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왜 독일을 택했나…60조 잠수함 수주전이 남긴 K-방산의 과제
나토의 벽에 막힌 한화오션, '예비 협상자'로 남은 기회와 다음 시장의 방정식
3년을 끌어온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승부가 갈렸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7월 6일(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캐나다 초계잠수함 사업(CPSP)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최대 12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는 이 사업은 캐나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방 조달로, 함정 건조와 수십 년간의 군수지원·정비(MRO)를 합쳐 총사업비가 약 6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종 후보 두 곳 중 하나였던 한화오션은 고배를 마셨다.
다만 이번 결정을 '한화의 철수'로 읽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한화오션은 스스로 물러난 것이 아니라 경합 끝에 우선협상 지위를 내준 것이며, 캐나다 정부는 TKMS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화오션과 협상을 개시할 권리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즉 한화오션은 '예비 협상대상자'라는 법적 지위를 그대로 갖고 있다. 카니 총리 스스로 "우수한 두 후보 사이의 어렵고 아슬아슬한 결정이었다"고 인정한 만큼, 이번 결과는 기술 열세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라는 것이 국내외의 공통된 평가다.
캐나다는 왜 지금 잠수함이 필요한가
이번 사업의 배경에는 캐나다 해군의 심각한 전력 공백이 있다. 캐나다 해군은 현재 1990년대 영국에서 중고로 도입한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운용 중이지만, 통상 1척만 작전 투입이 가능한 실정이다. 캐나다가 신형 잠수함을 새로 구매하는 것은 냉전 시기 이후 처음으로, 외신들은 이번 도입이 캐나다 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상징적 수준을 넘어서는 실질적 수중 전력을 갖추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니 총리는 발표에서 기후변화로 캐나다 북극권이 지구 평균보다 세 배 가까이 빠르게 온난화되면서 적성국들이 이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며, 대서양·태평양·북극 세 개 대양에 접한 캐나다의 방어 요구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달은 캐나다의 국방산업전략이 규정한 '건조-파트너-구매(Build-Partner-Buy)' 원칙, 즉 동맹국 및 자국 산업과의 협력을 우선하는 기조 아래 진행됐다.
절차도 이례적으로 빨랐다. 캐나다는 2024년 9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정보요청서(RFI)를 진행했고, 2025년 8월 한화오션과 TKMS를 적격 후보로 압축한 뒤 2026년 3월 최종 제안서를 접수했으며, 숏리스트 확정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했다. 캐나다식 대형 조달 사업으로는 보기 드문 속도전으로, 그만큼 전력 공백에 대한 절박함이 컸다는 방증이다.
결정을 가른 것은 나토였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성능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동맹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캐나다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니 총리는 취임 이후 미국산 무기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과의 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으며, 이번 발표 역시 나토 정상회의 개막 직전에 이뤄졌다.
TKMS가 제안한 212CD는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해 함께 운용할 예정인 플랫폼이다. 캐나다가 이를 도입하면 훈련, 정비, 부품 조달, 성능 개량을 두 핵심 나토 동맹국과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고, 북극 해역에서의 연합 작전 능력도 높일 수 있다. 독일과 노르웨이는 이미 각 6척씩 총 12척을 계약한 상태이며, 캐나다 물량이 전량 실행되면 동일 설계 잠수함이 최대 24척에 달하는 대형 공동 함대가 형성된다. 오타와 칼턴대학교의 군사조달 전문가 필립 라가세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독일·노르웨이와의 군사 관계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작전 요구조건의 방향도 독일에 유리했다. 캐나다가 이번 사업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북극 빙하 아래에서 장기간 은밀하게 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이었다. 212CD는 연료전지 기반 공기불요추진(AIP) 체계와 리튬이온 배터리, 비자성 강철 이중 선체, 음향·자기 신호를 최소화한 다이아몬드형 선형 설계를 갖춰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재래식 잠수함 중 하나로 꼽힌다. 캐나다 정부는 이 함정이 북극 초계, 수중 감시, 특수전 투입이 가능하고 나토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췄다는 점을 선정 이유로 명시했다.
두 제안의 해부: 성능의 한국, 동맹의 독일
한화오션이 내세운 장보고-III 배치-II(KSS-III)는 이미 한국 해군에 실전 배치돼 성능이 입증된 3,000톤급 플랫폼이다. 가디언은 KSS-III가 212CD보다 함형이 크고 장거리 작전과 무장 탑재 능력에서 강점을 갖는다고 평가했으며,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성능 면에서는 한국이 비교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납기에서도 한화오션은 2032년 첫 함 인도라는, 경쟁사보다 빠른 일정을 제시했다. 반면 212CD는 아직 실전 배치 사례가 없는 신형 설계다.
