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보다 무서운 수출허가증…전기차·방산·반도체·재생에너지를 관통하는 소재 전쟁
핵심 요약
2026년 글로벌 공급망의 최대 리스크는 관세가 아니라 소재다. 중국은 2025년 10월 희토류 수출통제를 대폭 강화한 데 이어, 2026년 들어서는 일본을 상대로 이중용도 품목 통제를 실제로 가동하며 '자원 무기화'의 실행력을 입증했다. 미·중 정상회담 합의로 핵심 조치 상당수가 2026년 11월 10일까지 유예된 상태지만, 유예는 해제가 아니다. 희토류 가격은 올해 들어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고, 중국 외 지역에서 조달하는 중희토류에는 중국 내수 가격의 4~6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업계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방위산업, 반도체, 재생에너지까지 연결되는 이 병목은 하반기에도 글로벌 제조업의 비용 구조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KBR의 분석이다.
배경: '희토류 카드'는 어떻게 제도가 됐나
중국 상무부는 2025년 10월 9일 일련의 공고를 통해 희토류 수출통제를 전면적으로 확대했다. 수출통제 대상 희토류는 기존 7종에서 12종으로 늘어났고,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역외적용 조항이다. 중국산 희토류가 제품 가치의 0.1% 이상 포함되거나 중국의 채굴·제련·분리 기술을 사용해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제3국에 수출할 때도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규제에 활용해 온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과 유사한 방식을 중국이 처음으로 도입한 조치로 평가된다.
같은 시기 중국은 배터리 공급망으로도 통제 범위를 넓혔다. 2025년 10월 발표된 조치에는 중량 에너지밀도 kg당 300Wh 이상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팩,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삼원계 전구체, 인조흑연 음극재와 관련 제조장비·기술이 포함됐다. 다만 2025년 10월 말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상무부는 11월 7일 공고를 통해 이들 신규 조치 상당수의 효력을 2026년 11월 10일까지 1년간 정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3년 12월부터 시행 중인 배터리용 흑연 수출허가제, 2023년 8월 시행된 갈륨·게르마늄 통제 등 기존 제도는 그대로 살아 있다. 유예 기간에도 통제의 골격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즉 중국은 언제든 다시 조일 수 있는 밸브를 손에 쥔 채, 협상 국면에 따라 개폐 정도만 조절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례 1: 일본, '유예 없는 실전'을 겪다
유예가 모든 국가에 적용된 것도 아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 이후 중국은 2026년 1월 6일 일본을 겨냥한 이중용도 품목 수출통제를 발표하고 즉시 시행했으며, 2월 24일에는 미쓰비시·가와사키 계열을 포함한 일본 기업·기관 20곳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그 결과는 통계로 확인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중국 해관총서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대일본 희토류 수출은 2026년 3월과 4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88%, 82% 감소했고, 규제 대상 7종 합계로도 1~4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특히 전기차 모터의 내열 성능에 필수적인 디스프로슘과 터븀은 2026년 1월 이후 대일 수출이 사실상 '제로' 상태로 전해졌다.
피해 추정치는 기관과 전제에 따라 편차가 크다. 노무라종합연구소 등의 산업연관 분석은 희토류 수입이 1년간 중단될 경우 약 2조6,000억엔의 경제 손실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며, 다이와종합연구소는 규제가 1년간 지속되는 시나리오에서 최대 7조엔 규모의 산업 피해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의 폭은 넓지만, 조 단위 손실이라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 일본 사례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중국의 수출통제는 협상용 엄포가 아니라 실제로 집행 가능한 무기라는 점이다. 둘째, 통제의 표적이 미국에서 특정 국가로 언제든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핵심광물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남의 일로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사례 2: MP머티리얼즈와 라이너스, 탈중국 공급망의 첫 이정표
병목의 반대편에서는 대체 공급망 구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MP머티리얼즈는 2025년 7월 미 국방부와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kg당 110달러의 가격 하한을 보장받는 파트너십을 맺고 대중국 판매를 전면 중단했으며, 2026년 초에는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내 상업 규모 영구자석 공장 가동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2025 회계연도 NdPr 산화물 생산량은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약 2,600톤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고, 애플의 선급금을 바탕으로 자석 생산능력 확장과 텍사스 제2공장 착공도 추진 중이다.
호주 라이너스는 올해 초 분리된 디스프로슘·터븀의 첫 계약 물량 출하에 성공했다. 상업 규모의 중희토류 분리 공급이 중국 밖에서 이뤄진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다. 라이너스는 한국 자석업체 JS링크와도 다운스트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서방 공급망의 규모는 아직 중국의 공백을 메우기에 크게 부족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61%, 정제·가공의 약 91%를 차지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디스프로슘·터븀 등 중희토류 정제의 경우 중국 비중이 98~99%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온다.
