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목표를 선언한 기업이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그렇다면 지금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감축 목표는 2030년, 2040년, 2050년이라는 미래 시점을 향해 있지만 배출은 오늘도 계속된다.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가 2026년 6월 11일 공개한 기업 넷제로 표준 2.0판(Corporate Net-Zero Standard V2.0)은 이 공백을 '지속적 배출책임(Ongoing Emissions Responsibility, 이하 OER)'이라는 개념으로 메우려 한다.
이 개념은 실무자들이 오랫동안 혼용해 온 '상쇄(offset)', '제거(removal)', '중화(neutralization)', '가치사슬 외 감축(BVCM)'이라는 용어의 관계를 다시 정리한다. 본 기사는 OER이 무엇을 요구하고 무엇을 금지하는지, 그리고 기존 개념과 어떻게 다른지를 정의 중심으로 설명한다.
용어부터 정리한다: 지속적 배출, 잔여배출, 상쇄, 제거
OER을 이해하려면 네 개의 용어를 구분해야 한다. 첫째, '지속적 배출(ongoing emissions)'은 기업이 검증된 감축 목표를 이행하는 기간 동안 스코프 1·2·3 전반에서 여전히 대기로 방출되는 배출량을 가리킨다. 목표를 지키고 있더라도 감축 경로상 남아 있는 배출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잔여배출(residual emissions)'은 넷제로 목표연도에 도달했을 때 기술적·경제적으로 더 줄이기 어려운 최종 잔량이다. 지속적 배출이 '과정'의 개념이라면 잔여배출은 '도착점'의 개념이다.
셋째, '상쇄(offset)'는 외부에서 발생한 감축·제거 성과를 자사 배출과 상계해 배출량이 줄었다고 주장하는 회계·주장 방식이다. 넷째, '제거(removal)'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물리적으로 포집·흡수해 저장하는 기후활동의 한 유형이며, 넷제로 시점의 잔여배출을 '중화(neutralize)'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인정된다. 다만 두 개념이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상쇄에 쓰이는 크레딧도 실제 감축·제거 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고, 제거 역시 크레딧 발급과 주장 체계를 통해 거래된다. 따라서 이번 표준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개념의 이분법이 아니라, OER 목적으로 지원한 검증된 감축성과(VMO)는 기업의 인벤토리 배출량이나 감축 목표 진척도에 차감·산입할 수 없다는 회계상의 분리 규정이다.
OER은 이 중 '지속적 배출'에 대한 책임 개념이다. 즉 "줄이는 중인 배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답이지, "감축 목표를 크레딧으로 대신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 아니다.
OER 프레임워크의 3단계 구조
SBTi 표준 2.0의 제6장은 OER을 세 개의 단계로 설계했다. 첫 번째는 2.0판 발효와 함께 운영되는 '자발적 인정 프로그램(optional recognition program)'이다. 두 번째는 2035년 이후 적용될 '책임 요건(post-2035 responsibility requirement)'이다. 세 번째는 넷제로 목표연도에 적용되는 '잔여배출 중화 요건'이다. SBTi는 2035년 이후 요건이 미래 시점에 발효되며, 넷제로 요건은 스코프 1·2·3 배출이 잔여 수준에 도달한 시점부터 적용된다고 명시했다.
주목할 점은 첫 번째 단계가 '자발적'임에도 완전히 선택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표준은 모든 기업이 목표 검증 단계에서 OER 인정 프로그램 참여 의사를 표시하도록 요구한다(기준 CNZS-C38). 참여하지 않는 기업도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하며, SBTi는 이를 참여 기업과 비참여 기업을 구분해 관여를 유도하려는 장치라고 설명한다. 시장 분석기관 Sylvera는 이 비참여 공개 요건을 두고, 참여가 사실상 업계에서 기대되는 관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는 SBTi 원문의 명문 규정이라기보다 시장 참여자의 해석임을 밝혀둔다.
자발적 인정 프로그램의 세 등급
인정 프로그램은 Engaged, Advanced, Leadership의 세 등급으로 구성되며, 등급은 기업이 책임지는 배출량의 범위로 구분된다. SBTi는 Leadership 등급이 기후변화 비용의 완전한 내부화라는 방향성을 대표하며, 모든 기업이 시간을 두고 이 수준을 지향하도록 권장한다고 밝혔다.
Sylvera의 해설에 따르면 각 등급의 요건은 다음과 같다. Engaged 등급은 스코프 1·2·3 지속적 배출의 최소 1%를 기여 예산(contribution budget) 설정이나 검증된 감축성과(VMO) 지원으로 책임지는 수준이다. Advanced 등급은 스코프 1·2 지속적 배출의 100%에 더해 스코프 3 일부를 포함, 전체 스코프 1·2·3 지속적 배출의 최소 10%를 책임지며, 기여 예산 기준은 톤당 20달러다. Leadership 등급은 기업 규모에 따라 나뉜다. 카테고리 A 기업(대기업 및 고소득국 중견기업)은 스코프 1·2·3 지속적 배출 100%에 대해 톤당 80달러의 기여 예산을 설정하고, 그 예산으로 해당 배출량만큼의 VMO를 구매한 뒤 남는 예산을 추가 기후행동에 써야 한다. 카테고리 B 기업(소기업 및 저소득국 중견기업)은 같은 톤당 80달러 기준으로 스코프 1·2 전량과 스코프 3 일부를 포함해 최소 10% 범위를 책임지면 된다.
