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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 미국은 후퇴하고, 유럽은 간소화하고, 한국은 이제 출발선에 섰다

2026년 글로벌 ESG는 미국·EU·한국이 같은 ESG를 두고 전혀 다른 제도 방향을 보이는 분기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은 연방 기후공시 규제를 사실상 철회하며 ESG가 주별 규제와 투자자 요구 중심으로 파편화되고 있다. EU는 CSRD·CSDDD 적용 범위를 줄이고 공시 부담을 완화했지만, 이중 중대성과 제3자 검증이라는 핵심 원칙은 유지했다. 한국은 KSSB 기준 확정과 2028년 단계적 의무화를 통해 자율 공시에서 법정 공시 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은 EU 공급망 요구, KSSB 대응, 미국 시장의 투자자 수요를 동시에 관리하며 ESG를 규제 대응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 인프라로 봐야 한다.

강지혜 선임기자입력 2026년 6월 15일수정 2026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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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글로벌 ESG 경영은 미국의 규제 후퇴, EU의 공시 간소화, 한국의 의무화 출발이 맞물리며 기업의 공급망·자본시장 대응 전략을 새롭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 = KBR 자료사진]
2026년 글로벌 ESG 경영은 미국의 규제 후퇴, EU의 공시 간소화, 한국의 의무화 출발이 맞물리며 기업의 공급망·자본시장 대응 전략을 새롭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 = KBR 자료사진]

2026년 글로벌 ESG는 미국·EU·한국이 같은 ESG를 두고 전혀 다른 제도 방향을 보이는 분기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은 연방 기후공시 규제를 사실상 철회하며 ESG가 주별 규제와 투자자 요구 중심으로 파편화되고 있다. EU는 CSRD·CSDDD 적용 범위를 줄이고 공시 부담을 완화했지만, 이중 중대성과 제3자 검증이라는 핵심 원칙은 유지했다. 한국은 KSSB 기준 확정과 2028년 단계적 의무화를 통해 자율 공시에서 법정 공시 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은 EU 공급망 요구, KSSB 대응, 미국 시장의 투자자 수요를 동시에 관리하며 ESG를 규제 대응이 아닌 글로벌 경쟁력 인프라로 봐야 한다.

미국은 후퇴하고, 유럽은 간소화하고, 한국은 이제 출발선에 섰다

2026년 글로벌 ESG 경영의 세 갈래 — 미국·유럽·한국의 전략적 차이와 한국 기업의 대응 과제


같은 'ESG', 다른 문법

2026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전 세계 기업 경영의 핵심 의제로 자리를 굳혔지만, 그 실천 방식은 지역마다 현저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 차원의 기후 공시 규제가 사실상 철회 수순을 밟고 있는 반면, 유럽연합(EU)은 방대했던 공시 의무를 대폭 간소화하는 옴니버스 패키지를 2026년 3월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은 오랜 진통 끝에 2026년 2월 마침내 공시기준을 확정하고, 2028년부터의 단계적 의무화 로드맵을 공식 발표했다.

ESG라는 세 글자는 동일하지만, 이 개념이 기업 경영 현장에서 작동하는 방식 — 법적 강제성, 공시 범위, 검증 요건, 책임 귀속 구조 — 은 세 지역이 각각 뚜렷하게 갈라지고 있다. 이 글은 2026년 6월 현재를 기준으로 미국, 유럽, 한국의 ESG 경영 구조가 어떻게 다른지를 입체적으로 비교하고, 글로벌 공급망과 자본시장에 노출된 한국 기업들이 이 변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정리한다.


미국: 연방 규제의 후퇴와 파편화된 ESG 지형

미국의 ESG 경영 지형은 2025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재편되었다. 2024년 3월 6일 바이든 행정부 주도로 확정된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 관련 공시 규칙은 상장사들이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 리스크 관리 계획, 기후 관련 거버넌스 등을 사업보고서에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규정한 역사적 조치였다. 그러나 이 규칙은 채택 직후부터 기업 단체와 공화당 주 법무장관들의 거센 법적 도전에 직면했고, SEC는 같은 해 4월 제8 순회항소법원에 계류된 소송이 완료될 때까지 규칙 시행을 자체 보류했다.

