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을 넘어 인공지능 전환으로…AI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AX'의 모든 것
"AI를 도입했는데, 왜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일까." 최근 많은 기업이 마주한 질문이다. 챗GPT와 클로드 같은 생성형 AI를 업무에 들였지만, 정작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간극을 메우는 개념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다. AX는 AI를 몇몇 업무에 덧붙이는 수준을 넘어, 조직이 일하는 방식 자체를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전환을 뜻한다. 도구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일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도구가 아니라 '일의 구조'를 바꾸는 일
AX를 이해하려면 그 앞에 있던 'DX(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와의 차이를 먼저 짚어야 한다. DX는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종이 서류를 전자문서로,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쇼핑몰로, 수기 장부를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었다. 반면 AX는 그렇게 디지털화된 데이터와 프로세스 위에서,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예측하며 최적의 판단을 제안하도록 만드는 단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11월 "DX가 자동화(Automation)라면, AX는 자율화(Autonomy)"라고 정의했다. 사람이 시스템을 조작해 효율을 높이던 단계에서, AI가 스스로 분석하고 제안하며 사람과 협업하는 단계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는 의미다.
식당을 예로 들면 차이가 분명해진다. 손님이 종업원에게 직접 주문하던 방식을 키오스크나 앱으로 바꾸는 것이 DX라면, 고객의 과거 주문 내역과 날씨·시간대를 분석해 메뉴를 먼저 추천하는 것이 AX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IBM은 2024년 보고서에서 AX를 혁신과 효율,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운영과 제품·서비스 전반에 AI를 통합하는 전략적 이니셔티브로 규정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역시 같은 해, AI 인프라와 구성원 역량이라는 기반 위에서 여러 업무를 종단 간(end-to-end)으로 변환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DX와 AX가 대립 개념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데이터와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야 AI도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
숫자가 보여주는 전환의 속도
AX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배경에는 구체적인 수치가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약 65%가 이미 AI를 일상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2023년 33%에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발표한 2025 AI 인덱스 리포트에서도 2024년 기준 전 세계 조직의 78%가 최소 하나 이상의 업무에 AI를 적용했다고 응답했다. 도입 자체는 더 이상 경쟁우위가 아니라 기본값에 가까워진 셈이다.
성과 역시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국내 정부 조사(2024)에서 AI를 도입한 기업의 77.8%가 업무 효율이 향상됐다고 답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AI 자동화를 도입한 기업의 생산성이 평균 15~40%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한국 딜로이트가 2026년 정리한 자료에서도 응답 기업의 66%가 효율성과 생산성 개선을 AI 도입의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강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비즈니스 전환의 약 86%가 AI에 의해 주도될 것으로 추정했고, 한국무역협회는 같은 해까지 국내 제조업의 36%가량이 AI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기업도 'AX 원년'을 선언하다
변화는 정책과 기업 현장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25년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3개 부처 장관이 모여 국내 산업계의 AX 확산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정부는 AI 기반 소프트웨어로 업무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을 별도로 'AX 기업'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기업 현장의 속도는 더 빠르다. 삼성은 전 관계사 사장단을 대상으로 한 'AX 부트캠프'를 통해 경영진부터 AI를 직접 다루도록 했고, 2026년 안에 전 직원 교육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재용 회장은 신년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조직 DNA를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며 연구개발부터 생산·마케팅·지원까지 모든 업무에 AI를 접목할 것을 강조했다. 대상그룹은 2026년을 'AI 기반 업무 전환의 원년'으로 선언하며, 특정 업무를 AI가 통째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구축에 들어갔다.
효율화를 넘어 '업무의 재설계'로
그렇다면 실제 업무는 어떻게 달라질까. 핵심은 '효율화'를 넘어 '업무의 재설계'에 있다. AI를 단순히 같은 일을 더 빨리 처리하는 도구로만 쓴다면, 기존 결과물을 두세 배 더 많이 찍어내는 데 그친다. 진정한 AX는 사람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다시 정의하는 데서 출발한다. 반복적이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 이를테면 보고서 작성이나 송장 처리, 데이터 정리 같은 업무는 AI 에이전트가 맡고, 사람은 판단과 창의가 필요한 영역으로 옮겨가는 식이다.
