워크숍의 단골 주제로만 소비하는 조직과, 매월 사업 리뷰에서 몰입도 지표를 매출 지표 옆에 나란히 놓고 보는 조직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

두 번째 행동은 승진과 보상의 기준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구성원들은 회사가 내건 가치 선언문이 아니라 누가 승진하는지를 보고 진짜 문화를 학습한다. 성과는 탁월하지만 동료를 소모시키는 리더가 계속 승진하는 조직에서 협업의 문화를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반대로 가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성과를 낸 사람이 보상받는 장면이 반복되면, 별도의 캠페인 없이도 문화는 그 방향으로 움직인다. CEO가 인사 결정 하나하나에서 보내는 신호가 사내 게시판의 어떤 문구보다 강력한 문화 메시지다.

세 번째 행동은 관리자에게 묻는 것이다. 지금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지, 어떤 지원이 부족한지를 관리자들에게 직접 듣는 자리를 정례화하는 것만으로도 무너지는 관리자 몰입의 흐름을 진단할 수 있다. 갤럽의 데이터가 보여주듯 관리자 계층이 지쳐 있으면 그 아래의 모든 문화 노력이 전달되지 않는다. 관리자의 업무 범위가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코칭할 시간이 실제로 주어지는지, AI 같은 새 도구를 팀에 안착시킬 역량과 권한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은 CEO가 직접 챙길 가치가 있는 의제다.

네 번째 행동은 솔직한 진단을 허용하는 것이다. 문화 측정이 의미를 가지려면 구성원이 보복의 두려움 없이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가 나쁘게 나온 조직의 리더를 문책하는 데 측정 결과를 쓰기 시작하면, 다음 조사부터 숫자는 좋아지고 진실은 사라진다. 측정의 목적이 평가가 아니라 개선임을 CEO가 행동으로 보여줄 때, 데이터는 비로소 문화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2026년, 문화가 AI 전환의 성패를 가른다

마지막으로 짚어야 할 것은 시대적 맥락이다. PwC가 2026년 1월 다보스에서 발표한 제29차 글로벌 CEO 서베이는 95개국 CEO 4,454명의 응답을 담고 있는데, 향후 12개월 매출 성장을 자신한다는 CEO는 30퍼센트에 그쳐 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A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그 수익을 일관되게 회수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며, AI가 비용과 매출 양면에서 효익을 가져왔다고 답한 CEO는 8명 중 1명꼴인 12퍼센트였다.

기술 투자와 성과 사이의 이 간극을 메우는 변수가 바로 조직이다. 갤럽 2026년 보고서가 보여주듯 AI 도입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알고리즘의 성능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 수용을 이끄는 관리자다. 변화를 실험으로 환영하는 문화, 실패를 학습으로 전환하는 문화, 새로운 도구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없으면 AI 투자는 회수되지 않는다.

이는 곧 문화가 더 이상 '소프트한' 의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문화를 다듬는 일이 여유 있을 때 하는 후순위 과제로 취급되곤 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비슷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같은 도구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그 도구를 쓰는 조직의 방식이다. 경쟁사가 따라 살 수 없는 유일한 자산이 문화라는 오래된 명제가, AI라는 범용 기술의 확산으로 오히려 더 날카로운 현실이 된 셈이다. 불확실성이 깊어질수록 CEO가 문화에 쓰는 시간은 비용이 아니라 가장 방어적인 동시에 가장 공격적인 투자가 된다.

결국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CEO는 조직문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데이터가 주는 답은 이렇다. CEO는 문화의 유일한 창조자는 아니지만, 문화가 자라는 토양을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다. 무엇을 측정할지, 누구를 승진시킬지, 어떤 행동을 보상하고 어떤 행동을 묵인할지, 관리자에게 무엇을 투자할지를 정하는 사람이 CEO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세 배의 주주수익률과 두 배의 성장률이라는 숫자로 돌아온다. 문화는 CEO가 하는 연설이 아니라, CEO가 내리는 결정의 누적이다. 2026년의 경영 환경에서 이보다 수익률 높은 투자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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