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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와 연봉계약서, 근로기준법 앞에서는 무엇이 우선하는가

근로계약서·연봉계약서는 당사자 합의 문서이지만,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기준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다(근로기준법 제3·4·15조). 2026년 최저임금은 시간급 10,320원(월 2,156,880원)으로, 이에 미달하는 계약 조항은 자동으로 무효가 되고 법정 기준이 대신 적용된다(고용노동부 고시 제2025-47호). 문서 간 위계는 헌법-근로기준법-단체협약-취업규칙-근로계약 순이지만, 하위 문서가 더 유리한 조건을 담으면 그 부분은 유효하게 우선 적용된다(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 근로기준법 제97조 반대해석). 연봉계약서는 임금 조건을 구체화·변경하는 별도 합의서이지만, 퇴직금 포함 연봉제 약정처럼 강행법규를 위반하는 내용은 원칙적으로 무효다(대법원 2010.5.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고정성' 요건을 폐기해, 계약서상 재직조건 문구만으로는 통상임금성을 배제할 수 없는 길을 열었다.

박찬호 선임기자입력 2026년 8월 12일수정 2026년 8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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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제15조에 따라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계약 조항은 서명 여부와 무관하게 자동 무효가 된다.[사진 = KBR 자료사진]
근로기준법 제15조에 따라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계약 조항은 서명 여부와 무관하게 자동 무효가 된다.[사진 = KBR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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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 연봉계약서, 근로기준법… 무엇이 근로자에게 우선할까 사인한 서류보다 법이 먼저다 — 2026년 최저임금과 최신 대법원 판례로 짚어보는 근로조건의 진짜 우선순위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전부 유효한 것은 아니다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에 서명하고, 매년 연봉계약서를 다시 쓰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사인한 서류가 곧 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 그러나 한국 노동법 체계에서는 정반대의 원리가 작동한다. 근로기준법 제3조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라는 점을, 제4조는 근로조건이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각각 명시하고 있다. 즉 근로계약서나 연봉계약서는 당사자 간 합의의 산물이지만, 그 합의가 법이 정한 최저선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 해당 부분은 근로자가 서명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힘을 잃는다. 이는 근로계약을 특별히 무력화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협상력 차이를 감안해 근로자가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도록 유도되는 상황 자체를 법으로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선, 계약으로도 못 내려간다

이 원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규정한 조문이 근로기준법 제15조다. 제1항은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제2항은 그렇게 무효가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규정한다. 근로계약 전체가 깨지는 것이 아니라, 법 기준에 못 미치는 그 조항만 도려내고 그 자리에 법정 기준이 자동으로 들어와 채워지는 방식이다. 최저임금법 제6조 제3항도 같은 구조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정한 근로계약 부분은 무효로 하며 그 부분은 최저임금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한다.

2026년 적용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가 2025년 8월 5일 고시(제2025-47호)를 통해 시간급 10,32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2025년 10,030원 대비 290원, 2.9% 인상된 수준이며,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월 환산액은 209시간 기준 2,156,880원이다. 이 결정은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만약 어떤 근로계약서나 연봉계약서에 이보다 낮은 시급이나 월급이 적혀 있고 근로자가 그 서류에 서명했다 하더라도, 해당 임금 조항은 그 부분에 한해 자동으로 무효가 되고 2026년 최저임금 기준이 대신 적용된다. 근로자의 동의 여부는 이 결론을 바꾸지 못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단체협약… 서류들 사이의 서열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문서는 근로계약서 하나만이 아니다. 실무에서는 헌법을 최상위에 두고, 그 아래 근로기준법 등 강행법규,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순으로 규범력의 위계를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 무효로 하고,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규정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3조 역시 단체협약과 취업규칙·근로계약 사이에 유사한 구조를 적용한다.

다만 이 위계는 일방적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로 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오히려 유효하며 취업규칙보다 우선 적용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를 흔히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이라 부른다. 실제로 대법원은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이 노동조합 등의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등 참조). 정리하면, 상위 규범은 하위 규범이 그보다 못한 조건을 정하는 것을 막는 최저선의 역할을 하되, 하위 문서인 근로계약서가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담고 있다면 그 부분은 그대로 살아남는다. 다만 단체협약이 개정을 거치며 오히려 개별 근로계약보다 조건이 낮아지는 경우처럼,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을 모든 문서 조합에 기계적으로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확립된 선례가 부족해 견해가 갈리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이런 경계 사례는 사업장의 단체협약 존재 여부나 개정 경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단체협약과 근로계약의 관계를 별도로 확인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연봉계약서는 임금 조건을 구체화·변경하는 별도 합의서다

