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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 어떻게 '존경받는 기업'이 되었나

부영그룹은 2024년 국내 최초로 '자녀 1명당 1억원' 출산장려금을 도입해 2026년까지 누적 134억원을 지급했고, 사내 출생아는 연평균 23명에서 28명으로 늘었다. 입사 첫날 출산자도 지급하고 이직해도 반환 의무를 두지 않는 '조건 없는 설계'가 제도의 진정성을 증명했고, 그 신뢰가 공채 최고 180대 1이라는 채용 경쟁력으로 돌아왔다. 한 기업의 사내 복지는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입법과 크래프톤·KAI 등 동종 업계 확산으로 이어지며,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국가 제도와 산업계 전반을 움직였다. 출산장려금은 임대주택·교육 기증으로 이어진 '사람이 자라고 머무는 기반'이라는 일관된 사회공헌의 한 갈래로, 본업과 사회적 책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 사례다. 다만 이 모든 결단을 가능하게 한 절대적 1인 지배구조는 견제 부재라는 리스크의 양면이기도 하며, 지속 가능한 존경은 선행의 화제성이 아니라 투명한 거버넌스와 본업 경쟁력으로 완성된다.

김민경 책임기자입력 2026년 6월 22일수정 2026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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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1명당 1억원'이라는 파격을 결단한 부영그룹 본사. 한 기업의 사내 복지가 국가 비과세 입법과 재계 확산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됐다.[사진 = KBR 자료사진]
'자녀 1명당 1억원'이라는 파격을 결단한 부영그룹 본사. 한 기업의 사내 복지가 국가 비과세 입법과 재계 확산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됐다.[사진 = KBR 자료사진]

부영그룹은 2024년 국내 최초로 '자녀 1명당 1억원' 출산장려금을 도입해 2026년까지 누적 134억원을 지급했고, 사내 출생아는 연평균 23명에서 28명으로 늘었다. 입사 첫날 출산자도 지급하고 이직해도 반환 의무를 두지 않는 '조건 없는 설계'가 제도의 진정성을 증명했고, 그 신뢰가 공채 최고 180대 1이라는 채용 경쟁력으로 돌아왔다. 한 기업의 사내 복지는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입법과 크래프톤·KAI 등 동종 업계 확산으로 이어지며,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국가 제도와 산업계 전반을 움직였다. 출산장려금은 임대주택·교육 기증으로 이어진 '사람이 자라고 머무는 기반'이라는 일관된 사회공헌의 한 갈래로, 본업과 사회적 책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 사례다. 다만 이 모든 결단을 가능하게 한 절대적 1인 지배구조는 견제 부재라는 리스크의 양면이기도 하며, 지속 가능한 존경은 선행의 화제성이 아니라 투명한 거버넌스와 본업 경쟁력으로 완성된다.

부영그룹, 어떻게 '존경받는 기업'이 되었나

자녀 1명당 1억원, 누적 134억원. 한 중견 건설사의 파격이 대한민국 저출생 정책의 문법을 바꿨다. 부영의 3년은 경영자에게 무엇을 묻는가.


2026년 2월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시무식 풍경은 일반적인 기업 신년 행사와 사뭇 달랐다. 단상 위에는 임원이 아니라 갓난아기를 안은 직원들이 올라섰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해와 그해 1월까지 출산한 직원의 자녀 한 명당 1억원씩, 모두 36억원을 직접 건넸다. 전년 28억원보다 약 29% 늘어난 규모다. 이날 단상에는 쌍둥이를 낳은 직원, 둘째를 출산해 누적 2억원을 받게 된 직원, 아홉 살 터울의 늦둥이를 본 직원이 차례로 올랐다.

이 장면이 주는 무게는 한국이 처한 인구 현실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한국은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며 오랜 기간 인구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온 저출생 대책이 좀처럼 뚜렷한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 민간 기업의 시무식 단상에 아기들이 줄지어 오르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였다. 국가가 풀지 못한 숙제를 기업이 다른 방식으로 건드리고 있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경영 성과 보고나 사업 비전 발표가 주인공이어야 할 자리를 아기 울음소리가 채운 이 장면은, 부영그룹이 지난 3년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이유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부영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대기업이 아니다. 상장사가 한 곳도 없어 주식시장에서 마주칠 일도 없다. 그럼에도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평가가 따라붙기 시작한 출발점은, 2024년 초 던진 한 장의 카드였다.


자녀 1명당 1억원, 3년의 실험이 남긴 것

부영그룹은 2024년부터 직원이 자녀를 출산하면 자녀 한 명당 현금 1억원을 지급하는 출산장려금 제도를 도입했다. 시행 첫해에는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 자녀 70명에게 소급 적용해 총 70억원을 한꺼번에 지급했다. 이후 2025년에는 약 28억원, 2026년 시무식에서는 약 36억원이 추가로 전달됐다. 누적 지급액은 단순 합산 기준으로 약 134억원에 이른다.

