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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위원회까지 둔 인천공항공사, 왜 주차권 남발은 막지 못했나

국토교통부 감사 결과 인천공항 전체 주차면 3만6971면의 84.5%에 해당하는 정기주차권 3만1265건이 직원 등에게 한도 없이 발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터미널과 가장 가까운 단기주차장까지 직원 우선으로 운영되면서 일반 여객이 쓸 수 있는 공간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휴가 중 무료 주차 1220건 등 사적 유용이 무더기로 적발됐고, 2025년 한 해 면제 요금만 41억원에 달했다. ESG위원회와 내부통제 체계를 갖춘 공기업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형식적 거버넌스와 실질적 통제의 간극이 핵심 쟁점이다. 7월부터 시행된 개선안이 자회사 차별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환수·문책의 이행과 형평성 있는 후속 조치가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강지혜 선임기자입력 2026년 7월 10일수정 2026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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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단·장기주차장 입구 전경. 한때 전체 면수의 80% 이상이 직원 정기주차권 몫으로 배정되면서, 일반 여객의 주차 공간이 크게 줄어든 운영 관행이 국토교통부 감사로 드러났다. [사진 = KBR 자료사진]
인천국제공항 단·장기주차장 입구 전경. 한때 전체 면수의 80% 이상이 직원 정기주차권 몫으로 배정되면서, 일반 여객의 주차 공간이 크게 줄어든 운영 관행이 국토교통부 감사로 드러났다. [사진 = KBR 자료사진]

국토교통부 감사 결과 인천공항 전체 주차면 3만6971면의 84.5%에 해당하는 정기주차권 3만1265건이 직원 등에게 한도 없이 발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터미널과 가장 가까운 단기주차장까지 직원 우선으로 운영되면서 일반 여객이 쓸 수 있는 공간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휴가 중 무료 주차 1220건 등 사적 유용이 무더기로 적발됐고, 2025년 한 해 면제 요금만 41억원에 달했다. ESG위원회와 내부통제 체계를 갖춘 공기업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형식적 거버넌스와 실질적 통제의 간극이 핵심 쟁점이다. 7월부터 시행된 개선안이 자회사 차별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환수·문책의 이행과 형평성 있는 후속 조치가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인천공항 주차장 84.5%가 직원 몫이었다… '국가 관문'의 거버넌스가 무너진 자리

국토교통부 감사로 드러난 정기주차권 3만여 건 남발과 사적 유용. ESG 경영을 전면에 내걸어온 공기업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내부통제와 이해충돌 관리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이 사건이 공공기관 ESG에 던지는 질문을 짚는다.


주차난의 원인은 '공간 부족'이 아니었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풍경이 있다. 출국 시간이 임박한 상황에서 주차장을 몇 바퀴씩 돌며 빈자리를 찾아 헤매는 일이다. 그동안 인천공항의 만성적 주차난은 여객 수요 급증에 따른 공간 부족 문제로 여겨져 왔고, 주차장 증설 논의도 이런 전제 위에서 진행돼 왔다. 그러나 2026년 5월 14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인천공항 직원 주차제도 감사 결과'는 이 전제를 뿌리째 흔들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사와 자회사, 공항 입주기관 직원 등에게 발급한 유·무료 정기주차권은 총 3만1265건에 달했다. 인천공항 전체 주차면수가 3만6971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발급된 정기주차권이 전체 주차 공간의 8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산술적으로 보면 공항 주차장 열 면 가운데 여덟 면 이상이 직원과 상주기관 관계자의 몫으로 배정될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 발급 한도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희망자 전원에게 정기권이 발급되는 방식이 오랫동안 유지됐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정기주차권의 하루 평균 실제 사용 건수는 5000건 안팎으로 발급 건수의 16% 수준에 그쳤는데, 이는 실수요와 무관하게 권한이 과도하게 뿌려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리의 질'까지 직원 우선… 여객 공간은 절반 이하로

문제는 양에서 그치지 않았다. 여객 선호도가 가장 높은 터미널 인접 단기주차장이 직원 우선으로 운영됐다는 점에서 '자리의 질' 문제가 겹쳤다. 제1여객터미널의 경우 터미널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별도의 직원 전용 주차장이 있음에도, 터미널 지하 3층 단기주차장에 무료 정기권 전용구역 511면이 추가로 지정됐다. 그 결과 제1터미널 단기주차장에서 일반 여객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다.

제2여객터미널은 감사 직전까지 직원 전용구역조차 구분하지 않은 채 일반 여객과 혼용 상태로 방치되다가 2026년 1월에야 구역이 분리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제2터미널 이전으로 혼잡도가 높아진 시기와 맞물리며 주차난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급 구조의 불균형도 확인됐다. 제1터미널의 공사 상주 근무자는 300명대에 불과한데 단기주차장 정기권은 1289건이 발급된 반면, 7000명이 넘는 자회사 상주 근무자에게 발급된 단기주차장 정기권은 136건에 그쳤다. 모기업 직원에게 노른자위 자리를 몰아준 구조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휴가철 해외여행에 49일 차량 방치까지… 사적 유용의 실태

정기주차권의 사적 유용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출퇴근과 업무 목적으로 발급된 무료 정기권을 개인 연가 기간에 사용한 사례는 2025년 한 해에만 1220건, 인원으로는 1017명에 달했고 이들이 면제받은 요금은 약 7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점심시간에 터미널 내 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무료 주차권을 쓴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같은 기간 4302건, 1233명, 면제 금액 520만원 규모였다.