여기서 '기여 예산'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설정하는 내부 탄소가격에 가까운 개념이다. 이 예산은 VMO 구매 외에도 사전(ex-ante) 감축 자금 지원, 저탄소·무탄소 연구개발, 감축 촉진 활동, 적응·회복력 자금, 손실과 피해 기금 등 여섯 가지 범주의 기후행동에 사용할 수 있다. 크레딧 구매만이 유일한 경로가 아니라는 점은 기존 BVCM 논의와 구분되는 설계다.
무엇이 '검증된 감축성과'로 인정되는가
OER에서 크레딧은 'VMO'라는 용어로 재정의된다. VMO는 사후(ex-post) 발생한 감축성과로서 독립된 제3자 검증을 거치고, 주장 시점에 영구 소각(retire)되며, 다른 주체가 동시에 주장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발생원은 기업 가치사슬 밖의 배출 감축, 탄소 격리 또는 이산화탄소 제거, 자연 탄소흡수원의 보호·복원·증진 세 가지다. 자연기반 해법이 명시적으로 포함된 점은 2023년 전후 자연기반 크레딧의 신뢰성 논란 이후 SBTi가 보여 온 신중한 태도에 비춰 의미 있는 변화라고 Sylvera는 해석한다.
표준은 지원 활동이 공인된 제3자 고신뢰성 기준과 SBTi 최소 신뢰성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도록 요구한다(CNZS-C42). 최소 기준에는 구매 기업의 문서화된 프로젝트 단위 실사, 인권·생물다양성·선주민 및 지역공동체 권리 보호장치, 탄소 고착(lock-in) 방지, 방법론·성과·편익 공유에 대한 투명한 보고, 추가성, 역전 위험 안전장치, 독립 공인기관의 검증이 포함된다. 즉 인증 라벨이 붙은 크레딧을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업 스스로 프로젝트를 들여다봤다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
회계 분리와 이중청구 금지: 상쇄와 구분되는 결정적 지점
OER의 가장 중요한 실무 규정은 회계 처리다. 표준은 인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이 지원한 VMO를 인벤토리 및 목표 진척도와 분리해 회계 처리하고 이중청구를 방지하도록 요구한다(CNZS-C43). OER 목적으로 구매한 VMO는 스코프 1·2·3 배출량에서 차감할 수 없고, 감축 목표 달성률에도 반영할 수 없다. 컨설팅사 Eco-Act는 기업이 기후 기여가 자사 배출을 상쇄·중화·감축한다는 어떤 암시도 피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참여 기업은 선택한 등급에 부합함을 입증하는 정보를 보고하고 독립 검증을 받아야 한다(CNZS-C44). 인정 여부는 목표 주기 종료 시점의 평가(End-of-cycle Assessment)에서 검증된 목표 진척도와 기여 이행 실적을 함께 보고 결정된다. 감축 목표를 이행하지 못한 기업은 기여를 아무리 많이 해도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구조다.
2035년 이후: 제거가 의무가 된다
두 번째 단계에서 OER의 성격이 바뀐다. 표준은 2035년부터 카테고리 A 기업이 스코프 1·2·3 지속적 배출의 최소 1%에 해당하는 적격 탄소제거를 지원하도록 규정했으며, 여기에는 장기 저장(long-lived) 제거의 정해진 비율이 포함돼 점차 늘어난다(CNZS-C45). Sylvera와 Climeworks의 해설에 따르면 이 비율은 넷제로 목표연도까지 선형으로 100%까지 상승하며, 장기 저장 제거의 비중도 2035년 10%에서 넷제로 시점 100%로 올라간다. 이는 SBTi 해설 자료를 바탕으로 한 업계 분석이며, 자발적 단계에서 사용한 VMO는 이 의무 요건에 재사용할 수 없다.
다만 SBTi는 이 요건을 '예시적(illustrative)' 요건으로 명시하고, 2035년 발효 전에 차기 개정판(3.0판)에서 당시의 최신 과학에 맞춰 기준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1%라는 수치는 확정된 의무라기보다 방향을 알리는 신호로 읽는 것이 정확하다.