2025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방향은 180도 전환되었다. 대행 SEC 위원장 마크 우예다는 해당 규칙이 "비용이 과도하고 불필요하게 침습적"이라며 무력화에 나섰고, SEC는 2025년 3월 27일 기후 공시 규칙에 대한 법적 방어를 공식 포기했다. 이어 2026년 5월 29일, SEC는 2024년에 채택한 기후 관련 공시 규칙 전체를 철폐하는 규정안을 공식 제안했다. 원래 이 규칙은 2027 회계연도부터 대형 상장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발효된 적조차 없이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규제 철회는 ESG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됐다. 미국 노동부(DOL)는 퇴직연금 운용사들이 ESG 요소를 투자 결정에 반영하도록 허용했던 규칙을 철회하고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보호청(EPA)도 온실가스 보고 프로그램을 포함해 31개 규제 완화 조치를 시행하며 바이든 행정부 기후 의제의 대대적인 해체에 들어갔다.

반(反)ESG 운동도 주(州) 차원에서 더욱 거세졌다. 2025년 한 해에만 텍사스, 플로리다, 웨스트버지니아 등 보수 성향 주에서 11개의 반ESG 법안이 통과되었으며, 이는 2024년 대비 57% 증가한 수치다. 이 법안들은 주 정부 연기금이 ESG 요소를 투자 결정에 반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ESG 기준을 적용하는 금융기관과의 정부 계약을 제한하며,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이른바 '보이콧'으로 간주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ESG의 맥락에서 '분열된 국가(Disunited States)'로 불릴 만큼 정치적 양극화의 또 다른 전선이 되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ESG가 완전히 소멸한 것은 아니다. 연방 차원의 규제 공백을 주(州) 차원이 부분적으로 채우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연매출 10억 달러 이상 기업에 스코프 1·2·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요구하는 법안(SB 253)을 선도적으로 통과시켰다. 뉴욕, 뉴저지, 콜로라도, 일리노이 등도 유사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다만 캘리포니아 법안 역시 미국 상공회의소의 법적 도전으로 일시 가처분 상태에 놓이는 등, 주 차원의 규제도 순탄한 행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 수요 측면에서는 복잡한 양상이 전개된다. 기관투자자의 95%가 2025년에도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 리스크를 평가하겠다고 응답하는 등 투자 커뮤니티의 ESG 수요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연방 표준 공시 프레임워크가 사라짐으로써 비교 가능한 ESG 데이터를 확보하는 부담이 기업에서 투자자로 역전되고, 공시 데이터의 신뢰성과 비교 가능성은 현저히 저하될 위험이 있다. 2026년의 미국 ESG는 '규제 없는 시장 압력'과 '규제 있는 주 의무'가 혼재하는, 고도로 파편화된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유럽: 간소화했지만 포기하지 않은 지속가능성 의무

유럽의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 체계는 2026년, 가장 중요한 제도적 변곡점을 통과했다. 2022년 채택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은 당초 EU 역내외 약 5만 개 기업에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에 따른 의무 공시를 요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1,073개에 달하는 공시 데이터 포인트와 광범위한 적용 대상을 둘러싸고 기업들의 규제 부담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유럽집행위원회는 EU 경쟁력 강화를 위한 드라기 보고서의 권고를 수용해 전면적인 간소화에 착수했다.

2025년 4월 16일, 이미 공시 의무가 예정된 대형 기업들에게 2년의 유예를 부여하는 '클록 정지(Stop-the-Clock)' 지침(EU 2025/794)이 EU 관보에 게재되어 즉각 발효되었다. 이를 통해 미보고 대형 기업들과 상장 중소기업(SME)에 대한 CSRD 적용이 2년 연기되는 한편, CSDDD의 회원국 입법화 기한도 1년 유예되는 잠정 조치가 취해졌다. 이어 본격적인 실질 개정 작업인 옴니버스 I 패키지 협상이 진행되었다.

유럽의회는 2025년 12월 16일 최종 합의안을 채택했고, EU 이사회는 2026년 2월 24일 승인을 마쳤다. 옴니버스 I 지침(EU 2026/470)은 2026년 2월 26일 EU 관보에 공식 게재되어 2026년 3월 18일 발효되었다. 핵심 변경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CSRD의 적용 범위가 대폭 축소되었다. 기존에는 직원 250명 이상 기업도 의무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으나, 옴니버스 이후에는 '직원 1,000명 초과' 및 '순매출 4억 5,000만 유로 초과'라는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 변경으로 기존 약 5만 개였던 대상 기업의 약 85~90%가 의무 범위에서 제외되었으며, 새 기준은 2027 회계연도부터(2028년 보고) 적용된다.

둘째, ESRS 공시 데이터 포인트가 기존 1,073개에서 약 320개로 약 70% 감축된다. 간소화된 ESRS를 담은 위임법령은 옴니버스 I 발효일로부터 6개월 이내인 2026년 9월 18일까지 채택이 목표다. 셋째,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의 적용 기준도 기존 직원 1,000명/순매출 4억 5,000만 유로에서 직원 5,000명/순매출 15억 유로로 대폭 상향되어, 적용 대상이 약 70% 감소했다. 회원국의 CSDDD 입법화 기한은 2028년 7월 26일, 기업에 대한 적용 개시는 2029년 7월 26일이다. CSRD의 회원국 입법화 기한은 2027년 3월 19일이다.