개별 사례를 보면 문제의 성격이 더 선명해진다. 공사 직원 한 명은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을 떠나며 두 차례에 걸쳐 총 22일간 공항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두고 55만2000원의 요금을 면제받았다. 자회사의 한 직원은 귀향을 이유로 49일간 차량을 주차장에 방치하고도 44만3000원의 주차비를 내지 않았다. 국민이 유료로 이용하는 공공 인프라를 사실상 개인 차고처럼 사용한 것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공사와 자회사 직원이 제1·2터미널 단기주차장에서 무료 정기권으로 면제받은 주차요금은 총 41억원으로, 공사의 연간 단기주차장 수익 366억원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국토부는 인천공항공사에 정기주차권 발급 기준 강화와 관리체계 개선, 책임자 문책, 부정 사용자 징계, 부당 면제 요금의 환수를 공식 통보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번 사안을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심각한 도덕적 해이'로 규정하고 공직기강 확립을 지시했다. 공사 측은 감사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주차장 운영 전반을 혁신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SG 관점 ① 지배구조(G): 내부통제는 왜 작동하지 않았나

이 사건을 단순한 '공기업 일탈' 뉴스로만 소비하기에는 아까운 지점이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두고, 내부통제위원회와 윤리준법 조직을 축으로 하는 다층적 내부통제 체계를 운영해 온 기관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청렴과 윤리경영, 이해충돌 예방을 조직문화의 핵심 가치로 내세워 왔다. 그럼에도 전체 주차면의 85%에 육박하는 정기권이 한도 기준조차 없이 발급되고, 사용 실태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이 사실상 부재했다는 사실은 형식적 거버넌스와 실질적 통제 사이의 간극을 여실히 드러낸다.

거버넌스 관점에서 이번 사안의 본질은 '이해충돌의 제도화'다. 주차장 운영 규칙을 설계하는 주체와 그 규칙의 수혜자가 동일한 조직이었고, 이를 견제할 내부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무료 정기권이라는 비금전적 혜택은 급여처럼 명시적으로 공시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 감시망에 잘 포착되지 않는다. ESG 공시가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이사회 구성 같은 정형화된 지표에 집중되는 동안, 이런 '보이지 않는 내부자 혜택'은 공시와 평가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왔다. 기획재정부가 2025년 12월 발표한 공공기관 ESG 가이드라인이 환경 13개, 사회 14개, 지배구조 10개 등 총 37개 핵심지표 체계를 제시하며 공공기관 ESG의 표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지표 충족과 실질적 윤리 내재화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이번 사건은 보여준다.


ESG 관점 ② 사회(S): 공공서비스 형평성과 자회사 차별 논란

사회(S) 측면에서 이 사안은 공공서비스 접근권의 형평성 문제다. 공항 주차장은 국민 누구나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하는 공공 인프라다. 일반 이용객이 요금을 내고도 자리를 찾지 못하는 동안 내부 구성원이 무상으로, 그것도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구조는 공공기관이 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보다 내부 이해관계자를 우선시했음을 의미한다.

후속 조치 과정에서 불거진 자회사 차별 논란은 S 이슈의 또 다른 층위다. 공사는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근무지와 업무 기준으로 1인당 1개의 정기권만 발급하고, 터미널 인접 단기주차장 정기권은 임산부·장애인 등 교통약자와 업무용 차량으로 한정하며, 터미널과 가까운 장기주차장의 입차 가능 시간을 심야 시간대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개선안은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고 보름간의 계도기간을 두고 있다. 그러나 시행 전 자회사에 공유된 개편 자료에서 공사 직원은 기존 단기주차장을 구역 조정만으로 계속 이용하는 반면 자회사 직원은 더 먼 구역으로 밀려나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알려지며, 노동조합이 책임 전가라고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공사는 해당 자료가 직원의 작성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위기 대응 과정에서조차 원청과 자회사 간 처우 격차라는 해묵은 S 이슈가 재점화된 셈이다. 개선 조치가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을 낳지 않도록 이해관계자 소통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 남은 과제다.


KBR Insight : '보이지 않는 특혜'가 ESG의 다음 시험대다

이번 사건이 ESG 논의에 남기는 교훈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거버넌스의 실패는 대형 비리보다 '관행'의 얼굴로 온다는 점이다. 주차권 남발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일탈이 아니라 오랜 기간 누적된 내부 관행이었고, 구성원 다수가 수혜자였기에 내부 문제 제기가 작동하기 어려웠다. 내부통제 체계의 실효성은 평시의 관행을 의심할 수 있는가에서 갈린다. 

둘째, 공공기관 ESG 평가와 공시는 비금전적 내부자 혜택을 포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법인카드나 업무추진비처럼 주차권, 시설 이용권 같은 현물성 혜택도 발급과 사용 실태가 정기적으로 공개되고 감사받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셋째, 사후 수습의 품질이 조직의 ESG 성숙도를 보여준다. 부당 면제 요금의 실제 환수율, 책임자 문책의 수위, 자회사 형평성 논란의 처리 방식은 앞으로 수개월간 이 기관의 진정성을 가늠할 실측 지표가 될 것이다. 선언과 보고서가 아니라 회복의 과정이야말로 ESG의 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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