국내에서 직원 출산을 직접 현금으로, 그것도 자녀 한 명당 1억원이라는 단위로 보상한 기업은 부영이 사실상 처음이었다. 통상 기업의 출산 지원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단위의 일시금이거나 휴가·재택 같은 제도적 배려에 머물렀다. 부영은 그 액수의 단위 자체를 바꿔버렸고, 이 파격은 곧바로 사회적 논의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주목할 점은 이 제도가 단순한 화제성에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부영그룹에 따르면 제도 도입 전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사내 출생아는 연평균 23명 수준이었으나, 제도를 시행한 2024년에는 28명으로 늘었다. 이후로도 출산장려금 수혜 직원은 증가세를 이어가 2026년 시무식에서는 35명이 지급 대상에 올랐다. 도입 첫해에 이미 사내 출산이 5명 늘었고 그 흐름이 3년째 이어졌다는 점에서, 제도가 단순한 상징을 넘어 실제 출산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고 부영그룹은 분석한다.

효과는 출산율에만 머물지 않았다. 부영그룹이 2025년 진행한 공개채용에서는 최고 약 18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직전 해 공채 경쟁률이 약 10대 1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이며, 신입 지원자 수가 경력직 지원자의 4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건설 경기 침체로 업계 전반의 채용 규모가 줄어든 상황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1억원이라는 상징적 메시지가 채용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자산으로 작동한 것이다. 저출생과 인재 확보라는, 한국 기업이 동시에 직면한 두 난제를 하나의 제도로 묶어낸 셈이다.


'직원이 아니라 아이에게 주는 돈'이라는 설계

부영 출산장려금이 단순한 복지를 넘어 신뢰를 얻은 결정적 이유는 제도의 세부 설계에 있다. 이중근 회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출산장려금은 직원이 아니라 태어난 아이에게 주는 돈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 한 문장이 제도의 성격을 규정한다.

실제로 부영은 입사 첫날 출산한 직원에게도 동일하게 1억원을 지급했다. 근속 기간이나 직급, 고용 형태를 따지지 않았다. 더 나아가 장려금을 받은 직원이 이후 회사를 떠나더라도 반환 의무를 두지 않았다. 일반적인 기업 복지가 재직 기간과 성과에 연동되는 것과 정반대의 발상이다. 이 회장은 "태어난 아이 숫자대로 지불한다"는 단순한 기준을 고수했다.

경영의 관점에서 이 설계는 의미심장하다. 반환 의무가 없고 재직 조건도 걸지 않는 지원금은, 회사 입장에서 보면 인재 유출을 막는 '족쇄'로서의 기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조건 없는 지급이야말로 제도의 진정성을 증명했고, 그 진정성이 다시 강력한 인재 유인 효과로 돌아왔다. 조건을 걸지 않음으로써 더 큰 신뢰를 얻는 구조, 이것이 부영 사례가 경영자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다.


한 기업의 결단이 국가 제도를 움직이다

부영 출산장려금이 가진 또 하나의 무게는, 한 기업의 사내 복지가 국가 차원의 제도 변화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도입 초기 출산장려금에는 근로소득세가 부과되어, 1억원을 받아도 세금을 제하면 실제 손에 쥐는 금액이 크게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기업의 선의가 가정에 온전히 전달되지 못하는 구조였다.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면서 정부와 국회는 기업이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에 대한 비과세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부영그룹은 이 과정에서 자사 제도가 기업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라는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 기업의 파격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제도의 문법 자체를 바꾼 사례인 셈이다.

이중근 회장은 출산장려금을 두고 과거 국채보상운동이나 금 모으기 운동에 비유했다. 부영이 마중물이 되어 다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나비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후 크래프톤, 쌍방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이 잇따라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출산지원 제도를 내놓으면서 이 흐름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한 기업의 실험이 동종 업계를 넘어선 확산의 신호탄이 된 것이다.


출산장려금은 빙산의 일각이다

부영을 '존경받는 기업' 담론의 중심에 올려놓은 것이 출산장려금이지만, 이는 이중근 회장이 오랜 기간 이어온 사회공헌의 한 갈래일 뿐이다. 부영그룹의 사업 기반 자체가 서민 주거 안정과 맞닿아 있다. 부영은 전국에 공급한 약 30만 세대 주택 가운데 23만 세대가량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수많은 건설사가 무너질 때, 부영은 임대주택 사업이 만들어내는 안정적 현금 흐름으로 위기를 넘겼다.