그러나 유럽이 지속가능성 의제 자체를 포기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오독이다. 옴니버스 I 이후에도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중 중대성이란, 기업이 외부 환경·사회적 요인이 자사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재무적 중대성)뿐 아니라, 자사의 사업 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영향 중대성)까지 동시에 보고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EU ESG 공시의 철학적 근간으로, 단일 재무 중대성에 집중하는 미국식 접근과 결정적으로 구별된다. 또한 '제한적 확신(Limited Assurance)' 형태의 제3자 검증 의무도 존속된다.

주목해야 할 점이 하나 더 있다. EU에서 연매출 4억 5,000만 유로 이상을 창출하는 비(非)EU 모기업도 EU 내 자회사 또는 지점을 통해 CSRD 의무를 피해갈 수 없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유럽 매출 규모가 큰 한국 대기업들에게 옴니버스가 단순한 규제 완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 2026년, 자율에서 의무로의 공식 전환점

한국의 ESG 공시 제도는 2026년, 오랜 논의와 수차례의 연기 끝에 드디어 실행 설계 단계로 진입했다. 2021년 1월 금융위원회가 처음으로 "2025년부터 단계적 ESG 공시 의무화"를 예고한 지 약 5년 만의 일이다. 이후 2023년 10월에는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했고, 2024년 4월에는 "의무화 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재차 유보 입장을 밝히는 등 수차례의 지연이 반복되었다.

2022년 12월 한국회계기준원 산하에 설립된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2024년 4월 30일 공시기준 공개 초안을 발표했고,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2026년 2월 26일 KSSB 공시기준서 제1호(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일반 요구사항)와 제2호(기후 관련 공시)를 최종 의결했다. 두 기준은 ISSB의 IFRS S1·S2를 기반으로 하되, 국내 선택적 추가공시 기준(제101호)을 통해 한국 여건을 반영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2월 25일 ESG 공시 로드맵(안)을 공개했다. 1차 의무화 대상은 연결자산총액 30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기업으로, 2028년(2027 사업연도 기준 공시)부터 의무가 시작된다. 해당 기업 수는 약 58개사다. 2차로는 2029년(2028 사업연도)부터 연결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되며, 장기적으로는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의 단계적 확산이 예정되어 있다. 금융위는 2026년 3월 31일까지 의견수렴을 마친 뒤 4~5월 중 최종 로드맵을 확정할 계획을 밝혔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스코프 3(Scope 3) 공시에 대한 3년 유예다. 스코프 3는 기업의 공급망 전반에 걸친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측정과 검증의 복잡성이 높고 중소 협력사의 부담이 크다. 한국 당국은 기업 수용성을 고려해 스코프 3 공시 의무 개시를 초기 의무화 시점으로부터 3년 뒤로 유예하기로 했다. 1차 대상 기업(연결자산 30조 원 이상)의 경우, 스코프 3 공시는 이르면 2031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또 다른 주요 특징은 '세이프 하버(Safe Harbor)' 조항의 도입이다. 제도 도입 초기 2개 사업연도에는 고의가 아닌 경우 손해배상책임과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하고,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한 형사책임도 일정 범위 내에서 면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공시 체계에 대한 기업의 학습 곡선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다.

한국 ESG 경영의 또 다른 고유한 맥락은 재벌 지배구조 문제와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다. 2025년 상법 개정 논의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며, 지배주주 일가에 편중된 의사결정 구조를 견제하는 제도적 보완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연금(NPS) 등 기관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ESG 요인을 투자 의사결정에 통합하는 흐름을 확대하고 있으며, 금융서비스위원회(FSC)와 스튜어드십 코드 위원회는 2026년부터 자산운용사와 공적 연기금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심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세 지역 ESG의 핵심 차이: 철학·구조·강제성

세 지역의 ESG 경영을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중대성(Materiality)' 개념의 해석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단일 중대성(Single Materiality)' — 기후·ESG 요인이 기업의 재무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에 집중한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SEC 체계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EU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을 채택한다. 기업이 외부 환경·사회 변화에 노출되는 동시에, 기업 자신이 그 환경·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양방향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한국 KSSB 기준은 ISSB 기반이므로 기본적으로 단일(재무) 중대성에 가깝지만, EU 시장과 접점이 있는 기업들은 사실상 이중 중대성 기준도 병행 준비해야 하는 이중 대응 구조에 처해 있다.