실제로 AI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업무를 AI가 수행할 수 있는 작은 단위로 잘게 나누고, 각 단위를 표준화해 자동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한 업계 책임자는 AX를 업무를 더 빨리 처리하는 수단이 아니라 업무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AI에게 무엇을 보조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맡기고 사람은 어떤 새로운 역할을 가져갈 것인가가 성패를 가른다는 진단이다.
전환의 흐름이 가팔라질수록, 사람의 역할도 함께 바뀐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조직의 직무 설계와 인력 구조 자체를 다시 짜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복 업무가 AI로 넘어가는 만큼, 사람은 AI가 내놓은 결과를 검증하고 맥락을 부여하며 최종 판단을 내리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진척도를 시간·비용 절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회사의 정책이나 체질을 바꿀 수준의 성과를 냈는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가치를 새로 만들어냈는지 같은 정성적 기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AX를 '얼마나 빨리'가 아니라 '얼마나 다르게' 일하게 되었는가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AX를 완성하는 네 가지 조건
AX는 AI 도구를 도입한다고 저절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인프라, 사람, 문화라는 네 가지 요소가 균형 있게 맞물려야 한다고 본다. 출발점은 데이터다. 정확하고 일관된 데이터가 없으면 AI는 제대로 학습할 수 없고 올바른 판단 근거도 만들지 못한다. 둘째는 인프라로, AI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 환경이 필요하다. 셋째는 사람이다.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최종 판단의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며, 구성원이 AI의 결과를 해석하고 비즈니스 가치로 연결하는 'AI 리터러시'를 갖춰야 한다. 마지막은 문화다. 데이터에 근거해 판단하고, 새로운 도구를 실험하며 개선을 반복하는 개방적 분위기가 자리 잡아야 AI가 일하는 방식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기대와 현실의 간극, 그리고 보안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AI 도구를 들여놓고도 실제 업무 방식의 변화나 조직 차원의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는 기업이 여전히 많다. 한 실무자 대상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공통으로 꼽은 어려움은 "내 업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었다. 도구를 소개받는 것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AX를 가로막는 가장 큰 벽은 기술 자체보다 업무 구조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람의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던 지식과 경험을 조직의 시스템으로 끌어내 정리하고, 업무 흐름을 AI가 다룰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지 않으면 자동화는 확장되지 못한다. 보안 역시 새로운 과제다. AI를 매개로 데이터와 시스템이 촘촘히 연결될수록 보안 위협의 복잡성과 파급력도 함께 커지기 때문에, 전환 속도만큼이나 안전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중소기업에게는 더 큰 기회
흥미로운 점은 AX가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실무 조직에 더 현실적인 기회라는 견해도 있다. DX 시대의 핵심 기술이던 클라우드나 사물인터넷(IoT)은 도입 자체에 막대한 비용과 전문 인력을 요구했지만, 생성형 AI는 챗GPT·제미나이·클로드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강력한 기능을 빌려 쓸 수 있다. 거대한 조직 개편이나 대규모 투자 없이도, 계약서 분석이나 보고서 자동화처럼 작은 업무 단위에서 곧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복 업무를 줄이고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작은 도구를 들이는 것 역시 엄연한 AX의 출발점이다. 결국 AX의 본질은 거대한 기술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다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에 가깝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AX를 시작하는 방법에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권하는 현실적 접근은,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꾸는 대형 프로젝트보다 측정 가능한 가치가 있는 영역부터 작게 시작해 결과를 검증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위험을 줄이고 조직 내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도 유리하다. 디지털 전환에 다소 뒤처졌더라도 새로운 기회를 빠르게 포착한다면 선도 기업을 추월할 수 있고, 반대로 지금의 흐름을 놓치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AX는 한때의 유행어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쓰는 현재진행형의 전환이다. 중요한 질문은 이제 'AI를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조직의 일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사람의 손과 AI의 손이 맞닿는 지점에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시작된다. AX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일의 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전환이다.[이미지 = KBR 자료 이미지]](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articles/2026/06/23/1782200998140-e9a7c40e-d2e0-4245-aeae-69881c48e9e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