교육과 인재 양성 분야의 기부도 두드러진다. 부영그룹과 이 회장은 서울대 우정글로벌사회공헌센터, 연세대 우정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 건물과 '우정학사'라는 이름의 기숙사들을 지어 기증해왔다. 부영그룹은 교육과 역사, 보훈, 장학 등 국가와 분야를 가리지 않는 사회공헌을 통해 지금까지 누적 약 1조 2,000억원을 기부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이 누적 기부액은 회사 측 집계에 근거한 수치로, 현금과 현물, 시설 기증 등이 어떤 기준으로 합산됐는지는 항목별로 따져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행보의 바탕에는 기업의 부를 사회와 나눈다는 창업주 개인의 뚜렷한 철학이 자리한다. 다른 대기업들이 후계 승계와 지분 정리에 몰두할 때, 1941년생인 이 회장이 2세 경영 구도를 서두르지 않고 사회 환원에 집중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한국 재계에서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 지점에서 부영의 사회공헌을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 보면, 출산장려금이 갑작스러운 이벤트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시설 기증, 그리고 태어날 아이를 위한 출산장려금까지, 부영의 사회공헌은 '사람이 자라고 머무는 기반'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연결된다. 단발성 기부가 아니라 사업의 정체성과 맞닿은 공헌이라는 점에서, 부영의 행보는 일회성 미담과는 결이 다르다. 기업의 본업과 사회적 책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메시지가 얼마나 강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1인 지배구조라는 양날의 검

그러나 부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면 그늘도 함께 보아야 한다. 부영그룹은 자산 약 20조원, 2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서열 상위권 기업이지만 상장사가 한 곳도 없고, 이중근 회장의 지분율이 사실상 90%를 크게 웃도는 절대적 1인 지배구조다. 흥미롭게도 부영의 과감한 사회공헌을 가능하게 한 동력이 바로 이 지배구조다. 주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에 총수의 결단만으로 수십억, 수백억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동시에 이 구조는 견제와 균형의 부재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 이 회장은 2020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2023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 회장직에 복귀했다. 일각에서는 활발한 기부 행보를 두고 사면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다. 부영주택의 부실시공 논란이나 일부 개발 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실적 측면에서도 회장 복귀 이후 매출 감소와 영업손실 확대를 겪는 등 본업의 부담은 여전하다.

요컨대 출산장려금으로 대표되는 부영의 선행과, 1인 지배구조에서 비롯되는 거버넌스 리스크는 동전의 양면이다. 한 사람의 강력한 의지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결단을 신속하게 만들어내는 장점과, 그 의지를 견제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공존한다. 부영을 평가할 때 어느 한쪽만 보아서는 전체상을 놓치게 된다.


경영자가 부영에서 가져갈 세 가지 교훈

경영자의 시선에서 부영 사례는 몇 가지 분명한 시사점을 남긴다. 첫째, 진정성은 조건 없는 설계에서 나온다. 반환 의무도, 재직 조건도 걸지 않은 출산장려금은 회사의 단기적 통제권을 포기하는 대신 장기적 신뢰라는 더 큰 자산을 얻었다. 복지나 보상 제도를 설계할 때 통제와 신뢰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는 모든 경영자가 마주하는 선택이다. 많은 기업이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조건과 약정을 촘촘히 설계하지만, 부영은 정반대의 길을 택해 오히려 더 강한 결속을 얻었다. 통제를 늘릴수록 신뢰가 줄어드는 역설을 정확히 꿰뚫은 선택이었다.

둘째, 상징은 규모를 압도한다. 부영이 지출한 출산장려금 총액은 대기업 광고비에 비하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자녀 1명당 1억원'이라는 명료하고 강력한 메시지는 어떤 마케팅으로도 얻기 어려운 브랜드 가치와 채용 경쟁력을 만들어냈다. 명분이 분명하고 메시지가 단순할 때, 작은 결단도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의제가 될 수 있다. 복잡한 캠페인보다 한 줄로 요약되는 명료한 약속이 사람들의 마음에 더 깊이 새겨진다는 점을, 부영은 행동으로 증명했다.

셋째, 사회적 명성과 지배구조 건전성은 별개의 과제다. 존경받는 행보가 곧 건강한 거버넌스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속 가능한 존경은 선행의 화제성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본업의 경쟁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부영의 다음 과제가 바로 이 지점에 놓여 있다. 한 기업이 던진 1억원의 파장은 이미 한국 사회의 저출생 담론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던졌다. 그 질문에 부영 스스로가 어떤 답을 이어갈지가,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평가의 지속 여부를 가를 것이다.

코리아비즈니스리뷰는 부영 사례를 단순한 미담이 아니라, 저출생 시대 기업의 역할과 오너십 경영의 명암을 동시에 비추는 경영 텍스트로 읽는다. 화제의 1억원 너머에 놓인 구조를 함께 볼 때, 경영자는 비로소 이 사례에서 자신의 의사결정에 적용할 교훈을 길어 올릴 수 있다.

결국 부영이 던진 질문은 모든 기업에 유효하다. 우리 회사가 가진 자원과 정체성으로, 사회가 풀지 못한 문제 가운데 무엇을 건드릴 수 있는가. 그 결단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내부 구조는 갖추어져 있는가. 존경은 한 번의 파격으로 얻어지지만, 그 존경을 유지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영 과제다. 부영의 3년은 그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인상적인 답을 내놓았고, 이제 두 번째 질문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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