법적 강제성 측면에서도 세 지역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EU는 지침(Directive) 기반으로 회원국의 국내법 전환을 의무화하며, 미이행 시 상당한 법적 제재가 따른다. 미국 연방 차원의 ESG 공시 의무는 2026년 현재 사실상 공백 상태이며, 주 차원의 법규만이 일부 영역에서 작동한다. 한국은 2028년부터 법정 의무가 시작되나, 세이프 하버 조항 등으로 초기 적용의 탄력성을 두고 있다.

공시 범위의 측면에서, EU는 옴니버스 이후에도 가치사슬(공급망) 데이터 수집의 개념을 유지한다. '비례성 원칙(Proportionality Principle)'에 따라 기업이 공급망 내 중소 협력사에게 과도한 공시 요구를 해서는 안 되지만, 가치사슬 공시의 책임 자체는 의무 대상 기업에 남아 있다. 반면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공급망 공시를 강제하지 않으며, 한국도 공급망 공시는 아직 초기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검증(Assurance) 요건도 다르다. EU CSRD는 '제한적 확신(Limited Assurance)'을 의무화하되, 향후 '합리적 확신(Reasonable Assurance)'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미국은 연방 규제 공백으로 검증 체계가 사실상 기업 자율에 맡겨져 있다. 한국 로드맵에서는 제3자 검증의 단계적 의무화가 예고되어 있으나, 구체적 시행 시기는 2030년대 전후로 예상된다.


한국 기업에 대한 시사점

세 지역의 ESG 경영 차이는 글로벌 공급망과 자본시장에 걸쳐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복합적인 과제를 부여한다. 가장 먼저 직면하는 도전은 'EU 공급망 연동'이다. EU 옴니버스가 CSRD 적용 범위를 대폭 줄였다 해도, EU 내 연매출 4억 5,000만 유로 이상을 창출하는 한국 대기업과 이들의 1·2차 협력사들은 여전히 EU 공시 체계의 영향권 안에 있다. 직접 CSRD 의무 대상이 아니더라도, EU 고객사가 가치사슬 공시를 위해 협력사 ESG 데이터를 요청할 때 이에 응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두 번째는 'KSSB 기준 실질 준비'다. 1차 의무화 대상인 연결자산 30조 원 이상 기업들은 이미 2027 사업연도 데이터를 목표로 스코프 1·2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체계, 기후 리스크 시나리오 분석, 거버넌스 공시 구조 등을 구축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이 요소들은 단기간에 갖추기 어려운 인프라이므로, 의무화 시점보다 앞선 선제적 준비가 핵심이다. 1차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들도 대형 고객사나 EU 바이어로부터 데이터 제공 요청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는 '미국 시장 전략의 재설정'이다. 연방 규제가 약화되었다고 해서 미국 기관투자자와 고객의 ESG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히 미국 기관투자자 자금을 유치하거나, 캘리포니아·뉴욕 등 규제 강화 주와의 사업 관계를 유지하는 기업들은 ESG 데이터의 품질과 신뢰성을 계속 관리해야 한다. 연방 공시 의무가 없더라도, 투자자 관계(IR) 차원에서의 ESG 정보 공개 수요는 자본시장에서 유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들은 ESG 경영을 단순한 '규제 대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 가치 제고와 글로벌 자본 접근성 확보의 전략 인프라로 재정의해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NPS를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글로벌 ESG 채권 발행 수요 등 복합적 압력이 ESG 경영의 내재화를 요구하고 있다.


결론: 수렴이 아닌 분기, 그러나 방향은 하나다

2026년 현재 글로벌 ESG 경영은 수렴이 아닌 분기의 국면에 있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후퇴하고, EU는 간소화했지만 철학적 뼈대는 유지하며, 한국은 이제 막 출발선에 올랐다. 규정의 형태, 공시의 범위, 법적 강제성의 수준은 세 지역이 각각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방향 자체가 역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자본시장은 기업의 기후·ESG 리스크 정보를 여전히 요구하고 있으며, EU와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지역에서 의무화의 흐름은 계속된다. 미국조차도 캘리포니아를 선두로 한 주 차원의 규제망이 실질적인 압력으로 남아 있으며, 연방 규제 공백과 무관하게 기관투자자들의 ESG 정보 수요는 자본시장에서 유효하다.

세 지역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각국의 규제를 파악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자본과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진단하는 작업이다. ESG를 규제 부담으로만 보는 시각을 넘어, 기업의 장기 경쟁력과 자본 접근성의 기반으로 바라볼 때, 지금 이 분기의 시대를 현명하게 통과하는 전략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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