경제 패키지 경쟁도 치열했다. 한화오션은 80여 개 캐나다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700억 캐나다달러 이상의 무역·투자와 연간 약 2만 5,000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한국 정부도 총력전을 펼쳤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급 인사들이 캐나다를 찾았고, 국내 기술로 설계·건조한 첫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이 태평양을 건너 장기 항행 능력을 직접 시연했다. 국내 라이벌 HD현대중공업과 '원팀'을 구성하고, K-9 자주포 현지 공장과 수소차·철강·원유 수입 협력까지 묶은 전방위 패키지였다.
그러나 TKMS의 제안은 규모에서 앞섰다. TKMS는 사업 기간 캐나다 전역에 1,670억 캐나다달러의 총 경제활동과 860억 캐나다달러 이상의 직접 경제 효과, 65만 개의 연간 일자리(잡이어) 창출을 제시했다. 여기에 희토류·광업·인공지능·배터리 산업으로 협력을 확장하는 산업 협력 패키지, 캐나다 조선소에서의 부품 제조 및 완전 건조 옵션, 오타와에 전투체계(CMS) 우수센터를 설립하는 방안까지 더해졌다. 독일 정부 차원의 지원도 집요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오타와를 세 차례 방문했고, 독일과 노르웨이는 자국이 계약한 생산 슬롯을 캐나다에 양보해 조기 인도를 보장하는 카드까지 내놨다. TKMS는 첫 함을 2033년까지 인도하겠다고 밝혔으며, 캐나다 정부는 2034년까지 초도 4척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의 반응: 급락, 그러나 '펀더멘털 훼손은 아니다'
발표 다음 날인 7월 7일 한화오션 주가는 장중 20% 이상 급락했다. 60조 원짜리 초대형 수주 기대가 상당 부분 주가에 선반영돼 있었던 만큼 되돌림은 불가피했다. 다만 증권가의 시각은 냉정하다. 신한투자증권은 한화오션이 유럽 외 업체로서 나토 회원국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과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성능·납기·가격 경쟁력을 국제적으로 검증했다며, 이번 낙폭은 펀더멘털 훼손이 아닌 수급 이슈이고 조정 시 매수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17.8% 낮추면서도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고,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CPSP는 애초 기존 밸류에이션에 반영되지 않았던 '옵션' 성격의 프로젝트였다는 것이다.
과제와 기회는 분명하다. 한화오션은 올해 폴란드 오르카 사업에 이어 캐나다까지 대형 잠수함 수주전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성능과 납기만으로는 동맹 구조라는 진입 장벽을 넘기 어렵다는 사실이 두 차례 확인된 셈이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결과를 '방산 수출 4강' 진입을 위한 쓴 약으로 삼아 획기적인 현지화 전략과 국방 AI 전환으로 기술 격차를 벌리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업계에서도 국제 공동개발, 현지 생산, 장기 MRO·군수지원 체계 구축 등으로 수출 모델 자체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 시장은 어디인가
역설적으로 이번 패배가 남긴 자산은 작지 않다. 나토 회원국의 초대형 사업에서 독일과 최종 2파전을 벌였다는 사실 자체가 국제 시장에서 유효한 레퍼런스가 되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폴란드 오르카 후속 논의, 중동, 동남아시아의 잠수함·수상함 수출과 북미 MRO 협력을 후속 파이프라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그리스, 필리핀, 페루,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이집트, 콜롬비아, 칠레 등 다수의 잠수함·함정 도입 사업이 대기 중이다. 공급 측면의 구조도 한국에 유리하다. TKMS의 수주 잔고가 급증하면서 유럽 조선소들의 건조 여력은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건조 능력에 여유가 있는 한국이 중장기적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수주전이 남긴 부수적 자산도 있다. 캐나다와의 협상 과정에서 구축된 국방·방산 네트워크, 에너지·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논의는 잠수함과 무관하게 이어질 수 있는 의제다. 방위사업청 역시 이번 경쟁으로 물꼬를 튼 캐나다와의 협력 채널을 다른 분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업과 투자자 관점의 체크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캐나다와 TKMS의 본계약 협상이다. 카니 총리는 협상에 6~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며, 가격·납기·현지 생산 비중·지식재산권 등 핵심 쟁점이 남아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 한화오션에 기회가 되돌아오는 만큼, 예비 협상자 지위는 살아 있는 변수다. 둘째, 폴란드 오르카 사업의 재편 여부와 중동·유럽 후속 사업의 입찰 일정이다. 셋째, 미국 조선 협력 구상(MASGA)과 북미 MRO 사업의 구체화다. 60조 원의 문은 닫혔지만, 세계 잠수함 시장의 발주 사이클은 이제 시작 단계다. 나토의 벽을 확인한 K-방산이 어떤 새 공식을 들고나올지가 하반기 방산 섹터의 관전 포인트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도전한 한화오션 KSS-Ⅲ. (개념도)[사진 = AI 도움을 받아 생성한 이미지 / KBR편집부]](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articles/2026/07/12/1783859375277-bd70d29a-3065-446a-a5ae-8053c442f46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