분석: 가격 이원화와 산업별 파급
수출통제의 가장 뚜렷한 결과는 가격의 '이원화'다. 상하이금속시장(SMM) 집계를 인용한 업계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내수 시장의 NdPr 가격은 2026년 4월 초 kg당 약 126달러로 연초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뛰었고, 시장 데이터 집계 기준 7월 초 네오디뮴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80%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밖에서 조달하는 물량에는 여기에 다시 프리미엄이 붙는다. 스프로트자산운용 등은 중국 외 지역에서 가공된 희토류가 중국 내수 가격의 4~6배에 거래되는 사례가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원소가 지정학적 경계에 따라 전혀 다른 가격에 거래되는, 사실상 '두 개의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이 프리미엄은 단순한 수급 왜곡이 아니라 공급 보증에 대한 비용이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별 파급은 광범위하다. 전기차의 경우 구동모터용 영구자석이 직격탄을 맞는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2,000만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석 수요에서 전동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향후 10년 내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위산업은 물량은 작지만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취약하다. 전투기 액추에이터와 정밀유도무기에 쓰이는 디스프로슘·터븀 사양은 경희토류로 대체할 수 없어, 서방 방산 조달 당국들이 공급망 취약점으로 공식 지목하고 있다. 반도체는 갈륨·게르마늄 통제의 영향권에 있다. 게르마늄 가격은 2026년 들어 kg당 2,000달러 선을 넘어섰다는 집계가 나오는 등 2023년 통제 도입 이후 구조적으로 높아진 가격대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실제 피해 사례도 나타났다. 일본 민간 연구기관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산화이트륨의 일본 수입은 올해 들어 대중국 물량이 급감하면서 전체 수입량이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수입 단가는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시장조사기관 아다마스 인텔리전스가 직접구동형 해상풍력 터빈에 MW당 약 600kg 수준의 네오디뮴 자석이 필요하다고 추산하는 등, 풍력 발전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소재: 흑연 통제와 한국의 '시한부 유예'
한국 산업에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배터리 소재다. 음극재 원료인 흑연의 대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국회에 제출된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기준으로 2024년 이차전지 음극재용 천연흑연의 97% 이상, 인조흑연의 90% 중후반이 중국산이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글로벌 전기차 탑재 음극재에서 중국 기업 비중은 94.8%에 달했고 한국은 2.4%에 그쳤다.
여기에 두 개의 시한이 겹친다. 하나는 중국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양극재·인조흑연 음극재에 대한 신규 수출통제는 2026년 11월 10일까지 유예돼 있을 뿐, 재가동 가능성이 상존한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다. 미 재무부는 해외우려기업(FEOC) 규정에서 흑연에 대한 적용을 2026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는데, 이는 한국 배터리 업계가 올해 안에 중국 외 대체 공급망의 틀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국의 통제와 미국의 배제 요구 사이에 낀 '샌드위치' 구조가 시한부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 2월 5일 산업자원안보실 1호 정책으로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희토류 17종 전체의 핵심광물 지정, 비축 기간 6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 해외자원개발 융자 예산 675억원 증액, 2,500억원 규모 공급망 펀드 조성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방향은 맞지만, 광산 개발과 정제 설비 구축에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6년의 병목 자체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전망: 11월 10일, 그리고 그 이후
향후 체크포인트는 명확하다. 첫째, 2026년 11월 10일 전후 중국의 선택이다. 유예 연장, 조건부 재가동, 전면 시행 중 어느 쪽이든 글로벌 소재 가격과 재고 전략에 즉각 반영될 것이다. 업계에서는 11월경 중국의 수출통제 재검토에서 중희토류에 대한 추가 허가 요건이 부과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둘째, 중일 갈등의 전개다. 일본이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로 맞대응할 경우 한·중·일로 얽힌 동아시아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셋째, 서방 대체 공급망의 증설 속도다. MP머티리얼즈의 중희토류 분리 설비와 라이너스의 증설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가 프리미엄 축소의 관건이다.
기업 입장에서 필요한 것은 위기 담론이 아니라 실무적 점검이다. 자사 제품에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되는지, 중국 기술이 공정에 쓰이는지에 대한 성분·공정 실사, 유예 만료 이전의 재고 버퍼 확보, 계약서상 공급 차질 조항 재점검, 그리고 비중국 공급선의 인증·퀄 테스트 조기 착수가 하반기 과제다. 희토류는 조용한 무기다. 총성은 없지만, 준비하지 않은 기업의 원가와 납기를 가장 먼저 무너뜨린다.

![전기차 배터리와 희토류 자석을 집약적으로 사용하는 자동차 생산라인 전경. 중국발 소재 수출통제 강화는 이런 글로벌 EV·배터리 공장의 원가와 납기 리스크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사진 = KBR 자료사진]](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articles/2026/07/10/1783684067038-c45bf40f-5a8d-4db4-a1a9-f3ed26fd1ae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