연봉계약서는 근로계약 전체가 아니라 임금이라는 한 가지 근로조건만을 별도로 다루기 위해 실무상 활용되는 문서다. 연봉이 매년 바뀔 때마다 근로계약서 전체를 새로 쓰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이미 근로계약서에 임금이 명시되어 있다면 별도의 연봉계약서 없이 근로계약서 갱신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느 방식을 택하든 법적 성격은 같다. 연봉계약서에 담긴 임금 조건 역시 근로기준법이라는 상위 강행법규를 벗어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하는 내용은 근로계약서의 해당 조항과 마찬가지로 그 부분만 무효가 되고 법정 기준으로 대체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월 급여나 연봉에 퇴직금 명목의 금액을 미리 포함해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이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 속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강행법규에 위배되어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근로자가 서명에 동의했더라도 실제 퇴직 시점에는 별도의 퇴직금 청구권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미 지급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법률상 원인 없는 지급으로 취급되어, 사용자가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확인해 두어야 한다. 임금과 구분되는 퇴직금 명목 금액이 명확히 특정되고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은 등 예외적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다르게 판단될 여지가 있으므로, 구체적 사안은 개별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


계약서로 피해 갈 수 없는 법, 2024년 통상임금 판결이 보여준 사례

연봉계약서나 급여규정이 근로기준법의 강행 규범을 넘어설 수 없다는 원리를 가장 최근에, 가장 크게 보여준 사례가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19일 두 건의 전원합의체 판결(2020다247190, 2023다302838)을 통해, 통상임금 판단에 있어 오랫동안 핵심 요건으로 쓰이던 고정성 개념을 폐기하고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재정립했다. 그동안 많은 기업의 급여규정이나 연봉계약서는 정기상여금 등에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재직조건을 붙여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해 왔는데, 이런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통상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소정근로를 온전히 제공한 근로자라면 어차피 충족했을 조건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후 대법원은 2025년 1월 23일 이른바 세아베스틸 사건 판결(2019다204876)에서 정기상여금 등에 붙은 재직조건 자체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별도로 판단했지만, 통상임금 개념 자체가 재직조건과 무관하게 재정립된 이상 결과적으로 재직조건이 붙어 있어도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쪽으로 실무가 정리되는 흐름이다. 회사가 연봉계약서나 급여규정에 어떤 문구를 넣었다 하더라도 그 문구만으로 통상임금성을 배제할 수는 없으며,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 제56조가 정한 할증 임금의 계산 기준이 통상임금이라는 법적 정의를 통해 사실상 다시 채워진 셈이다. 이는 계약서의 문구보다 근로기준법과 그 해석 법리가 실제 임금 계산의 최종 기준이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가장 최신의 사례로 꼽힌다.


근로자가 실제로 확인해야 할 것들

먼저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사용자는 임금의 구성항목과 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 핵심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해 근로자에게 교부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된다. 근로계약서나 연봉계약서를 받지 못했다면 우선 서면 교부를 요청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다음으로 계약서에 적힌 시급이나 월급이 2026년 최저임금인 시간급 10,320원, 월 환산 2,156,880원에 미달하지는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달한다면 그 조항은 자동으로 무효이고 최저임금 기준이 적용되지만, 실제로 차액을 지급받으려면 사업장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별도의 조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어야 한다.

아울러 연봉계약서에 퇴직금이 급여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는 조항이 있는지, 상여금에 재직조건이 붙어 통상임금 계산에서 제외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대목이다. 이런 조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근로자의 법적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앞서 살펴본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다투어 볼 여지가 있다. 다만 개별 사업장의 급여체계나 근로계약 문구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금액 산정이나 분쟁 대응은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나 노무사 등 전문가를 통한 개별 확인이 바람직하다. 한편 연봉 협상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가 곧바로 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실무 행정해석상으로도 임금 조건에 대한 이견은 정상적인 협의와 절차를 통해 조정되어야 할 사항으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근로계약서와 연봉계약서는 근로조건을 구체화하고 증명하는 중요한 문서이지만, 그 내용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선을 침범하는 순간 법이 우선한다는 원칙만큼은 어떤 서류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계약서에 어떤 문구가 적혀 있는지보다, 그 문구가 근로기준법이라는 최저선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습관이 근로자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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