넷제로 시점: 잔여배출의 중화
세 번째 단계는 넷제로 목표연도 이후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표준은 넷제로 목표연도와 그 이후 기업이 스코프 1·2·3 배출을 0 또는 잔여 수준까지 줄이고, 남은 잔여배출 100%를 적격 탄소제거로 중화하도록 요구한다(CNZS-C46). 장기 체류 온실가스의 잔여배출은 장기 저장 제거로만 중화할 수 있다. 스코프 1 잔여배출 중화는 기업이 직접 책임지되, 스코프 3은 가치사슬 파트너와 분담할 수 있도록 '공유 책임' 경로가 열렸다. 제거 크레딧이 유치국의 승인과 상응조정(corresponding adjustment)을 받았는지도 공개해야 하며, SBTi는 국가결정기여(NDC)와 중복 주장되지 않은 제거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여기서 혼동이 잦은 지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단계의 VMO는 배출 감축 크레딧과 자연기반 크레딧을 포함한 폭넓은 개념이지만, 세 번째 단계의 중화에는 '제거'만 인정된다. 지속적 배출에 대한 '기여'와 잔여배출에 대한 '중화'는 인정되는 수단 자체가 다르다.
기존 BVCM과 무엇이 달라졌나
SBTi는 2.0판 이전까지 '가치사슬 외 감축(Beyond Value Chain Mitigation, BVCM)'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추가 기후행동을 권장해 왔다. 그러나 BVCM은 권장 수준에 머물렀고, 규모와 인정 방식이 불명확했다. Eco-Act는 2.0판이 기존 BVCM 논의에서 다뤄지던 가치사슬 밖 기후기여를, OER이라는 인정·책임 체계 안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제도화했다고 설명한다. SBTi 스스로도 표준 원문에서 기존 탄소크레딧·기후기여 프레임워크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명시하며, 대신 제3자 프레임워크를 인정하기 위한 최소 기준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는 OER이 야심찬 감축 경로에서도 수년간 배출이 계속된다는 단순한 관찰에서 출발해, 기업이 목적지뿐 아니라 그 과정의 배출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개념이라고 정리했다.
따라서 OER은 크레딧 사용의 '허용 범위'를 넓힌 것이 아니라, 크레딧이 놓일 '자리'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감축 목표 달성에는 여전히 쓸 수 없고, 대신 별도 계정에서 투명하게 기여하면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한국 기업 실무에 주는 시사점
국내 기업 가운데 SBTi 목표를 검증받았거나 검증을 준비 중인 곳은 OER 참여 여부를 목표 검증 단계에서 밝혀야 한다. 참여하지 않기로 하더라도 그 결정과 이유를 설명해야 하므로, 내부적으로 '왜 참여하지 않는가' 또는 '어느 등급을 선택하는가'에 대한 논리가 필요하다. 이미 자발적 탄소크레딧을 구매해 온 기업은 해당 크레딧이 VMO 요건을 충족하는지, 그리고 지속가능성보고서에서 크레딧을 배출량 차감으로 표현해 온 관행이 OER의 회계 분리 원칙과 충돌하지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기여 예산이 톤당 20~80달러 수준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은 내부 탄소가격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에게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2035년 이후 장기 저장 제거 비율이 단계적으로 상승하는 구조는 기술 기반 제거 크레딧의 장기 조달 계획을 지금부터 검토해야 할 이유가 된다. 다만 현행 공개 문서만으로는 국내 배출권거래제(K-ETS)상 특정 배출권이나 상쇄크레딧이 OER의 VMO 또는 적격 제3자 프레임워크 요건을 충족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SBTi가 관련 제3자 프레임워크·표준·프로그램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과 절차를 별도로 개발하겠다고 밝힌 만큼, 후속 인정 절차와 세부 가이던스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KBR Insight
OER의 가장 큰 의의는 '크레딧을 쓸 것인가'라는 낡은 논쟁을 '크레딧을 어느 계정에 기록할 것인가'라는 실무 질문으로 바꿨다는 데 있다. 상쇄 논쟁이 10년 넘게 공전한 이유는 같은 크레딧을 두고 어떤 기업은 감축 실적으로, 어떤 기업은 추가 기여로 불렀기 때문이다. SBTi는 이번에 그 구분선을 회계 규칙으로 못 박았다.
그러나 우려도 있다. '자발적'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에 비참여 사유 공개를 요구하는 방식은 사실상의 준의무화로 읽힐 여지가 있으며, 크레딧 시장에 강한 수요 신호를 보낸다. 공급 측의 신뢰성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2.0판이 강조한 프로젝트 단위 실사 요건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등급 선택을 서두르기보다, 먼저 자사 크레딧 회계를 OER 기준으로 분리해 보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이다.
시행 일정과 남은 과제
SBTi에 따르면 표준 2.0판은 2027년 1월 31일부터 효력을 갖고, 2027년 1분기부터 2028년 1분기까지 전환기간이 운영된다. 이 기간 기업은 2028년 1월 31일까지 기존 1.3.1판 기준으로도 목표를 제출할 수 있다. OER 인정 프로그램의 세부 운영 절차, 제3자 프레임워크 인정 기준, 2035년 이후 요건의 최종 수치는 모두 후속 문서와 3.0판 개정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지속적 배출책임은 이제 개념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실무 기준은 여전히 만들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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